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부인 옆에 다른 남자"..'저질 문구' 반복에 "건설노동자 무시 처사"
[경향신문]
“사고가 나면 당신의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 있고 당신의 보상금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
2016년 대구의 현대건설 아파트 공사현장, 2019년 경기도 중흥건설 아파트 현장, 지난달 부산의 태영건설 공사현장에 걸렸던 문구다. 건설노동자에게 안전에 유의하라는 취지로 게시된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달 초 2030 조합원 7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이런 문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라는 질문(기타 답변 제외)에 ‘건설노동자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답변이 절반 가까이(49.6%) 차지했다. ‘자괴감이 든다’(9.3%), ‘여성 차별 문제가 있다’(5.2%)라는 답변을 더하면 10명 중 6명 이상(64.1%)이 해당 문구에 비판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확 와닿는 문구’라는 답변은 19.7%였다.
건설노조는 이날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 기자회견에서 “해당 문구는 건설노동자 비하, 여성 비하, 안전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 등 문제가 있다”며 “사회적 공분에도 이 문구가 반복해 등장하는 이유는 건설사의 천박한 노동관, 수준 낮은 여성관, 파렴치한 안전에 대한 인식이 그 배경”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건설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저질 문구가 아닌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건설사들이 가입된 대한건설협회에 시정 권고를 내려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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