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사각지대 막을까..네이버·쿠팡 등 위해제품 판매 차단키로

공정위, 오픈마켓 5개사와 제품안전 자율협약 체결

쿠팡 제공

오픈마켓 상 위해제품 유통을 막기 위한 자율협약이 마련됐다.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분류되는 오픈마켓은 각종 안전 규제를 적용 받지 않아 일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협약이 오픈마켓의 고삐를 죌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소비자원, 네이버·쿠팡·11번가·이베이코리아·인터파크 등 5개 오픈마켓 사업자와 제품안전 자율협약을 맺었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조성욱 공정위원장과 이희숙 한국소비자원장 등이 참석했다.

조 위원장은 “소비자원에 접수되는 위해물품 거래 피해 구제 건수는 최근 3년간 매년 증가했으나 그에 대한 피해보상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율협약을 통해 기업들 스스로 노력해나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먼저 오픈마켓 업체가 직접 위해제품의 유통·판매를 차단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공정위나 소비자원이 제공하는 위해제품 정보를 업체가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차단된 제품의 재유통도 방지하기로 했다. 다만 협약 문구에는 “(위해제품 판매 차단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한다”고만 표현돼 있어 업체들의 실제 이행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협조도 강화한다. 정부가 특정 제품의 유통·판매 차단을 요청할 경우 각 업체는 이를 가능한 신속히 삭제하기로 했다. 또 이런 업무를 맡는 오픈마켓 업체 담당자의 연락망을 정부와 공유하기로 했다. 소비자에게 안전 관련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안내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위해제품의 리콜(시정조치) 관련 정보 등을 게시하기로 했다.

그간 오픈마켓은 판매가 한 번 차단된 위해제품도 온라인 특성상 쉽게 다시 유통되는 문제가 있었다.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을 차단하는 클립이나 폭발 위험이 이는 단전지 등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제품들도 재유통이 이뤄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거래 규모가 빠르게 늘면서 이런 위험성도 커졌지만, 통신판매중개업의 경우 안전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어 소비자 불만이 높았다.

다만 이번 협약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는 시각도 있다. 협약에 “협력할 수 있다” “성실하게 이행한다” 등 추상적인 문구가 많아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협약에는 “본 자율협약은 법적 효력이 없으며 어떠한 법·제도 하에서도 체결 또는 체결 전 의무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자율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기 어려운 최소한의 필수사항들은 현재 추진 중인 전자상거래법 전면개정안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