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街] 잉카제국의 숨결이 화폭에..콜롬비아 추상화 '바람의 구멍'展

이슬기 기자 2021. 4. 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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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의 고대 문명을 다룬 미술 작품은 한국에서는 생소한 영역이다.

멕시코의 프리다 칼로나 '남미의 피카소'로 불리는 콜롬비아 출신 페르난도 보테로는 국내에서 여러 차례 소개됐지만, 남미 토착민 출신의 추상화 작가는 쉬이 접하기 어렵다.

고대 잉카 제국 직계 후손인 '잉가' 공동체 출신이자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세계적 미술가 까를로스 하까나미호이(1964~)의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접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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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를로스 하까나미호이 <바람의 구멍> 회화전.

라틴아메리카의 고대 문명을 다룬 미술 작품은 한국에서는 생소한 영역이다. 멕시코의 프리다 칼로나 ‘남미의 피카소’로 불리는 콜롬비아 출신 페르난도 보테로는 국내에서 여러 차례 소개됐지만, 남미 토착민 출신의 추상화 작가는 쉬이 접하기 어렵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재단)과 주한콜롬비아대사관이 공동으로 개최한 회화전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고대 잉카 제국 직계 후손인 '잉가' 공동체 출신이자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세계적 미술가 까를로스 하까나미호이(1964~)의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접할 수 있어서다. 미국과 스페인, 중국, 스위스에서는 잉카 문명의 전통과 토착적 세계관을 표현한 작가로 잘 알려져있다.

전시회에서는 잉가 선조들의 전통 및 자연에 대한 경외를 담은 유화 13점과 아크릴작품 1점을 만날 수 있다. 너비 10m·높이 184cm에 달하는 거대한 캔버스가 관객을 압도한다. 전시회 주제이자 대표 작품인 '바람의 구멍'은 생명의 숨결과 상호 교류라는 의미를 담은 유화다. 인디오 샤먼(주술사)이었던 작가의 부친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만나 전통 의술에 따라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는 장면을 직접 보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가 주목받는 것은 사회적 약자로서 하까나미호이의 경험과 철학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그는 서구 제국주의의 폭력과 백인 중심의 인종주의 속에 어린시절 토착민으로서 차별을 겪었다. 이러한 경험은 '이분법적 구분 해체'와 '다양한 정체성'을 존중하는 작가의 예술 세계와도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특정 인종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횡행하는 상황과도 접점을 찾을만한 대목이다.

하까나미호이는 22일 화상으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어린시절 잉가 출신 토착민이라는 뿌리때문에 차별을 많이 당했다"며 "그런 경험이 오히려 나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선조들의 전통을 피하지 않게 만들었다"고 했다. 또 "이분법적·이성적 관점으로 보면 작품을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관점에서 문화와 인종, 가치관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편협한 생각을 벗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가 인터뷰와 남미 토착민의 삶, 인종차별에 관한 영상도 선보인다. KF갤러리 공식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서도 온라인 전시 연계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후안 까를로스 카이자 로제로 주한콜롬비아대사는 “이번 전시회는 2022년 수교 60주년을 앞둔 한국과 콜롬비아 간 문화 교류의 깊이를 더해줄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문화와 전통이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정체성이 공존하는 콜롬비아에 대한 한국민의 이해를 돕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이달 20일부터 6월 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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