檢, 조현준 재판서 "효성 계열사 직원 거짓사유 대고 증인 불출석"

효성그룹.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효성 계열사 직원의 거짓말이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22일 오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효성중공업 직원 양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양씨가 불출석하면서 신문이 무산됐다.

검찰은 작정한 듯 양씨의 불출석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검찰은 "양씨가 불출석 사유서를 냈는데 작년 3월부터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고 있어 증인으로 출석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며 "그런데 출입국 내용을 확인한 결과 놀랍게도 불출석 사유서 내용이 허위였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해 7월 미국에 한 달 동안 출장을 다녀오고 두 달 뒤 미국과 프랑스 등에 4개월 동안 출장을 다녀왔다. 이후 올해 3월에 다시 미국을 출장을 떠났다.

검찰은 "양씨가 미국 주재원으로 있었다고 주장하는 지난해 3월은 미국과 전 세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창궐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유학생 비자와 주재원 비자 발급을 거부하던 때"라며 "양씨는 조현준 피고인이 효성 전략본부장으로 일할 때 소속 직원이었다. 피고인이 양씨의 불출석에 관여한 것인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양씨의 불출석으로 재판이 지연될 뿐 아니라 증거 인멸의 우려도 있다며 피고인이 증인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경고해달라고 밝혔다.

그러자 조 회장의 변호인은 "검찰의 막연한 의문 제기"라며 맞섰다. 조 회장 변호인은 "만약 미국에서 근무하고 체류하는 것이 맞는다면 올해 3월 미국에 돌아간 사람에게 법정에 출석하라고 하기 어렵다"며 "근무가 맞는지 확인해 의견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통해 계열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2019년 12월 기소됐다.

효성 관계자는 양씨의 불출석과 관련해 "증인 양씨가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가 허위라는 검찰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실 무근"이라며 "양씨는 효성이 지난 해 1월 새로 인수한 미국 멤피스 공장 정상 가동 필수 요원으로 지난 해 3월 미국 파견 발령에 따라 현지 근무를 해야 했으나 코로나로 주재원 비자 발급에 차질이 생겨 파견형식으로 근무해 왔다"고 했다.

이어 "그러다 지난 3월 주재원 비자를 받아 주재원 자격으로 현지 근무 중"이라며 "해외 주재원의 경우 일단 파견 발령을 내 현지 근무를 시작한 뒤 주재 비자 취득 이후 정식 주재원 발령을 내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