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은 로스쿨 폐지를 공약할까

유동주 기자 2021. 4. 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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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스1) 이재명 기자 = 법학대학원생·수험생들이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손 피켓을 들고 있다. 2021.4.21/뉴스1

로스쿨을 통한 법조인 배출이 10년째를 맞았다. 지난 21일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발표되면서 총 1만6049명의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가 변시를 통해 법률시장에 진출했다.

현역 변호사 2만7000여명의 절반은 로스쿨 출신이다. 주니어 판검사들 상당수도 로스쿨 졸업 후 변시를 거쳐 임용됐다. 숫적으론 로스쿨이 법조계에 자리잡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지금이야말로 로스쿨의 위기다.

올해 합격자수인 1706명은 지난해 1768명보다 62명이 감소한 수치다. 1회 이후 매년 합격자 수가 꾸준히 늘었던 변시에서 순감소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회 변시에서 일시적으로 6회보다 1명이 줄었지만 한양대 시험장에서 조기 종료 사건으로 6회에서 구제조치된 합격자 숫자를 고려하면 당시에도 증가세는 유지된 것이었다. 처음으로 합격자가 감소되자 로스쿨 학생들과 교수들은 당혹해하고 있다.

합격자 수가 정체되거나 감소된다면 로스쿨로서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이미 50%대 초반대의 합격률로 로스쿨이 고시학원화되면서 애초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로스쿨 정상화는 변시 응시인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재수생들이 계속 존재하는 한 불가능하다. 합격률을 신경쓰면서 각 로스쿨에선 소수 과목은 폐지되고 다양화는 진작에 물 건너 갔다. 제대로 된 교육이 안 되고 있다.

변호사업계는 변시 합격자수를 사시 시절의 1000명으로 대폭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규 변호사 규모를 줄이기 위해 로스쿨 통폐합도 필요하다고 변호사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들어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조차 로스쿨에 우호적이지 않다. 과거엔 사시 출신의 젊은 변호사들이 그들 선배들이 누린 법조기득권을 누려보지도 못하게 되자 울분에 로스쿨을 압박했다.

지금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법률시장에 먼저 진출해보니 변호사가 과잉배출되고 있어 로스쿨 이전의 규모로 신규 법조인 배출을 회귀시켜야한다"고 주장한다. 흔히들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는 먹고 살기 위한 다툼이 다른 분야에선 인접 영역 사이에서 벌어지지만 법조계에선 '선후배'끼리 피터지게 싸우고 있다.

기성 변호사들의 이기주의인지 아니면 실제로 로스쿨이란 제도가 변호사를 과잉 배출하고 있는 지에 대해선 객관적 평가도 어렵다. 각자 그럴듯한 근거들을 끌어오고 있어 제3자의 판단력을 흐리고 있다. 이 사안에 관심있는 이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들 뿐이다. 한 걸음만 물러서서 객관적 평가를 해 본 뒤, 권력있는 누군가가 결정해 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지 꽤 오래됐다. 뜨거운 감자처럼 정치인들도 휩쓸리기 싫어하는 문제여서다.

로스쿨과 변시를 둘러싼 난제는 외부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미묘한 상황의 것들이 많다. 관심갖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문제점이 왜 문제인지 조차 인식하지 못할정도로 어렵다. 속으로 곪고 있는 로스쿨과 변시 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해법을 적용할 해결사가 필요한 때다.

로스쿨이 자생력을 가졌다고 판단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한 발짝 뒤에 있기 때문일 뿐 로스쿨은 여전히 위태롭다. 노무현 정부 말기 가까스로 도입된 로스쿨은 정권이 여러 번 바뀌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생아' 취급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출신인 현 정부 고위 인사들도 로스쿨 얘기만 나오면 자리를 슬그머니 피하고 못 들은 척 한다. 대중들에게 로스쿨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을 설득하기엔 로스쿨 문제는 너무 복잡하니 인기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은 아예 모른 척 하는게 상책인 것이다.

내년 대선이 로스쿨에는 위기다. 유력 대선 후보군 중 한 명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로스쿨 폐지와 사법시험 부활을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의 밑에는 수년간 사시존치 운동에 뛰어들어 로스쿨 폐지에 앞장섰던 변호사들이 모여있기도 하다.

이 지사 뿐 아니라 다른 대선 후보들도 대중의 이해도도 떨어지고 지지도 얻지 못하고 있는 낯선 로스쿨을 폐지해버리고 신화적 추억이 가득한 사시를 부활시키자는 포퓰리즘성 공약을 내놓을 수도 있다.

욕하고 미워하는 사람만 많고 지키고 키우려는 사람들은 다 사라져버린 로스쿨이 벌써 10회째 사라지지 않고 변호사를 배출했다. 기특할 정도다. 변시를 주관하는 법무부, 입학과 교육을 감독하는 교육부라도 좀 더 책임감을 갖길 바란다.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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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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