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비싸도 카드론".. 은행 대출 죄자 고신용자도 몰린다

유진우 기자 2021. 4. 2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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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가 심해지자 주로 저신용자들이 찾던 카드론(장기 카드대출)에 고신용자들 수요까지 몰리고 있다. 정부의 은행권 신용대출 규제로 고신용자들이 더 많은 비용을 치르면서 돈을 빌려쓰는 셈이다. 최근에는 시중은행들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을 이유로 전산시스템을 손질하는 과정에서 일부 비대면 대출을 중단하고 있어 카드론 급증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론을 이용하는 고신용자들 평균 신용점수는 지난 달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졌다.

보통 카드사는 내부 부도율 기준에 따라 금융 소비자 신용등급을 10등급 체계로 분류한다. 각 카드사 별로 1~2등급은 상위등급으로 분류하는데, 지난달 카드론을 운영하는 7개(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전업 카드사 중 우리카드를 제외한 6개사에서 카드론을 이용하는 상위등급 금융 소비자들의 평균 신용점수가 올랐다.

특히 KB국민카드 기준 1~2등급 가운데 카드론 이용자들의 평균 신용점수는 2월 말 830점에서 3월 말 862점으로 32점이 뛰었다. KB국민카드는 이달 초 카드론 최저금리를 연 3.9%로 공시해 처음으로 3%대에 진입했다. 고신용자에 대한 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연 2%대인 점을 고려하면 카드론과의 금리 차는 1%포인트대로 좁혀진 것이다.

카드론의 경우 은행권 대출과 달리 중도상환수수료나 취급수수료가 없다. 담보대출도 취급하지 않고 신용정보와 카드사용 정보로만 대출 심사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은행권보다 높다. 은행보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액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은행보다 조금 더 높은 금리로 카드론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고신용자들이 카드사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 발급 중인 카드사 신용카드.

여신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카드 뿐 아니라 대다수 카드사도 카드론을 이용하는 상위등급 금융 소비자의 평균 신용점수가 일제히 올랐다. 신한카드는 19점이 올랐고 현대카드는 7점, 롯데카드와 삼성카드, 하나카드가 5점씩 상승했다.

우리카드는 직전 달과 비교하면 1점이 떨어졌지만, 카드론 이용 상위등급 금융 소비자의 평균 신용점수가 가장 높았다. 우리카드 상위등급 카드론 이용자의 평균 신용점수는 3월 말 기준 전업 카드사 가운데 가장 높은 943점을 기록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우량회원을 대상으로 ‘우카 마이너스론’ 상품을 선보였는데, 최저 금리가 4% 수준이라 기존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 상품을 쓰듯이 카드론을 쓰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상품은 마이너스 통장처럼 한도를 약정한 다음 금융 소비자가 원하는 때 언제든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자도 건별 대출과 달리 금융 소비자가 실제로 이용한 금액과 기간에 대해서만 발생한다. 대출 건수도 1건으로 산정돼 신용등급에 영향도 거의 없다.

은행을 이용하던 고신용자들마저 카드론 시장에 흘러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카드론 대출 잔액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21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 상위 5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카드)의 지난해 카드론 대출잔액은 26조36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3050억원(9.5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최대 증가 폭이다. 2016년 말 19조6570억원이었던 카드론 잔액은 최근 5년 새 34% 증가했다.

문제는 카드론의 건전성을 좌우하는 연체 금액도 전년보다 110억원(2.08%) 늘어난 5400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카드론 연체금액도 2016년 말 4440억원, 2017년 말 4600억원, 2018년 말 5170억원, 2019년 말 5290억원, 2020년 말 5400억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상반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들이 카드론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며 "올해 9월까지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이나 이자상환 유예 조치처럼 코로나19 관련 금융 지원을 전폭적으로 하는 가운데도 연체액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지원 정책이 끝나는 오는 9월 이후 저신용자들 연체액이 늘면서 카드론 부실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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