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도 코로나는 쓰나미같다" 하루 감염자 세계 최다 기록

장은교 기자 2021. 4. 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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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도에서 코로나19 하루 신규 감염자 수가 22일 31만명을 넘어 세계 최다 기록을 세웠다. 3월 중순부터 2차 대유행이 시작된 인도는 병상과 의료용 산소가 바닥 나 환자들이 거리로 나오거나 SNS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사망자도 급증해 묘지도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쓰나미’처럼 인도를 덮친 상황에서 모든 의료·복지 체제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도 뉴델리의 한 병원 앞에서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슬픈 표정으로 앉아있다. 뉴델리|AP연합뉴스

인도 신문 비즈니스 스탠다드는 이날 보건가족복지부 발표를 인용해 “22일 오전 기준 24시간 이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의 수가 31만4835명으로 집계됐다”며 “세계 최다 기록”이라고 전했다. 종전 최다 기록은 미국이었다. 실시간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 기준으로 미국에서 지난 1월 하루만에 30만7581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539만명이 넘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다. 22일 인도의 하루 사망자 수도 2104명을 넘어 최다 기록을 세웠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전국에 빠르게 퍼지면서 인도는 보건의료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됐다. 뉴델리 질병역학경제정책센터의 라마난 락스미나라얀 소장은 CNN에 “쓰나미와 같은 상황”이라며 “모든 것이 통제 불능”이라고 말했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데만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하고, 병원 침대는 동났다. 보건당국은 호텔, 학교, 스포츠센터 등 가용한 공간을 모두 치료센터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밀려는 환자를 수용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현지 의료진들은 말했다. 아빈드 케지리왈 뉴델리주 총리는 지난 19일 “우리의 의료시스템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어떤 시스템도 환자를 무제한 수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케지리왈 주총리는 시민들에게 “이 도시를 사람들이 도로에서 죽어가는 곳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제발 외출과 이동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의료시스템 마비는 곳곳에서 끔찍한 현실로 들어나고 있다. 인도 NDTV 방송은 21일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의 한 병원에서 의료용 산고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해 코로나19로 입원중이던 환자 22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에겐 의료용 산소공급이 절실하다. 마하라슈트라주 기준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매일 1550MT의 산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주 정부에서 생산하고 있는 산소량은 1250MT에 불과하다.

병원이 아수라장이 되자, 환자 가족들은 SNS에 상황을 알려 직접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뭄바이에 사는 아닐 티와리는 지난 주 58세인 어머니가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중환자실 침대를 배정받지 못하자, 트위터에 도움을 호소했다. 그의 어머니는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겨우 침상을 확보했지만, 산소공급이 부족해 호흡곤란을 겪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그의 아버지는 지난해 11월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났다. CNN은 “코로나19 치료제로 알려진 렘데르시비르 주사값이 크게 올랐으며, 트위터 등 암시장을 통해 거래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환자들이 직접 산소통을 찾아 거리를 헤매기도 하고, 병원에서 진정제가 떨어져 침대에 환자를 묶어놓고 기도삽관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인도 벵갈루루에 있는 한 병원에서 병원 직원이 의료용 산소통을 점검하고 있다. 벵갈루루|EPA연합뉴스


인도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는 지난 겨울 너무 빨리 방역조치를 완화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질병경제역학정책센터의 라마난 락스미나라얀 소장은 “코로나 1차 대유행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1차를 능가한 2차 대유행은 인간들의 안이한 대처가 만들어내 상황”이라고 말했다. 1차 유행이 감소추세를 보이자 인도에선 스포츠 경기와 대규모 모임, 영화관 등이 다시 문을 열었다. 순례자들의 축제인 ‘쿰브 멜라’를 위해 수백만명의 인도인들이 모여 기도를 하고 갠지스강에서 몸을 씻는 의식을 진행한 것도 2차 대유행을 확산시킨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일 “온나라가 코로나19와 큰 전투를 벌이고 있다”며 방역지침을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쿰브 멜라’를 제한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만 했을뿐, 더 강력한 지침을 내놓진 못했다. 인도 정부에선 2차 대유행이 시작하기 직전인 지난 3월 초 “대유행이 끝났다”는 선언이 나오기도 했다.

인도는 1억3000만회분의 백신을 투여했으나, 아직 인구의 8% 정도에 불과하다. 오는 5월부터 모든 성인에게 접종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백신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에는 기존 바이러스 외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전파력이 더 강해진 변이 바이러스도 창궐하고 있고, 특히 40세 이하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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