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의혹' 이재용측, 법정서 대한해운 유상증자 사건 언급한 이유는?
법정 구속된지 3개월만에 열린 ‘경영권 승계 의혹’ 첫 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재판의 최대 쟁점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목적·시기·주체 등 3가지 요소와 관련해 "검사 시각이 너무나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고 반박하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양측간 합병이 △이재용 경영권 승계를 위해(목적) △구(舊)삼성물산의 주가 저평가 시점에(시기) △미래전략실 주도로(주체) 이뤄졌고 자본시장법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합병목적, '경영상 필요'….시점, 오히려 불리"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20일 오후 2시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재개된 첫 공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3가지 의혹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해나갔다.
우선 합병 목적에 대해 "필요성이 분명히 존재했다"고 밝혔다. 구삼성물산 경영진이 당시 경영상황 타개를 위한 새 돌파구 마련을 위해 합병을 추진했다는 주장이다. "건설업 시장 악화, 해외 프로젝트 손실 등 합병 필요성이 분명히 존재했다"면서 실제 합병으로 경영권이 안정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합병 목적이 지배력 강화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경영권 안정화로 인해 주주들에게도 이득이 돌아갔으며, 당시 해외의결권 자문기관 등도 합병 자체는 반대했지만 안정화 취지 자체에는 찬성 입장을 보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인 김유진 변호사(김앤장법률사무소)는 "경영상 합목적의 필요가 인정됐고 특정인의 지배력 강화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것이 아닌 이상 합병이 부당하다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투자자를 기망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모직 지분만 23.2% 보유했던 이 부회장이 ‘주주 희석화 대가’로 지급됐고 물산 입장에서도 모직 지분이 없다가 통합물산의 주식을 얻는 '대가관계'가 됐다"면서 "결국 합병을 통해 서로 주고받은 ‘거래의 대가’가 공정한지 안한지로 귀결돼야 한다"고 따졌다.
합병 시점 역시, 검찰의 주장대로 이 부회장에게 절대 유리한 시점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검찰 주장처럼 제일모직 고평가로 주가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면 기관투자자들이 순매도로 손실 최소화에 나섰을 것이라며 "실제 국민연금은 향후 6개월간 4669억원을 매수했다"고 했다.
또 당시 포스코와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20위 회사 중 주가순자산배수(PBR)가 1미만인 회사가 대부분 이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은 공소장에서 모직과 물산의 매출, 자산, 영업이익을 비교하면서 몇배 차이가 나는지 부각했는데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만 봐도 천차만별"이라며 "시장가격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점에서 특정 회사가 ‘고평가 또는 저평가 됐다’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따졌다.
아울러 합병당시 증권사 목표주가가 10만680원인데 구물산 주가가 7만495원에서 단 한번도 10만원까지 간 적이 없고 오히려 지속적 하락 내지 횡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이사회 결의일인 2011년 7월말 건설업종 지수가 25.7%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28.1% 상승했다는 점을 들면서 과연 시점면에서 구물산이 유리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밖에도 이 부회장측은 미전실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경영진을 배제하고 합병을 결정했다는 검찰의 시각에 대해 "너무나 치우쳐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변호인은 2018년 5월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前 청와대 정책실장)이 ‘삼성 미전실을 대체할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고 언급한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미전실이 합병을 검토한 것은 ‘자연스러운 개입’이라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지배구조 개편은 그룹 차원에서 경영권 안정 및 사업구조 개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고 구조 개선과 깊이 관련이 있는 시점에서 자연스러운 검토였다"고 했다.
◇변호인단이 '대한해운 유상증자 사건' 꺼낸 이유
특히 변호인단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관련한 대법 판례를 나열하며 '법리 적용 및 해석'에 있어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변호사는 "자본시장법 해석과 관련해 의미있는 사건이 하나 있다"면서 2010년 12월 발생한 대한해운의 유상증자 사건을 언급했다. 대한해운은 당시 유상증자 신고를 했는데 2달이 안 돼 회생절차가 개시되면서, 투자자들이 ‘증권신고서 투자설명서’에 허위 및 부실기재를 했다며 소송을 건 사건이다.
당시 대법은 원심을 깨면서 주가 부양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때 ‘주관적이 아니라 객관적 공시내용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대법은 ‘추론능력을 갖춘, 합리적 투자자 관점에서 봐야 하고 정보를 하나하나 따질게 아니라 전체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변호인단은 민사상 손해배상의 인과관계로만 따지는 검찰 주장은 잘못 해석된 것이라고 탄핵했다.
자본시장법 178조는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②중요사항에 관해 거짓 기재·표시 하거나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된 문서 등을 사용해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 ③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유인할 목적으로 거짓의 시세를 이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즉 대한해운 사건에서 문제된 자본시장법 125조와 이 사건에 적용된 178조의 구성요건 가운데 ‘거짓 기재’라는 부분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대법이 같은 해석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다.
김 변호사는 "(다른 사건에서) 검찰이 자본시장법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대법은 해당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추상적이라 형벌권 남용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면서 "대한해운 사건도 원심은 주가부양 목적의 허위공시라고 했지만 대법은 허위 여부는 주관적이 아니라 객관적 공시내용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무죄취지로 파기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위 두 조항은 문헌 체계가 동일하다"면서 "같은 자본시장법 내에서 통일적으로 해석하는게 당연하다. 엄격한 책임이 요구되는 형사사건에서 민사 기준보다 더 완화해 느슨하게 해석하는게 맞다는 검찰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재판은 휴정과 재개를 거쳐 오후 6시30분에 끝났다. 다음 공판은 5월 6일 진행되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전직 삼성증권 기업금융 담당 직원 한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터리 열폭주 막을 열쇠, 부부 교수 손에 달렸다
- 中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공개… 韓 ‘보라매’와 맞붙는다
- “교류 원한다면 수영복 준비”… 미국서 열풍인 사우나 네트워킹
- 우리은행, ‘외부인 허위 서류 제출’로 25억원 규모 금융사고… 올해만 네 번째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