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목한 '가짜 뉴스'는 美 블룸버그 전망치..'백신 불안은 언론탓' 주장의 3대 오류

김보연 기자 2021. 4. 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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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전망 인용한 野에 "가짜뉴스" 발끈

'文은 왜 스가처럼 성과 못내나' 지적에

"日 1회 접종률 1%…3배인 韓과 비교안돼"

英 49.6%, 美 40.5%에 비해 한참 낮아

"충분한 물량 확보했다" 낙관론 자초한 결과란 지적도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 백신 부족 사태와 관련 야당과 언론이 "가짜 뉴스로 국민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집단면역 달성에 6년 4개월이 걸린다"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백신 수급이 부족하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팩트부터 틀렸다는 것이 민주당 측의 주장인데, 일부 해명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① 가짜뉴스로 지목한 "집단면역 6년 걸린다"는 전망은 ‘블룸버그 트래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22일 오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의 백신) 수급 계획에는 흔들림이 없다"며 "일부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것이 답답하다.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팩트 그대로 가야한다"고 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 의원은 "불과 엊그저께 일어난 일이다. '집단면역이 6년이나 걸린다'고 공개적으로 가짜뉴스가 나왔다"고 했다. 앞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백신 부족 사태를 지적하며 "현재 접종 속도라면 집단면역 달성에 6년4개월 걸린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잘못된 뉴스"라며 "왜 이렇게 잘못된 정보를 국민들이 보게 하냐"며 언성을 높였고 두 사람을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윤 의원은 이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 보면 웃길 일이지 않냐"고 했다.

그런데 정 의원이 언급한 수치는 미국 경제매체인 블룸버그의 분석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하루 평균 3만2000명에게 접종하는 속도대로라면 집단면역 달성까지는 6년 4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외신의 분석을 그대로 인용한 것인데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며 되려 몰아세우는 모습이다.

블룸버그가 예상한 집단면역 달성 기간은 줄고 있는 추세다. 집단면역은 전체 국민 75% 이상이 항체를 갖게되는 것을 말하는데, 지난 20일 기준으로는 4년, 22일 기준으로는 2년7개월로 줄었다. 하루 평균 백신 접종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주요국과 비교해선 여전히 속도가 느리다. 이날 기준 미국의 경우 유럽연합(EU) 7개월, 미국 3개월, 영국 4개월로 1년 이내다.

블룸버그는 22일(현지시간) 한국의 하루 평균 접종자 수는 7만6000명 정도로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데 까지 2년 7월이 걸린 다고 추산했다. 지난 11일엔 6년4개월, 20일엔 4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② "日보다 접종률 높다, 美·英보다 사망자 적다"…경제정상화는 무관심

윤 의원은 또 "'일본은 백신을 구했는데 왜 우리는 못 구하냐'고 하는데 이것도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했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미국 방문 중인 지난 17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전화해 72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자, 야당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스가 총리처럼 왜 성과를 내지 못하느냐고 비판한데 따른 것이다.

윤 의원이 그러면서 예로 든 것이 1회 백신 접종률이다. 윤 의원은 "일본의 경우 1회 접종률이 1% 밖에 안된다.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한국의 백신 1차 접종률은 3.4%며, 일본은 1.1%다. 그러나 이스라엘 59.3%, 영국 49.6%, 미국 40.5%와 비교해 이를 한참 밑도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

윤 의원은 "코로나 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수치는 사망자 수"라며 "인구 100만명 기준으로 봤을 때 사망자 숫자를 보면 백신접종률이 가장 높다고 하는 미국의 경우 1700여명이 사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100만명 기준으로. 영국은 1876명이고 이스라엘은 725명"이라며 "우리는 34명"이라고 했다. 그는 "물론 잘했다 이런 게 아니다"라며 "나름 방역과 백신 접종을 안정적으로 관리해가고 있다. 더디지만 차분하게 기다려주시면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윤 의원의 주장은 코로나 피해가 컸던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이 빠른 백신 접종을 통해 경제정상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집단면역 달성에 근접한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자의 해외여행을 허용하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확진자 수 줄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최근 들어 코로나 확진자 수가 하루 700명대를 넘어서면서 4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낮은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가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WSJ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백신 접종이 느린 아시아가 경제회복 기회를 낭비하다’(Slow-vaccinating Asia is squandering its economic advantages)란 기사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코로나 사태 확산을 효과적으로 방어했으나 백신 확보에 늦어지며 경제 회복에 이르는 속도는 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언론이 백신 불안감 조장한다"…낙관론 일색 과거 발언 반성 없어

정부 여당은 '백신 늦장 확보' 논란을 정확한 근거없이 가짜뉴스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정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백신 확보와 접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마치 우리가 백신 확보가 안돼 국민들의 건강, 코로나19 극복에 여러가지 무신경한 것처럼 가짜뉴스가 전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기사) 제목을 잘못 뽑았다. 오늘 정정요청을 할 작정"이라고 했다.

낮은 백신 접종률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언론의 보도행태 때문이라는 게 김 후보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태도는 그동안 정부가 보여줬던 낙관론 일변의 태도와는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은 앞서 정부의 백신 확보 지연 논란이 제기된 지난해 11월 당시 당시 "우리나라는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백신이 급하지 않다" "화이자·모더나는 가격도 비싸다"는 주장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충분한 백신 물량이 확보됐다"며 "접종 시기, 집단 면역 형성 시기가 다른 나라들보다 결코 늦지 않고 오히려 빠를 것"이라고 했다

향후 백신 확보 전망에 대해서도 여권은 헛다리를 짚고 있다. "가짜 뉴스가 국민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한 윤 위원장은 "4월20일 현재 약 170만회분, 164만명이 접종을 완료했고 4월 말까지 140만명의 추가 접종을 통해 300만명 이상이 접종을 완료할 예정"이라며 "정부는 미국과 백신 스와프 등으로 추가 수급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백신 스와프 요청에 대해 미국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현 단계에서 국내 백신 접종에 우선 순위를 두고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는 미국 국민에게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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