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건강도구의 대중화 위해 정부 차원 종합 대책 필요하다

강진형 가톨릭대학교 서울 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심사위원장 2021. 4. 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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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한민국 메디컬 헬스케어 대상|특별 기고]
강진형 가톨릭대학교 서울 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심사위원장

대부분의 의료기술은 기존 의료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 주고자 개발됐다. 또한 그간 수많은 기업은 사업모델 혁신 없이 기술만으로 변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필자는 새로운 기술과 사업모델 혁신, 이 두 가지가 의료산업의 파괴적 혁신(복잡하고 비싼 제품과 서비스가 단순하고 저렴한 것으로 변형되는 과정)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혁신은 ▲테크놀로지(기술) ▲사업모델 ▲파괴적 가치 네트워크 등 3가지 핵심요소가 갖춰졌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최근 10년간 현대 의료 시장에선 의료기기와 진단장비 사업이 급성장했다. 우리는 이 같은 성장의 물결 속에서 2가지 ‘좌표’를 기억해야 한다. 첫 번째는 의료기기 및 진단장비 산업에서 기술 영역의 탈중앙화, 두 번째는 전문성을 범용화하는 새로운 제품의 개발이다.

아무런 기반이 없는 ‘스테이지 제로(stage zero)’ 시기에 처음 등장한 장비는 대부분 복잡하고 비싸다. 상당한 기술력과 자금력을 가진 사람들, 기관, 단체만이 소유하고 사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산업 활동은 ‘중앙화’ 된다. 이때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과 장비가 있는 중심지로 자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가져가야만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혁신가들은 이 같은 과정을 ‘탈중앙화’시킬 방법을 찾는다. 병원을 생각하면 쉽다. ‘Stage Zero’ 시기에는 왕진을 다니는 의사와 간호사가 일부 환자의 집에서 의료를 제공했다. 이후 첫 번째 성장을 통해 의료산업은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중앙화’됐다.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병원을 직접 찾아, 의사에게 진단받았다. 병원 산업은 점차 ‘탈중앙화’ 되고 있다. ‘외래 클리닉’과 집 앞에 생겨나는 ‘의원 진료실’, 가치부가기능에 초점을 맞춰 빠르게 늘어나는 전문병원(안과병원·마취통증병원·대장항문병원·성형수술병원 등)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아직 의료기기 및 진단장비 산업에서 대다수의 혁신은 1차 성장의 특징인 중앙화된 사업모델을 지속하는 방향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1차 성장은 매우 복잡한 장비와 전문성을 가진 병원에 집중되면서 발생한다. 2차 성장은 속성 실험실판정법(rapid In vitro assay)과 영상진단기술, 의료기기 등 의료제공 장소를 클리닉과 의원 진료실, 나아가 가정으로 옮기는 기술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파괴적 혁신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들이 보다 단순하고 저렴해지면서 ‘대중화’된다.

두 번째 좌표는 의료전문직 전문성의 범용화(commoditization)다. 말이 어렵지만, 쉽게 말해 의사의 전문지식을 의료기기와 장비로 구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문지식이 많은 이들 사이 보다 저렴하고 쉽게 유통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전문성의 범용화’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건강도구(digital health device)를 들 수 있다. 디지털 건강도구는 의료제공자가 환자의 건강상태를 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관찰할 수 있게 한다. 환자는 자신의 건강을 보다 잘 제어할 수 있다. 디지털 건강은 의료 결과를 개선하고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디지털 건강도구의 대중화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과 혁신적 규제(innovative regulation)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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