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 '분리매각' 추진 가닥
인수합병(M&A) 땐 라이선스 프리미엄
씨티그룹은 지난 15일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태평양지역 13국에서 소매금융에 대한 출구전략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방식이나 목표 시한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 중 기업금융 등 투자은행(IB) 기능은 그대로 남기고 소매금융 사업만 중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현재로서는 자산관리(WM), 신용카드 등 소매금융 사업 각 부문을 별도로 매각하는 '분리매각'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국내 소매금융 점포는 전국 36곳이다.
씨티그룹이 한국과 함께 소매금융 철수를 밝힌 호주에서 이 같은 방식을 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의사가 있는 금융지주사가 나설 경우 소매금융사업을 통째로 매각하는 방식도 검토될 순 있지만 다른 은행에 비해 고연봉 체계의 현 인력구조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한국씨티은행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 1억1200만원으로 은행권 최고 수준이다. 아울러 시중은행 대부분이 노사 합의로 폐기한 퇴직금누진제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임직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씨티은행 소매금융 부문의 가치는 1조~ 1조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매각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앞서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최근 노조와 만나 "현재까지 인수를 희망하는 곳은 없다"고 언급했다.
고연봉과 퇴직금누진제 등의 문제로 인수합병(M&A·mergers and acquisitions) 보다는 자산과 부채만 떼어내어 인수하는 자산부채이전(P&A·Purchase & Assumption) 방식을 추진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P&A방식은 인수자가 사실상 은행으로 한정돼 매각 절차가 간단하다. 이에 반해 소매금융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 내 매각한다면 증권(미래에셋그룹, 한국금융지주), 보험사(교보생명), 저축은행 등도 인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씨티그룹 입장에서는 은행업 라이선스 프리미엄까지 챙길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감독당국이 M&A를 통해 은행이 더 이상 늘어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터라, P&A 방식으로 매각이 추진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만약 매각이 불발되면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청산 수순을 밟아야 한다. 노조측에서 가장 꺼려하는 방법 중 하나로, 지난 2013년 국내에서 HSBC 은행이 소매금융 업무를 중단하며 지점 11곳 중 10곳을 폐쇄하고 기업금융을 맡은 본점만 남긴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청산 인력이 2500명에 달한다. 지난 2014년의 경우 600명을 희망퇴직시키면서 기본퇴직금 외에 특별퇴직금 명목으로 최대 60개월치 급여를 보장, 같은 방식을 취한다고 가정할 경우 인력 구조조정에만 1조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출구전략 방안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면서 "가능한 모든 실행방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구체적인 철수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부문 철수와 관련해 본격적인 점검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의 철수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시 금융시장 불안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고, 감독당국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스탠다드차타드와 일본 미쓰비시금융그룹, 싱가포르 DBS은행 등이 미국 씨티그룹의 아시아지역 소매금융사업을 인수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21일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씨티그룹의 아시아지역 소매금융사업 매각절차가 몇 주 안에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스탠다드차타드와 미쓰비시금융그룹, DBS은행, 싱가포르 OCBC은행 등이 씨티그룹의 아시아지역 소매금융사업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ifyouar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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