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백신, AZ·얀센처럼 '아데노' 벡터인데..혈전 위험 없나
다른 아데노 벡터 사용, 희귀 혈전 위험 높일 수도
2만명 랜셋 논문 외 신뢰할 만한 안전성 자료 적어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V는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에서 개발한 백신이다. 임상 3상을 거치지 않고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러시아 당국에서 승인해 ‘물백신’이라는 조롱까지 받다가 지난 2월 옥동자로 돌아왔다. 국제적 권위가 있는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 논문에 이 백신의 면역 효과가 91.6%라는 임상 3상 결과가 게재되면서다. 여기에 국내 제약회사들이 만든 2개의 컨소시엄이 위탁생산 계약을 맺어 이미 백신을 생산하고 있거나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물량은 전량 수출 물량이긴 하지만 추후 계약에 따라 국내용이 될 수 있다. 러시아 백신이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른 배경이다.
문제는 안전성이다. 특히 러시아 백신의 플랫폼 문제가 논란이다. 스푸트니크 V가 희귀 혈전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는 얀센, AZ 백신처럼 바이러스 벡터(운반체) 방식 백신이라서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설계도)를 다른 안정된 바이러스 벡터에 담아 체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세 백신 모두 사람이나 침팬치에게 감기를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라는 공통된 벡터를 사용한다. 스푸트니크 V와 얀센은 세부 유형까지 같은 인간 유래(감염 의미) 아데노바이러스(26형)을 사용한다. AZ는 침팬지 유래 아데노바이러스를 쓴다. 러시아 백신에서도 혈소판을 동반하는 희귀 혈전증 발생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희귀 혈전 부작용이 아데노바이러스 플랫폼 때문인지는 아직 분명치않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벡터의 문제인지 발현한 스파이크 단백질 문제인지 희귀 혈전증 원인을 아직 모른다”며 “이제 막 면역학적 반응으로 혈소판에 대한 특이 부위 항체가 생기고 그것이 혈소판 감소와 혈전을 만드는 게 아닌지 기전을 알아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희귀 혈소판 문제 원인을 찾았다면 벌써 대책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차례 맞는 스푸트니크V 백신이 서로 다른 인간 아데노바이러스 벡터(26형, 5형)를 사용하는 것과 희귀 혈전 부작용 위험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혈전 부작용 위험과 관계가 없거나 외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유럽의 희귀 혈소판 부작용은 AZ백신을 한번 접종하고 나온 것이라 다른 벡터를 사용한 게 크게 의미가 달라 보이진 않는다”며 “찬스(가능성)를 외려 높일 확률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백신은 안전성 차원보다는 효능을 높이기 위해 두 차례 접종에서 서로 다른 인간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한 백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백신 도입의 또다른 걸림돌은 선진 보건당국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 식약청(EMA)에서 스푸트니크 V 승인이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러시아 백신은 남미, 중동 등 60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FDA는 러시아 백신은커녕 AZ백신도 아직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EMA는 이달 초 스푸트니크 V 심사에 돌입했다. 무엇보다 안전성과 관련된 신뢰할 만한 자료가 2만명을 대상으로 한 랜셋 논문 외에 적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식약처가 외교부에 스푸트니크 V와 관련한 안전성 정보를 수집해달라고 요청한 이유다.
정기석 교수는 “러시아에 안전성 자료를 충분하게 요구해서 받아야 한다”며 “러시아가 랜셋에 논문을 발표한 것도 지난 2월이라 이후 두달 동안의 추가 자료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AZ 백신에서 혈전 부작용아 있을 때까지만 해도 플랜B로 러시아 백신 도입을 생각했지만, 얀센 백신에서도 혈전 부작용이 나오면서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며 “러시아에서 자료를 확보한 뒤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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