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광주>..더 탄탄해진 서사
[경향신문]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독재권력에 맞섰던 평범한 광주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광주>가 반년여 만에 재단장해 관객과 만난다.
지난해 10월 첫 선을 보인 <광주>는 1980년 5월16일부터 시민군이 도청에서 최후의 항전을 한 5월27일까지, 12일간의 광주를 그린 창작 뮤지컬이다.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505부대 편의대원 ‘박한수’가 광주시민들과 마주하며 겪은 심리적 갈등을 그린다. 박한수는 시민들을 폭도로 몰기 위해 무장을 유도하라는 임무를 띄고 군복을 벗은 채 민간인으로 위장해 시위대 사이에 파고든 인물이다.
5월 광주를 ‘제3자’의 시선으로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었지만, 초연 당시 평가는 엇갈렸다. 아직 상흔이 남아 있는 사건에 광주시민이 아닌 계엄군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이 공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선웅 연출은 지난 15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초연을 하고 나서 관객 리뷰를 보고 창작자들과 작품 수정 방향에 대해 논의했고, 문제가 됐던 부분을 개선하고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에서도 박한수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지만, 내용은 다소 달라졌다. 초연 때 제대를 앞둔 서울 출신 군인으로 설정했던 박한수는 이번 공연에선 광주 출신 신참 하사로 그려진다. 어린시절을 보낸 광주에 익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인물로, 광주시민들과 만나며 서서히 시민들의 편으로 돌아선다. 극의 마지막엔 박한수가 40년 만에 편의대의 진상을 세상에 폭로하며 도청에서 쓰러진 이들에게 사죄하는 장면을 넣어 서사를 강화했다.
초연 당시 계엄군에 희생된 시민이 반짝이 재킷을 입고 부른 트로트풍의 넘버는 빠졌다.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일부 관객평을 받아들인 것이다.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 ‘훌라훌라’ 등 핵심 넘버에 힘을 실었고, 박한수가 광주에서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여기 서서 생각해’와 ‘지키지 못한 약속’ 2곡을 추가했다.
극중 야학교사 ‘윤이건’의 모티프가 된 윤상원 열사와 관련된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공연 내내 다양하게 변주된다. 최우정 작곡가는 “그 당시 광주시민들이 불렀던 노래를 통해 그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현장에 있는 느낌을 주려 했다”고 말했다. 1막의 마지막 넘버, 계엄군과 대치한 광주시민들이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며 함께 부르는 ‘훌라훌라’는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선호 안무감독은 “(‘훌라훌라’를 통해) 나약한 존재들의 응집력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작은 불씨 하나가 큰 에너지로 타오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고 연출은 “광주에 있었던 보통의 사람들이 겪었던 시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딛고 일어서서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하자는 뜻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505부대 편의대원 박한수는 민우혁·신우가, 야학교사 윤이건은 민영기·김종구가 연기한다. 뮤지컬 <광주>는 오는 25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뒤, 5월 15~16일 양일간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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