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부작용, 정부가 책임?.. 인과관계 입증이 관건

전문가 "조사반, 인과관계 판단 소극적"

"접종 늘리려면 피해보상 적극 나서야"

올해 초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접종 부작용에 대한 보상 방침을 밝힌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사지마비, 뇌출혈, 심근경색 등 증상을 보인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기 위해선 이상증상과 백신 접종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해 난항이 예상된다.

만 75세 이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일 오전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지역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을 마친 시민이 이상반응 관찰 공간에서 대기하고 있다.

지난 2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AZ 접종 후 사지마비가 온 간호조무사의 남편입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의료인인 아내는 우선 접종 대상자였다. AZ백신 접종을 한 뒤 정부 말만 믿고 진통제를 먹어가며 일했다"며 "그런데 접종 후 19일만에 사지가 마비돼 병원에 입원했다"고 썼다.

청원 글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A씨는 병원으로부터 급성파종성뇌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6개월에서 1년가량 치료를 해야 하지만 장애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청원인은 그러면서 간병·치료비 국가 보상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정부, 보건소, 질병관리청 중) 누구 하나 피해자를 안심시켜주는 곳은 없었다"며 "서민이 일주일에 400만원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 보건소에서는 치료가 모두 끝난 다음 일괄 청구하라고 하는데, 심사 기간은 120일이나 걸린다고 한다"고 적었다.

22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총 1만2732건의 이상반응이 신고됐다. 대부분 근육통·두통·발열·메스꺼움 등 가벼운 경증이다.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는 누적 131건, 이외에 중증 이상반응 의심사례는 누적 37건이다. 이 가운데 중환자실 입원은 29건으로 집계됐다.

앞서 한 70대 노인은 지난 6일 AZ백신 접종 후 고열에 시달리다 이틀 뒤인 지난 8일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그는 심혈관 계통의 기저질환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도 기저질환이 없던 20대 공무원이 AZ 접종 후 극심한 두통을 보이다 오른쪽 팔과 다리가 마비되는 뇌출혈 증상이 나타나 수술을 받았다.

22일 오전 청와대 홈페이지에 ‘AZ 접종 후 사지 마비가 온 간호조무사의 남편입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와 5만7289명의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피해보상을 받으려면 ‘인과관계 입증’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모든 백신은 부작용이 있다. 그런 경우 우리 한국 정부가 전적으로 부작용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다. 염려는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사지마비가 된 간호조무사 A씨를 직접 언급하면서 지원책 검토 지시를 내렸다. 방역 당국도 코로나 예방 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부터 부작용 피해보상제를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백신 접종 후 신체에 이상반응이 나타난다면 의료기관에 신고할 수 있지만, 피해에 따른 보상금을 모두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의 경우, 이상증상으로 피해보상을 받은 사례는 최근 10년(2011년~2020년 9월)동안 총 35건에 불과했다. 심의 신청을 했으나 기각된 사례는 118건이었다. 이상증상이 백신 접종 때문에 나타났다는 것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추진단에 따르면 현재 피해조사반 조사에서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는 단 7건뿐이다. 이마저도 오는 27일 처음으로 열리는 피해보상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상 여부와 보상 규모가 결정돼야 지급 절차를 밟을 수 있다.

AZ백신 접종 후 사지마비로 병원에 입원한 간호조무사의 남편은 앞서 게시한 국민청원 글에서 "정부는 ‘(백신 접종 이상반응에 관한) 해외 사례는 있지만 인과성은 인정되지 않았다’며 억장을 무너뜨렸다"며 "의학 지식이 없는 일반 국민이 그 인과관계를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 것이냐"고 썼다.

전문가들은 접종률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피해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과성에 대해 조사반이 너무 인색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국가 정책에 따라 부작용을 감수하고 접종에 참여했으니, 인과관계가 애매한 경우까지 폭넓혀 피해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A씨가 진단받은 급성파종성뇌척수염은 백신 접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중 특별히 관심 있게 봐야할 중증 부작용으로 꼽힌다"며 "국민들에게 접종을 강요해놓고 내버려둔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끔 적극적으로 피해보상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정부를 믿고 접종률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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