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챙기느라?..코로나發 실직 충격, 기혼 여성이 남성보다 4배 더 컸다
KDI '코로나19 고용충격의 성별격차와 시사점' 보고서
기혼여성, '실업'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이행률 높아
"영유아 중심 현행 돌봄 정책, 초등학생 이상도 포괄해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성 취업자 수가 남성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줄었는데, 이는 학교 폐쇄로 인한 자녀 돌봄 부담의 증가와 여성 취업자 수가 많은 서비스업의 타격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을 확률이 높은 연령층인 39~44세 기혼 여성이 취업 상태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진입하는 경우가 기혼 남성에 비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취업 상태였던 기혼 여성이 육아 등의 이유로 비경제활동 인구로 전환할 확률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2.0%P(포인트) 높아졌다. 기혼 남성이 코로나 사태 후 비경활인구로 전환될 확률 상승폭(0.52%P)에 비해 4배 가량 더 컸다. 육아로 인해 직업을 상실할 확률이 여성들에게 그만큼 더 컸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2일 발표한 ‘코로나19 고용충격의 성별격차와 시사점’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화되는 시점에 여성 고용에 대한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 초기인 지난해 3월 핵심노동연령(25~54세)의 여성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4만1000명 감소했는데, 이는 남성취업자 수 감소폭인 32만7000명보다 21만4000명 많았다.
KDI는 취업자가 실업과 비경제활동으로 이행할 확률을 분석해 성별 고용격차의 요인을 따져봤다. 실업은 취업 의사를 가지고 구직활동을 지속하는 경우로 대면 서비스업의 노동 수요 감소 등 수요측 요인을 반영하고, 비경제활동은 스스로 경제활동을 중단한 경우로 노동 공급 충격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KDI는 이를 감안해 노동 수요를 반영하는 업종 효과를 분리해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취업 상태에서 실업으로 이행되는 확률에서 성별 격차는 업종 효과로 대부분 설명돼 노동 수요가 주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비경제활동으로의 이행 확률은 업종 효과로 설명되는 부분이 3분의 1 정도에 불과, 자발적인 경제활동 중단을 반영하는 노동 공급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에서 실업으로 전환된 확률은 업종 통제 전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0.6%P(포인트) 높았으나, 업종 효과를 통제하자 성별 격차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수준까지 줄었다. 여성의 상대적으로 높은 실직 확률이 남녀 간 업종의 차이에서 대부분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취업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된 확률은 업종 효과를 통제하더라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1.0%P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KDI는 "이는 남녀 간 업종의 차이만으로는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KDI는 노동 수요 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성별 격차가 학교 폐쇄로 인한 가정 내 자녀돌봄의 증가에 따른 것인지 분석하기 위해 연령별 분석 방법을 사용했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을 확률이 높은 39~44세 집단에서 취업에서 비경제활동으로 이행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학교 폐쇄가 여성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주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의 지난해 1학기 개학이 여러 차례 연기됐다. 학기 시작 이후에도 대면 수업과 비대면 원격수업이 병행됐다. 이에 따라 가정 내 돌봄과 학습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자녀양육을 포함한 가사노동을 주로 맡고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의 2019년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양부모 가구에서 가사노동 시간은 남편(1시간 14분)보다 아내(5시간 12분)가 4배 이상 많았다. 맞벌이 가구에서도 아내(3시간 7분)가 남편(54분)보다 가사노동에 세배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있었다.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위기에서 부각된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과 그로 인한 여성 노동 공급의 제약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수행돼야 한다"며 "영유아 중심의 현행 돌봄지원정책이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도 충분히 포괄할 수 있도록 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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