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중국 추종하며 미국 신뢰 얻을 순 없다

기자 2021. 4. 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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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가 또 한 번 공전의 어려움에 함몰되고 있다.

중국도 미국이 신냉전과 내정간섭으로 중국을 압박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한미동맹이 안보와 경제적 효용성을 축으로 민주·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하는 기후정상회의 참가와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반도체 동맹 결성이나 백신 스와프 등 산적한 문제가 있는 민감한 시기에 중국 주도의 보아오 포럼 참가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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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지역연구센터장

한국 외교가 또 한 번 공전의 어려움에 함몰되고 있다. 미·중 관계는 통상 분쟁과 기술 전쟁에 인권 등 보편 가치 논쟁이 본격화하면서 체제 갈등으로 확전 양상이다. 남북 관계 역시 북한의 무시 속에서 불통 국면이며, 한·일 갈등도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 이런 악조건을 뚫고 안보와 경제발전, 한반도 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한국의 고민은 깊어 간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 정책을 계승하면서 미국 주도의 제도와 규범 정립을 통해 국제사회가 중국을 상대하는 정책을 펼치려 한다. 지난달 발표한 ‘잠정 국가안보전략(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y)’ 보고서에서 중국을 ‘경제·외교·군사·기술력을 결합해 안정적이고 열린 국제 체계에 계속 도전하는 유일 경쟁자’로 지목하며 ‘중국 견제’를 외교의 핵심으로 천명했고, 이를 위해 민주동맹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도 미국이 신냉전과 내정간섭으로 중국을 압박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한미동맹이 안보와 경제적 효용성을 축으로 민주·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미동맹을 ‘세계사에 유례없는 동맹 성공의 모범’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보아오 포럼의 문 대통령 영상 메시지는 이러한 평가에 혼란을 초래했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하는 기후정상회의 참가와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반도체 동맹 결성이나 백신 스와프 등 산적한 문제가 있는 민감한 시기에 중국 주도의 보아오 포럼 참가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미·중 사이 균형 외교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지만, 보아오 포럼은 이미 중국의 정책 선전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글로벌 거버넌스와 일대일로 협력의 강화’라는 의제에서도 드러나듯 중국 중심의 질서 재편을 강조하는 포럼이었기 때문이다.

또, 여전히 중국의 정책 용어들을 사용함으로써 한미동맹의 근간을 부정하는 듯한 오해를 증폭시키고 있다. ‘인류 공동 운명체’나 ‘한·중 운명 공동체’라는 말도 모자라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중국식 외교 수사를 그대로 인용했다. 중국이 자국의 제도와 가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국가에 대해 사용하는 용어를 한국 대통령이 그대로 인용하는 것 자체가 중국 입장에 동조한다는 메시지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이 한·미 관계의 근간이라면 동맹 지위에 맞는 언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문 대통령이 방미를 앞두고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트럼프 시기의 대북정책’ 계승을 강조한 것 역시 좋은 접근이 아니다. 또, 한미동맹과 한·중 협력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성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한·미 관계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북핵 공동 대응 등 동맹 유지의 공유 면이 많지만, 한·중 관계는 제도와 가치 등의 측면에서 아직 그렇지 못하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을 바탕으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접근하는 어설프고 기계적인 전략적 모호성은 이제 유용하지 않다. 국익을 앞세운 최소한의 전략적 자율성이라도 확보하려면 기대와 희망에 의존하는 대중 접근보다, 그간 양자 협력의 경험과 논의가 충분히 축적된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게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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