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쇼윈도' 라이브 공연 중

강지남 2021. 4. 2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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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윈도 안에서 연주하면 청중은 코앞에서 감상... ‘팬데믹 맞춤’ 무대

대형 인파 우려해 공연 스케줄은 당일 발표

“우리에게 물과 음식이 필요하듯 라이브 예술도 절실”


첼로의 높고 빠른 음률에 맞춰 피아노도 부지런하게 리듬을 탄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는 경주 같은 첼로와 피아노의 이중주. 마침내 결승선에 도달해 마지막 음표를 마친 순간, 청중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제야 뉴욕 필하모닉의 가장 젊은 첼리스트 스털링 엘리엇이 긴장을 풀고 "정말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는다. 4월 21일 오전 11시 뉴욕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에서 열린 ‘쇼윈도’ 라이브 공연장의 모습이다.


◆4월 21일 열린 첼리스트 스털링 엘리엇의 무대 ©강지남


뉴욕은 클래식과 재즈, 뮤지컬 등 각종 라이브 예술로 이름 난 도시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뉴욕을 덮친 이후 모든 극장이 문을 닫았다. 


이후 1년이 흘렀지만 언제 다시 실내 공연을 재개할 수 있을지 구체적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뉴욕의 유명 콘서트장 카네기홀 역시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카네기홀에 입장할 수 있는 방법은 인내, 인내, 인내”라는 안내문을 붙여놨다. 코로나 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라이브 공연을 즐기던 일상을 뒤로 미루자는 뜻이다.


하지만 뉴욕은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라이브 공연 방식을 찾아냈다. 바로 쇼윈도 공연이다.


이 공연은 어퍼웨스트사이드의 한 대형빌딩 1층에 위치한 작은 무대에서 열린다. 그랜드 피아노가 갖춰진 쇼윈도 안 무대에서 뮤지션들이 퍼포먼스를 펼치면, 쇼윈도 밖 길거리에서 관람객들이 이를 보고 듣는다. 외부에 설치된 대형 음향장치를 통해 음악이 울려 퍼지면서 길을 걷던 행인들의 발걸음도 붙잡는다. 


이날 쇼윈도 앞에서 만난 어퍼웨스트사이드의 주민 예바는 “이런 방식의 공연은 정말 천재적이고도 뉴욕다운 아이디어”라며 “자주 여기를 찾아와 내 코 앞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음악을 한참 즐기곤 한다”라고 말했다.


◆토요일인 4월 10일 많은 뉴욕 시민들이 뮤지컬 스토어프런트의 라이브 무대를 감상하고 있다. ©강지남


이 무대의 정식 명칭은 뮤지컬 스토어프런트(Musical Storefronts). 뉴욕 최대 커뮤니티 아트 스쿨인 카우프먼뮤직센터가 지난 1월부터 주최하고 있는 행사다. 알파다인재단이 지원하고, 부동산업체 밀스타인 프로퍼티가 무대 공간을, 스타인웨이앤드선스가 그랜드 피아노를 기증했다. 


클래식, 재즈, 뮤지컬 등 뉴욕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솔로 혹은 두세 명씩 짝을 이뤄 무대에 오른다.


관람객이 너무 많이 몰리면 코로나 19 방역에 차질이 빚어지므로, 무대가 마련된 곳의 상세 주소는 공개하지 않는다. 공연 스케줄도 당일 아침에야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하지만 뉴욕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당초 예정보다 연장해 4월 말까지 무대를 이어가기로 했다. 


현장에서 만난 뮤지컬 스토어프런트 측 관계자는 “주말에는 100명 넘는 관람객이 한번에 몰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고 있다”며 “공연장에서보다 더 가까이에서 뮤지션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더 좋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카우프먼뮤직센터는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뉴욕에 예술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또 예술가에게는 무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행사를 기획했다. 


코로나 19 탓에 무대를 잃은 뉴욕 예술가들은 온라인 공연이나 온라인 레슨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라이브 무대가 그리운 시민들만큼이나 이들도 관중의 박수와 환호가 그립다. 


이 행사를 이끌고 있는 케이트 쉬런 카우프먼뮤직센터 디렉터는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뮤지컬 스토어프런트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고) 우리에게 음식과 물이 필요하듯 라이브 음악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예술가와 대중 모두에게 기쁨을 제공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무대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은 “전염병의 시대에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이 여전히 있음을 깨달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뉴욕에서는 이 밖에도 길거리 깜짝 공연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행사는 ‘뉴욕 팝업(NY POPSUP)’. 뮤지컬 배우, 재즈 뮤지션, 클래식 가수 등이 공원, 지하철역, 쇼핑센터, 주차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깜짝 공연을 펼치고 이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생중계하는데, 역시 인파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체적 장소와 시간을 밝히지 않는다. 


뉴욕 팝업 측은 “코로나 19 방역을 위해, 다수의 관객을 소수의 공연에 초대하기보다는 소수의 관객을 다수의 공연이 맞이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 = 강지남 글로벌 리포터 jeenam.kang@gmail.com


■ 필자 소개

전 월간 ‘신동아’ 및 시사주간지 ‘주간동아’ 기자

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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