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초대석] 정운찬 "해법은 동반성장" 文정부 경제 총평

김날해 기자 2021. 4. 2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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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현장 오늘 '오후초대석' - 정운찬 전 국무총리

한국 경제가 앓고 있는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중병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 악화됐죠. 최소한 단기적으론 동반성장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주장하는 분이 있습니다. 동반성장 전도사를 자처하는 정운찬 전 총리인데요. 많은 지식인과 대기업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습니다. 동반성장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정 총리는 '한국 경제, 동반성장,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책을 통해 동반성장 없으면 자본주의도 없다 이렇게 호소하고 있는데요.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앵커]

지금 제가 방금 얘기한 한국경제 동반성장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책이 최근에 나왔던데 동반성장에 관한 총정리하신 책인가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제가 그동안에 동반성장에 관한 책을 많이 썼습니다. 동반성장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금방 말씀하셨듯이 한국 경제의 문제, 다시 말해서 저성장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에는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많은 분이 이것이 자본주의 정신에 어긋난다고들 해서 동반성장이야말로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자본주의 정신에 딱 부합한다고 하는 글을 써서 책으로 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들어보기로 하고요. 총리로 지내셨는데 마침 김부겸 전 의원이 총리로 내정이 됐고 정부가 4.17 보궐선거 참패 이후에 쇄신했는데 그 쇄신의 모습을 혹시 평가를 한 번 해주신다면 어떻게 보십니까?

[정운찬 전 국무총리]

아시다시피 여당 정부의 주택 정책의 실패, 공정성의 결여 그리고 백신 정책의 불투명성 등으로 민심이 돌아섰고 재보선 선거에서 참패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엔 민심 수습 차원에서 개각한 것 같습니다. 제가 새 내각의 면면은 잘 모릅니다. 그래서 평가 대신 김부겸 총리 후보에게 당부 말씀 몇 가지 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정직하십시오’ 입니다. 한번 거짓말하면 그걸 덮으려고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하고, 또 그것을 다시 덮으려고 또 다른 거짓말을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정직이 가장 경제적입니다. 두 번째로는 정권 말기에 새로운 정책을 남발하지 마십시오. 때로는 아무런 정책을 안 세우는 것도 하나의 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택정책을 25번 이상 세운 것은 현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같은 위기에는 웅비(雄飛)보다 실존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충분한 준비도 없이 허황된 정책을 내세우지 말라는 말씀이죠. 끝으로 정자정야(政者正也)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 정자, 놈 자자, 바를 정자인데 이것은 ‘정치는 무언가를 바르게 만드는 것이다’라는 뜻이죠. 정치는 정권연장이나 정권탈환이 목적이 아니라 국민을 배고프지 않게 하고 안전하게 하고 그리고 즐겁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세 가지를 앞으로 일하시는 1년 동안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김부겸 총리 내정자도 한번 출연을 하셨는데 이 말씀 꼭 들으셨으면 합니다. 지금 이 정부에서 상생연대 3법이라는 것을 추진합니다. 그중 하나가 협력이익공유제다. 이익을 공유하는 제도라고 하는데 우리 총리님께서 주장하시는 동반성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겁니까 좀 다른 겁니까?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운찬 전 국무총리]

먼저 말씀드릴 것은 정권 초에 동반성장 정책을 제대로 추진했다면 상당한 성과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선거 때는 우리 사회를 동반성장 사회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나 대선 이후 동반성장이라는 단어조차 한 번도 안 썼습니다.

[앵커]

대선 전에는 그렇게 얘기했는데 대선이 되고 나서는 정녕 한 번도 안 썼습니까?

[정운찬 전 국무총리]

네 한 번도 안 썼습니다. 이익공유, 협력이익공유, 협력이익배분 등은 모두 비슷한 개념입니다. 제가 말한 이익공유는 대기업이 이익이 많이 나면 그것의 일부를 협력 중소기업에게 주어서 그들의 기술개발, 해외 진출, 그리고 고용증대를 유도하라는 것이죠. 근데 이 세 가지, 이익공유나 협력이익배분이나 협력이익공유, 이런 것들은 시간에 따라 바뀌었습니다. 제가 처음에는 이익공유로 했더니 전경련에서 와서 아 이거 내용은 좋은데 단어가 좀 마음에 안 듭니다라고 했습니다. 사실 싫다는 뜻입니다. 

[앵커]

이익공유를 처음에 쓰시니까 전경련에서 싫다는 듯 속내를 보이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

‘공유(共有)’의 ‘공(共)’자가 싫었나 봐요. 이익공유를 “협력이익배분으로 바꿉시다”라고 해서 “뭐 못 할 거 뭐 있습니까?” 했는데 그 다음에 국회의원들이 또 이걸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협력이익공유로 또 다시 바꾼 것이었습니다. 

[앵커]

아 배분으로 하려고 했다가 다시 협력이익공유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

네. 하여튼 그렇게 됐는데 많은 사람이 이익공유를 대기업이 중소기업에서 시혜를 베푸는 걸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정운찬 전 국무총리]

시혜를 베푸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물론 대기업은 훌륭한 기술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중소기업에 대해서 서면 주문 대신 구두 주문, 장기 어음결제, 기술탈취, 납품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해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외환위기 이전에도 그랬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아주 심해졌죠. 그래서 이익공유는 저는 시혜 차원에서 이해할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불공정 거래 행위를 당한 중소기업에 대한 보상적 차원에서 이해를 해야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동반성장정책 가운데는 이익공유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적합 업종 선정도 있고. 정부가 발주하거나 구매를 할 때 같은 값이면 중소기업으로부터 하도록 하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이 두 가지 정책은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익공유는 아직도 본격적인 시작을 못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어떤 이들은 대기업의 성과공유제를 들어서 지금 이익공유가 상당히 되고 있다고 선전하기도 합니다. 저는 우스개 표현입니다만, 성과공유라고 하는 것은 언 발의 오줌 누기고 이익공유야말로 가뭄의 단비 같은 것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성과공유는 미시적이고, 이익공유는 거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성과공유가 뭔지 아시죠? 

[앵커]

네. 그러면 만약에 그런 의미라면 사실 동반성장을 우리 총리님께서 10여 년간 줄곧 외쳐오셨는데 일반 사람들, 기업의 눈으로 보면 대기업들이 큰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그렇게 보이는데 이게 그 이론이, 총리님 말씀하신 이론이 기업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 아닌가? 아니면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철학은 맞지만 현실에서는 적용할 수 없는 거 아닌가? 이런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저는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특히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정책, 특히 이익공유가 자본주의 정신에 어긋난다, 사회주의적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센터가 어딥니까? 나라로 따지면 미국 아니겠습니까? 미국에서도 가장 자본주의적인 데가 할리우드하고 내셔널 풋볼 리그 등 프로 스포츠팀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런 것을 한번 소개해드리겠습니다만 이익 공유는 사실은 1920년대 시작됐습니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 산업 태동기에.

[앵커]

역사가 좀 오래 된 거군요?

[정운찬 전 국무총리]

그렇죠. 100년 됐죠. 영화배우, 제작사 배급사 사이에 협력을 추진하지 않았습니까? 이는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에 밑바탕이 된 제도인데 아시지만, 우리 어릴 때부터 들어온 말이 개런티 있지 않습니까? 제작자가 영화 만들 때 배우나 감독들 향해서 적어도 얼마는 줄게, 많이 남으면 더 줄게 하는 게 바로 러닝 게런티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바로 대박이 날 땐 더 줄게 할 때는 이익이 생각한 것보다 더 나면 나눠줄게. 이게 바로 영어로 프로핏 쉐어링(profit sharing)이에요. 미국에서 아주 많이 쓰는 말입니다. 또 하나 예를 들자면 미국의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 에어컨 회사 캐리어 등이 목표이익초과분에 대해서 협력사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수익공유계획, 개인 쉐어링 플랜이라는 게 있고 영국의 롤스로이스사는 판매수익을 공유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고요. 기타 호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같은 데서 사회 간접자본 건설사업과 국제 항공사 간 전략적 제휴 협약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에 해당하는 예를 든다면 내셔널 풋볼 리그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1960년대까지도 미국의 프로축구는 아주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두 개 리그가 있었습니다. 아메리칸 풋볼 리그, 내셔널 풋볼 리그가 있었는데 각자 32개 팀이 도생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크지 못하니까 통합마케팅 아이디어를 냈어요. 그래서 아메리칸 풋볼 리그하고 내셔널 풋볼 리그를 합해서 내셔널 풋 볼리그로 하고, 모든 입장 수입료는 60%는 각 팀이 갖고 40%는 중앙 집중시키고, TV중개료도 다 중앙집중시키고, 또 거기다가 프로축구 관련된 모든 물건 파는 것들을 전부 중앙 집중화를 시켜서 지금은 NFL 32개 팀이 세계 50대 프로 스포츠팀 중에 다 거기 들어가 있습니다. 

[앵커]

수익도 많이 내고요?

[정운찬 전 국무총리]

네,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아주 성공 케이스로 되어 있고 이것이 바로 요샌 프로핏 쉐어링(profit sharing) 리그라 안 하고 레비뉴 쉐어링(revenue sharing)이라고 합니다만 자본주의 센터에서 다 이런 걸 하고 있는데 자꾸 저보고 비자본주의적이라고 해서.

[앵커]

사회주의 성격이라고. 이해가 부족하다 그런 얘기네요. 그거에 대해서? 우리 기업들의 이해가 부족하다? 근데 기업들의 경우에는 또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이게 자본주의의 기본 정신이다. 그런데 이 정신이 이익을 나눠 가지는, 뺏어서 줘야 하는, 동반성장과 맞지 않는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게 바로 동반성장이론의 기초다 이러는데 어떤 이론 차이가 있을까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이렇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신자유주의적 사고는 자유, 경쟁. 이것만 하면 세상이 다 잘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우리가 그들이 내세우는 기본 이론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도덕 감정론이라고 합니다만 애덤 스미스의 책들은 거의들 안 읽고 있으나 잘 읽어보면 그 속에 자본주의 정신이 다 있고 그 자본주의 정신이 바로 동반성장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잠깐 설명 드리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통해서 특권을 가진 소수만이 독점적 경제활동을 했던 중산주의 경제 질서에서 벗어나 모든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시장에서 자유롭게 실현한다면 질서 속에서 번영을 일 수 있다는 걸 애덤 스미스가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자칫 시장에서 이익을 실현하고자 할 때 이기심과 탐욕 때문에 질서가 깨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공동체 사회의 저하와 질서가 붕괴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가 있는데, 걱정할 수가 있는데 사실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은 자기 마음속에 공감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공감, sympathy.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를 따져보고 한다는 것이죠

[앵커]
이기심, 탐욕만이 아니라 공감을 가지고 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네 그게 바로 애덤 스미스 표현에 의하면 임파셜 스펙테이터(impartial spectator), 공정한 관찰자라고 할 수가 있는데요. 그것들이 이기심과 탐욕을 제어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아무리 제어해도 지나칠 경우에는 질서가 깨지는 것이 염려되어서 바로 애덤 스미스 말에 의하면 영연방의 법이 필요하다, 이렇게 썼어요. 법을 통해서 질서는 어느 정도 지키지만 번영까지 이루려면 자기는 어쩌면 잘 모르는 사이에 하는 걸지 모르지만 여러 가지 선한 의지가 자본주의를 발전시켜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걸 가능케 하는 것은, 가능케 하는 사회 섭리를 애덤 스미스는 바로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우리 한국 경제에서 동반 성장은 공정거래법의 준수를 통해서 불공정거래를 없애는 한편, 다시 말해서 질서를 지키는 한편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동반 성장 정책을 통해서 저성장과 양극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의미에서 자본주의의 기본 정신하고 동반 성장하고 통한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동반 성장은 곧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앵커]

자본주의의 기본 정신이 곧바로 동반성장 이론과 같은 것이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그 두 책을 다 읽어보시면 거기 뭐 거의 다 통하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기업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지만 이해를 좀 더 해야겠네요.

[정운찬 전 국무총리]

네, 저는 안타까운 것은 기업들한테 어드바이스해 주는 분들이 너무 대기업 옹호론자들이 많아서 동반성장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앵커]

기업들 얘기도 들어보고 기업들도 이 책을 읽어보면서 동반성장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시간관계상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정운찬 전 총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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