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아부에 이어 또 중국에 납작 엎드린 테슬라.. 한국은 여전히 '봉'

연선옥 기자 2021. 4. 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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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중국 법인 "소비자 존중, 불합리한 체계 개선" 사과문

마케팅 없이도 판매 치솟는 국내선 품질문제 무대응으로 일관

중국 내 반(反)테슬라 정서가 높아지는 가운데 공산당에서도 노골적인 비난이 나오자 테슬라가 한밤중 사과문을 올리며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테슬라는 논란거리가 있을 때 특유의 무대응 원칙을 내세웠는데, 중국이 전기차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자 이 원칙에서 물러난 것이다. 테슬라는 국내에서도 품질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한국 소비자의 불만에는 여전히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테슬라 중국법인은 21일 밤 공식 계정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지난 19일 상하이 모터쇼에서 한 중국 여성이 테슬라 전시관에 있는 차에 올라가 "브레이크 작동 오류로 일가족이 죽을 뻔했다"며 기습 시위를 벌인 직후다.

지난 19일 상하이 모터쇼 테슬라 전시장에서 한 중국인이 테슬라 차량에 올라가 기습시위를 벌이는 모습.

"차주의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시작된 테슬라의 사과문에는 중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겠으며 정부 각 부처의 모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소비자를 존중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불합리한 서비스 체계를 즉각 개선하겠다는 입장도 담았다.

그동안 차량 결함을 주장하는 소비자와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던 테슬라가 신속하게 사과문을 낸 배경에는 중국 내 확산되는 반테슬라 정서가 한몫했다. 올해 1분기에만 테슬라는 중국에서 6만9000여대를 판매했다. 테슬라의 1분기 전체 판매(18만4800대) 중 30%가 중국에서 이뤄질 정도이지만, 품질 논란이 빈번해 중국 내 테슬라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공산당도 테슬라 때리기에 가세했다. 중 당국은 지난 2월 테슬라 중국 담당자를 불러 "중국 법규를 엄격히 준수하고 내부 관리를 강화하라"고 주문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이유로 군(軍)과 일부 국영기업 직원들에게 테슬라 전기차를 타지 말라고 지시했다. 상하이 모터쇼 직후에는 중국 공산당 내 공안 분야를 관장하는 정법위원회의 인터넷 사이트 창안왕이 논평을 통해 "명백히 위험을 알면서도 큰일은 작게 만들고, 작은 일은 없는 일로 만들어 테슬라는 도로 위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가 됐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중국 내 반테슬라 분위기가 커지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중국에 대놓고 아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23일 중국 관영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기후변화 방지에 앞장서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중국 공산당의 계획을 칭찬하며, 중국은 전기차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의 미래는 위대할 것"이라며 "중국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서 큰 번영을 향해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화재 사고가 발생한 테슬라 모습.

테슬라의 품질 문제는 중국에서만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주행 중 갑자기 차량이 꺼지거나 바퀴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판매 가격이 1억5000만원인 테슬라 모델X 차량에 불이 붙어 차주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 차는 지하 주차장에서 벽면을 들이받은 뒤 불이 붙으면서 배터리가 방전됐다. 전원이 꺼져도 차량 내부에선 손잡이로 문을 열 수 있지만, 외부에선 문을 열 수 없어 결국 차주가 사망했다. 국내 차량 안전기준엔 사고 시 밖에서도 차 문을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테슬라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5만대 이상 팔린 차만 국내 규정을 적용받는다.

관리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테슬라 서비스 센터는 서울 2곳을 포함해 전국 5곳에 불과하다. 차량 결함이 생겨도 서비스 센터에서 해결해 주는 문제는 거의 없다는 게 테슬라 차주들의 얘기다. 지난 2019년 모델3가 국내에 출시될 땐 차 구매자들에게 차량 문제로 인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품질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테슬라는 한국에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의 느슨한 규제가 이어지는 데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판매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새로 등록된 테슬라 차는 1만1829대로, 전년 2430대보다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3232대가 판매됐다. 품질 논란과 관련해 테슬라코리아 측에 여러차례 문의했지만,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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