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맞불]④종부세 등 세금까지 흔든다
서민부담 줄인다고? 무주택자 소외..집값 불안 가속
정부가 부동산 정책 궤도를 또다시 수정하려는 움직임이다. 투기수요 억제에서 주택공급으로의 전환이 1차 변화였다면, 이번에는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기준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낮춰주자는 것이다.
4.7재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후 재산세 부담 완화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세금정책 변화의 시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원에 달하고 고가주택 기준도 10년이 넘은 만큼 조정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다만 부동산에 대한 세금부담을 줄이려는 정부‧여당의 움직임에 정책 방향을 잃었다는 지적과 함께 주택시장 안정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종부세 기준 공시가 12억원으로 상향될 듯
부동산 보유세 부담 완화는 야당인 국민의힘이 줄곧 제기해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보유세 산정 기준인 공시가격 재산정과 동결 등을 제시했고,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종부세 부과 대상을 12억원으로 완화하는 종합부동산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종부세 기준 완화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에는 1세대 1주택 기준 종부세 공시가격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고, 반영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한도 90%(현행 100%)로 낮추는 내용을 담았다. 또 1가구 1주택 재산세 인하 특례 기준도 6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정치권의 요구를 정부도 받아들이는 모양새여서 종부세 대상 기준은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19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9억원 기준이 12년 전에 마련된 것이라 기획재정부도 많은 의견을 받았다"며 "민의를 수렴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잘못된 신호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견을 같이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 대상이 공시가격 9억원으로 조정된 것은 2009년이다. 당시만 해도 공시가격 9억원(시세 약 12억~13억원)이면 고가주택으로 분류됐지만 지금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원에 육박(9억7333만원, KB주택가격 통계 3월 기준)한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선 9억원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관련기사: 서울 아파트 절반이 9억원 넘는데 고가주택?…기준 손봐야(02.03)
종부세 부과대상 기준이 공시가격 12억원으로 조정되면 전국적으로 약 26만6500가구가 혜택을 볼 것(2021년 공시가격 9억~12억원 이하 주택)으로 추산된다. 이 중 서울이 17만9682가구로 가장 많다.
서울에선 공시가격 9억원 이상으로 종부세 대상 주택이 41만2970가구로 전체의 16% 가량을 차지했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중 43.5%가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종부세 대상 주택은 전체의 9%로 축소). 여기에 재산세율 인하 기준도 완화될 경우 이들 주택의 보유세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의 시뮬레이션을 보면 올해 공시가격 11억6000만원으로 공고(시세 15억원)된 마포 염리GS자이는 종부세 부과대상으로 보유세가 약 400만원 정도로 예상(만59세, 만 5년 미만 보유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세액공제 제외 시)되는데, 종부세 기준이 12억원으로 상향되면 보유세가 344만원 정도로 57만원(14.2%) 가량 줄어든다.
◇ 서민 부담 줄인다지만…무주택자는 소외
정부가 종부세율을 인상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 등에 속도를 낸 것은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높여 투기를 막고 불로소득을 환수하려는 목적이었다. 특히 다주택자를 정조준했다. 다주택자는 세율이 가산돼 보유세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이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1가구1주택자의 세금부담도 증가했다. 시세 10억원 이상이 보편화되면서 이들도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 대다수 주택 시세가 10억원이 넘는 등 집값 수준을 보면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종부세가 부자세금이라면 부과 기준 등에 대한 개념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무주택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1주택자들은 집값이 크게 올랐는데 오히려 세금을 줄여주면 조세형평에 맞지 않고, 기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보유세 부담이 줄면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경우 이는 집값 불안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종부세는 부동산 보유단계의 세금 부담을 늘려 불필요한 투기성 부동산 보유를 억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보유세 부담) 강화라는 방향성을 갖고 있던 세제를 흩뜨려 가뜩이나 불안한 부동산 시장을 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종부세 대상 인구가 전체의 2%, 대상 주택도 4%(21년 공시가격 공고 전국 기준 3.8%)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종부세 기준을 낮춘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집값의 가파른 상승으로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자산격차가 심해졌는데 보유세가 줄면 다른 곳에서 세금을 충당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보유세 부담을 늘리는 것은 주택가격 안정이 목적인데 종부세 기준 완화는 집값 안정 해결수단이 되지 못한 채 역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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