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임대주택 실험 "멈춰!"

최상현 기자 2021. 4. 2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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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부의 임대주택 실험에 무주택 서민이 희생돼야 합니까? 임대와 분양을 한번에 해결해준다는 말을 믿고 10년 공공임대에 들어갔는데, 결국 값비싼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집을 비워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게다가 정부가 임대주택 실험에 골몰하는 동안 임대주택의 질은 꾸준히 하락해왔다.

더 이상의 무리한 임대주택 실험을 멈추고 본래의 목적인 주거약자 보호로 돌아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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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부의 임대주택 실험에 무주택 서민이 희생돼야 합니까? 임대와 분양을 한번에 해결해준다는 말을 믿고 10년 공공임대에 들어갔는데, 결국 값비싼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집을 비워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최근 10년 공공임대 조기 분양전환을 포기했다는 천안 LH천년나무7단지 임차인의 말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도입된 이 제도는 분양전환 시점의 감정평가액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구조다. 최근 집값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오른 탓에 서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분양가가 책정되고 말았다.

이러한 부작용을 인정하고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더 이상 10년 공공임대 신규 인허가를 중단했지만, 이미 들어간 임차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주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임대주택 실험’이 문재인 정부 들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임대차법 개정과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며 일시적 주거 약자가 대거 발생하자, 이들을 모두 공공 임대주택에 수용하겠다고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9일 정부가 발표한 ‘전세대책’에는 이러한 실험 정신이 고스란히 반영돼있다. 호텔이나 상가, 오피스 등을 개조해 전셋집을 만드는가 하면, 국가가 임대인과 전세계약을 맺고 이를 다시 임대주택으로 제공하겠다는 ‘겹전세’도 등장했다.

민간 건설업자와의 매입약정 계약 규모도 늘려 신축 전세주택도 다량 확보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중산층도 거주하고 싶은 공공전세를 만들겠다"면서 2022년까지 11만4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기본주택 실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적정 수준의 임대료를 내면서 평생 거주할 수 있는 공공 임대주택을 ‘꼭지를 돌리면 나오는 수돗물처럼’ 보편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이라는 상품은 수돗물처럼 지하에서 솟아나지 않고, 빵처럼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십만 가구의 임대주택이 새로 생겨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 풀려야 할 민간 주택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해 수백대 일 경쟁률의 청약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말이다.

게다가 정부가 임대주택 실험에 골몰하는 동안 임대주택의 질은 꾸준히 하락해왔다. 사전 답사를 온 임차인들에게 쓰레기장처럼 방치된 빈집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고, 매입 후 몇년 만에 붕괴 위험 판정을 받은 임대주택도 있을 정도다.

더 이상의 무리한 임대주택 실험을 멈추고 본래의 목적인 주거약자 보호로 돌아가달라. 임대주택이 반드시 필요한 하위 20%에 집중하고, 나머지 상위 80%는 민간임대 시장에서 각자의 수준에 맞는 집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는 6월 도입을 앞둔 전월세신고제 뿐만 아니라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민간임대사업자 제도에 이르기까지 그간 전세대란의 근원이 된 규제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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