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코인 버블과 튤립 광풍의 반면교사

기자 2021. 4. 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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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코인 광풍이다.

지금의 코인 광풍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했던 튤립 버블과 많이 닮았다.

튤립 한 뿌리의 가격이 오늘날 우리 돈으로 약 4500만 원이나 됐다.

네덜란드가 튤립 광풍으로 야기된 금융위기를 겪었지만 연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강의 튼튼한 실물경제 상황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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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가히 코인 광풍이다. 지난 20일 상장된 아로와나토큰(ARW)이 30분 만에 1075배나 급등하고, 도지코인은 3월 말보다 600% 이상 뛰었다. 그 외에 던프로토콜, 스텍스, 엑시인피니티 등 각종 암호화폐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코인 광풍은 국내 4대 암호화폐거래소의 투자예탁금과 이들과 연계된 은행계좌 수의 폭증에서도 드러난다. 투자예탁금이 지난해 말 1조7537억 원에서 올해 2월 말 4조6191억 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고, 은행계좌 수는 133만6425개에서 두 달 만에 250만1769개로 증가했다. 게다가 코인에 대한 ‘빚투’(빚내서 투자)도 늘고 있다. 5대 은행 개인 신용대출 잔액이 4월 들어 전월 말보다 5700억 원 이상 늘었다.

지금의 코인 광풍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했던 튤립 버블과 많이 닮았다. 당시 네덜란드에서 튤립은 커다란 저택과 정원을 꾸미고 싶은 부유층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그 결과 폭증한 수요가 통화량 급증과 맞물려 튤립 버블을 일으켰다. 당시 유럽 교역의 중심 역할을 하던 네덜란드는 일정한 고정률로 외화 표시 주화를 주조했다. 전 세계의 금과 은이 네덜란드로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왔고, 그것이 튤립 가격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렸다. 튤립 한 뿌리의 가격이 오늘날 우리 돈으로 약 4500만 원이나 됐다. 희귀종인 셈페르 아우구스투스는 약 1억5000만 원이 나갔다.

튤립의 가격이 치솟자 네덜란드 국민 대부분이 단기간에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튤립 한 뿌리를 사서 되파는 거래에 뛰어들었다. 집과 공장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돈이 될 만한 것을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 자기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튤립을 사고, 자기 손에 쥐어 보지도 못한 튤립을 그 자리에서 되팔았다. 튤립 광풍이었다. 그러나 결국 투기 열풍이 지나가고 가격이 폭락하면서 튤립시장은 완전히 와해됐다. 많은 사람이 파산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자산시장에서 버블을 일으키는 첫째 요인은 과다한 유동성이다. 코로나 이후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이 주식시장과 암호화폐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암호화폐 가격이 올랐다. 또 다른 요인은 지나친 낙관론이다. 자산의 가격이 계속 오르면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낙관론이 지배한다. 그래서 가격이 오르면 사는 사람들이 생기고, 또 사람들이 사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 그런 가격 추세는 과대평가하는 ‘더 큰 바보’들을 끌어들인다. 그러다가 확장세가 꺾이면 막차 타는 사람은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암호화폐에 대한 열풍은 우리 사회에서 특히 심하다. 비트코인에 대한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13∼20% 높은 것이 이를 보여준다. 투자자의 60%가 2030세대라고 한다. 2030세대들이 암호화폐 투자에 빠지는 것은 취업하기 어려운 데다 ‘벼락거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을 사기 힘들다 보니 빠른 시일에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 때문으로 보인다.

버블은 꺼지게 돼 있다.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네덜란드가 튤립 광풍으로 야기된 금융위기를 겪었지만 연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강의 튼튼한 실물경제 상황 때문이었다. 우리도 기업 활동을 옥죄고 있는 규제들을 과감히 완화 또는 철폐해 질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게 하고 경제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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