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벌 인도 의상의 향연..5년만에 돌아온 '라 바야데르'

오수현 2021. 4. 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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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27일부터 예술의전당서 공연
의상 담당 伊디자이너 스피나텔리
50년동안 발레 의상 제작한 장인
"고대 인도 스타일 철저히 고증
실크 벨벳 등 원단 선택부터 고민"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의미하는 라 바야데르는 120여 명의 무용수가 200여 벌 의상을 입고 등장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대작 발레다. 전사 `솔로르`와 공주 `감자티` 약혼식에서의 `앵무새 춤` 한 장면. [사진 제공 = 국립발레단]
블록버스터 발레 '라 바야데르'가 5년 만에 돌아왔다.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의미하는 라 바야데르는 러닝타임이 총 160분에 이르고 120여 명의 무용수가 200여 벌 무대의상을 입고 등장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대작 발레다. 특히 발레 작품으로는 드물게 인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화려한 색채의 이국적인 인도풍 의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다. 200여 벌에 달하는 발레 의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첫 리허설이 진행된 지난 20일. 국립발레단 의상실의 재봉틀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의상팀 직원들은 식사할 틈도 없어 샌드위치로 겨우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었다. 국립발레단이 이 작품을 초연한 것은 2013년. 당시 이탈리아의 발레·오페라 무대에서 명성 높은 디자이너인 루이사 스피나텔리(79·사진)가 이탈리아에서 직접 의상을 제작했다. 그는 1965년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 무대에 오른 오페라 '리미니의 프란체스카'로 데뷔한 이래 50년 넘는 세월 동안 수십 편의 오페라 및 발레 의상을 만들어온 장인이다.

발레 의상은 발레단 측에서 단원들 치수를 디자이너 측에 보내면 디자이너가 이를 토대로 맞춤 제작을 한다. 하지만 2013년 초연 당시 단원들 중 3분의 1만 현재 남아 있다. 계속해 새로운 피가 수혈된 만큼 의상 수선은 필수다. 이미 첫 리허설 전 의상을 늘리고 줄이는 수선 작업을 마쳤지만, 실제 입고 무대에서 서면 불편한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첫 리허설 직후 다시 한번 미세한 수선작업을 거친다.

의상실 위층 연습실로 옮겨진 의상은 그야말로 화려한 빛을 발했다. 가벼운 실크 소재 원단의 아름다운 빛깔은 모두 스피나텔리가 손수 염색한 것이다. 연습실 평범한 조명 아래서도 아름답지만 특히 화려한 조명의 무대에 서면 더욱더 높은 채도의 빛을 낸다. 스피나텔리의 의상은 은은한 파스텔톤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특별한 색이 들어가지 않는 평범한 의상에서도 옅은 푸른빛이 감돌았고, 화려한 의상의 곳곳에는 파스텔 빛깔이 웅크린 채 교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 사이에선 "색이 아름답다" "활동하기 편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장신구, 문양, 소매 끝처리까지 그냥 넘어간 게 없다. 관객들 눈엔 전혀 감지되지 않을 미세한 문양이 수놓아져 있는가 하면, 보석 장식은 매우 단단하게 박음질 처리 돼 있다. 대충 처리하면 점프 동작이나 남자 무용수가 여자 무용수를 들어올리는 장면에서 떨어질 수 있다.

기존 발레 의상과 가장 큰 차이점은 배 부분이 드러나는 디자인이다. 인도 무희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장 전형적인 발레의상인 튀튀 조차도 배가 드러나게 디자인됐다. 묘한 이국의 정취가 배어난다.

스피나텔리는 매일경제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발레 의상 디자인의 첫 단계는 공연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당시 스타일을 알 수 있는 문헌 정보를 샅샅이 살펴보는 일"이라며 "특히 라 바야데르의 배경인 고대 인도의 문화와 (의상의) 색감은 유럽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연구 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스피나텔리는 "특히 어떤 원단을 고를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며 "인도 전통의 색감과 장식을 살릴 수 있는 실크, 벨벳, 자수, 금색 실로 두껍게 짠 비단 등을 골라 사용했다"고 했다. 하지만 발레 의상은 아름다움과 동시에 편의성 또한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무용수들 움직임을 고려해 의상과 장식들을 제작해야 하는데 이건 오랜 경험이 필요한 작업이에요. 고대 인도 의상의 전통에서 받은 영감을 반영하면서도 가볍고 편안해야 하죠."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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