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민주당, 종부세법 논의조차 거부했다..말로만 4·7 재보선 반성

김명지 기자 2021. 4. 2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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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재위 조세소위 파행

野 "종부세 감면 세법 논의하자"

與 "당론 정해진 것 없어" 반대로 정회

4·7 재보선 정책 전환 놓고 민주당 혼선 탓

4·7 재·보궐선거 이후 처음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가 22일 파행했다.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 감면 관련 법안 상정을 요구한 국민의힘의 제안을 더불어민주당이 거절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이에 항의하며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원회에서 세무사법 개정 논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하자 고용진 소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하고 있다

기재위 국민의힘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이날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에서 세무사법 뿐만 아니라 종부세 개정안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이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류 의원은 "소위 안건은 당일 상정도 가능하기 때문에 (종부세법을 상정해 논의하기 위해) 계속 민주당과 협상 중"이라며 "(종부세법 논의를 위한) 소위를 열 시간이 많지 않아 계속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는 '세무사법 개정안' 하나만 상정됐다. 세무사법은 변호사의 세무 대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국회 기재위와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간사는 이날 조세소위를 앞두고 '종부세법 개정안' 등 부동산 세금 감면 관련 법안 상정 여부를 두고 협상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지난 4.7 재보궐 선거로 부동산 민심이 확인된 만큼 정책위 차원에서 법 개정에 나서기로 방향을 잡고 법안 상정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민주당 측에서 거절했다고 한다.

민주당 간사인 고용진 의원은 "(종부세와 관련해) 당의 입장도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이고, 청와대와 조율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법안 상정을 거절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패배로 확인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지난 19일 부동산 특위를 출범시키는 듯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이렇다할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번주 초까지만 해도 당 내에서는 종부세와 재산세 등 부동산 세금을 깎아주고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이 적극 검토된 것으로 보였다.

국회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적용 대상을 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려 상위 1~2%만 세금을 내도록 하는 종부세법·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재명 경지지사는 지난 20일 "실거주용 1주택 또는 2주택에 대해선 생필품에 준하는 보호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지난 21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종부세는 부유세 성격을 갖고 있는데 부유세가 중산층으로까지 확장되면 세목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했다.

◇ 종부세 낮추겠다더니 "부자감세 안돼" 제동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선거 참패 요인 중 하나가 부동산 세금에 대한 ‘조세 저항’이라고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그런데 오는 5월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 강경파 의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제동이 걸렸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정책조정위원회에서 "민주당과 정부는 2·4 대책 이후 어렵게 안정세를 찾아가는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지 않게 노력하겠다"면서 "규제완화, 세제 등을 점검해 (부동산 시장) 안정세에 기초해 (보완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책 전환을 하지 않고, 부동산 시장 상황을 봐서 천천히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당권주자인 우원식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성급한 백가쟁명식 부동산 처방, 또 다시 신뢰만 무너뜨린다'는 글을 올리고 "종부세 부과 대상은 전체의 3%인데, 3%를 위해 나머지 국민들에게 집값잡기를 포기했다는 체념을 안겨드릴 순 없다"며 "선거 패배의 원인은 집값 급등이지 '세금폭탄'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올해 국민들에게 부과될 종부세를 감면하려면, 법 개정까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6월 1일 공시가격 기준으로 부과될 예정인 인상된 종부세율을 2020년 법 개정 이전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염두에 두고 준비 중이다.

아무리 늦어도 5월 중에는 종부세 감면 관련 법 개정을 마쳐야, 시행령 등 부칙 개정을 통해 올해 부과될 종부세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을 이끌어가야 할 민주당이 당내 정책 혼선으로 오히려 정책에 혼란만 가져오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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