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집 살때 쓸 거라 말하지 마요" 엉터리 생활안정자금 대출

[사진 제공 = 연합뉴스]

보유 주택 수에 관계없이 담보인정비율(LTV) 내에서 1년에 최대 1억원까지 가능한 생활안정자금 대출이 은행권 일부에서 엉터리 심사로 진행되고 있다.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말 그대로 의료비, 교육비, 생활비 등 긴급한 목적에 대한 것으로, 주택 구입 목적으로는 쓸 수 없게 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목적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일부에서 주먹구구 심사를 하고 있다. 생활안정자금은 주택 구입을 위한 목적으로 대출이 불가한데, 은행 직원이 되레 귀띔해 목적을 달리해 대출하라는 식이다. 일종의 대출 팁을 주는 것.

대출을 진행하는 은행 직원이 주택 구입 목적으로 생활안정자금이 쓰일 줄 뻔히 알면서도 대출 신청을 받는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돈에 꼬리표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생활안정자금을 실제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지 은행에서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해주는 쪽도, 받는 입장도 관련 규정을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얘기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8년 10월 25일부터 1주택자에 대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예외를 뒀다. 의료비 등 긴급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대출 기간에 주택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약정서를 써야 한다. 또, 위반시 대출을 즉각 회수하고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을 제한한다.

이같은 장치에도 불구하고 생활안정자금 대출 사용처를 은행이 하나하나 살펴볼 수 없는 만큼 유용 가능성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cap@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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