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가 쇠락하는 쪽에 베팅 말라" .. 버핏의 20대 투자 명언
필자는 <지난 4월 15일자 조선일보>에 워런 버핏(91)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경제 위기 극복과 투자 성공 비결에 관한 기사를 썼다. 이후 그의 투자법에 관해 더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있어서, 그의 투자 철학과 버크셔 해서웨이 경영 전략을 잘 보여주는 20가지 명언을 추가로 소개한다.
버핏에게 코로나 사태는 그가 본격적으로 버크셔 해서웨이를 경영하기 시작한 56년 동안 겪은 수많은 경제 위기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가 투자 인생 동안 직면한 대표적인 경제 위기를 꼽으면 1973년과 1979년에 발생한 2차례의 오일 쇼크, 1987년 블랙 먼데이(뉴욕 주가 대폭락), 2000년 IT(정보기술) 주가 대폭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대감염 사태이다.
버핏은 이 경제 위기들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을 자신이 가장 소중한 파트너로 생각한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매년 한차례씩 편지 형태로 적어 보냈다. 그가 쓴 주주 편지 가운데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들을 투자 부문과 회사 경영 부문에서 각각 10개씩 골랐다. 해설은 필자의 글이다.
[투자 부문]
① 미국 경제가 쇠락하는 쪽에 돈을 걸지 말라.
버핏의 투자 대상은 대부분 미국 기업이었다. 버핏은 “자본주의의 미덕은 좋은 기업에 자산을 효과적으로 배분(asset allocation)하는 것이며, 시장에 기반한 자산 배분은 다른 어떤 대안보다 대체로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투자 기반이 된 미국 경제에서 이러한 시장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고 있고, 그 덕에 미국 경제가 번영하면서 자신도 투자자로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버핏은 “인류 역사상 미국처럼 건국 후 232년간의 짧은 기간 동안에 인간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배양토는 없었다”고 말했다.
② 나와 내 친구인 찰리 멍거(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는 투자 원금 손실을 극단적으로 기피한다.
주식은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금융투자 상품이다. 버핏은 이와 관련해 2가지 중요한 투자 원칙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첫번째 원칙은 원금을 까먹지 않는 것, 두번째는 첫번째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
③ 평범한 기업(주식)을 싼 값에 사기 보다는 좋은 기업을 제 값 주고 사라.
버핏은 경제 위기가 닥칠 때마다 많은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투자할 주식이나 인수 대상 기업을 고를 때 ①좋은 사업구조와 ②유능하고 정직한 최고경영자(CEO)를 가진 ③서로 다른 분야의 몇몇 소수 회사 주식을 ④매력적인 가격에 ⑤가능하면 지분의 80~100%를 사들여 ⑥평생 보유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볼 때 평범한 기업보다는 우량 기업이 향후 오랜 기간 동안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우량 기업의 주식을 사라고 권했다.
④ 나는 발행 주식 수를 늘리는 경향이 있는 회사에 결코 투자하지 않았다.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인수와 합병(M&A) 등의 이유로 주식 수를 늘리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부당하게 희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았다.
⑤ 나는 (단기) 주가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방법을 모른다.
월스트리트의 수많은 애널리스트들이 단기 주가 예측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보면 제대로 예측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버핏은 비판했다. 그래서 기업이 창출하는 이익의 추이에 근거해 장기적인 투자를 하라고 권했다.
⑥ 나는 향후 수십년간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기업에 집중 투자했다.
⑦ 빚을 내서 주식 투자하지 말라. ‘빚투’는 재앙이 될 수 있다.
버핏은 어릴 적에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이스크림을 팔면서 번 돈을 조금씩 불려 재산을 늘렸던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많은 빚을 내는 레버리지 투자는 큰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순식간에 빚더미에 빠져 평생 동안 빚의 볼모가 되어 살 수도 있다고 보고 경계했다.
⑧ 정말 큰 돈이 되는 기업 인수는 자본 시장이 심각한 경색 현상을 겪으면서 전 산업계가 비관론에 빠져 있을 때에만 생길 수 있다.
버핏은 “농장, 부동산, 기업 같은 생산수단들은 많은 부를 창출해내기 때문에 주식 투자는 장기적으로 총수익이 늘어나는 게임”이라고 봤다. 그래서 “투자자가 ‘S&P 500’ 지수에 속한 기업 가운데 50곳을 골라서 분산투자한 뒤 절대 팔지 않고 오랫 동안 인내하며 기다린다면, 시간이 가면서 배당 수입과 주가 상승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는 이러한 장기적인 흐름 속에서도 단기적으로는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그러므로 불황일 때 기회를 잡아 가격이 떨어진 우량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좋다고 봤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여러 우량 기업들을 인수했는데 “투자자에게 세상의 비관론은 친구이며, 희열은 적”이라고 말했다.
⑨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황금 비가 내릴 때에는 (바느질할 때 손가락에 끼는) 골무가 아니라 양동이를 들이대야 한다.
버핏은 평소에도 소수의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을 썼다. 그래야 투자 대상 기업을 집중적으로 상세히 분석해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기회가 왔다고 확신이 들 때에는 아주 많은 투자금을 한 종목이나 기업 인수에 쓰기도 했다.
⑩ 내 친구 찰리의 조언에 귀를 기울인 덕에 성공할 수 있었다.
버핏은 투자 생활 초기에는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처럼 평범한 기업들을 싼값에 사서 단기에 팔아 큰 매매차익을 냈다. 하지만 친구인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이 “단기 차익 거래 방식은 버크셔 해서웨이를 거대하고 지속적인 투자기업으로 만드는 튼튼한 기초가 되기 어렵다”고 조언하자 이를 받아들여 장기 투자 스타일로 바꾸었다.
[회사 경영 부문]
① 버크셔 해서웨이는 주식회사이지만, 나는 주주들을 사업 파트너로 생각한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대주주이면서 동시에 이사회 의장(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였다. 그는 경영자로서 버크셔 해서웨이를 운영할 때 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이익을 가장 중시하는 주주 위주의 경영을 했다. 그의 모든 경영 전략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에 맞춰져 있다.
② 투자 등 재무 결정은 본사에서 내가 하고, 사업 결정은 전적으로 계열사 사장에 위임한다.
보험사인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사고 후에 대략 1개월~30년에 걸쳐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지급준비금 형태로 보유했다. 버핏은 이 지급준비금을 주식에 투자하거나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해 높은 수익을 냈다.
버핏은 우량 기업을 인수해 자회사로 만든 뒤에 회사의 사업 경영은 전적으로 그 계열사 사장에게 위임했다. 반면 계열사에서 시설-영업 투자 후에 남는 자금은 본사로 송금하도록 했다. 송금 받은 돈을 주식에 투자하거나 새로운 기업을 인수하는 작업은 자신이 친구인 멍거와 상의해 결정했다.
③ 재무 통제형 재벌(conglomerate)은 장기 성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상적 체제이다.
버핏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자산 배분(asset allocation)에 자기 역할을 집중했다. 그는 재무 통제형 대기업 집단이 이러한 목적에 가장 잘 맞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④ 분사(分社)하면 자본 배분의 융통성과 통제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분사하지 않는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계열사 지분을 80~100% 소유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이 계열사들을 버크셔 해서웨이가 재무적으로 직접 통제했다. 몸집이 커져도 버크셔 해서웨이와 별도로 운영되는 기업 혹은 기업 집단은 만들지 않았다.
⑤ 버크셔 해서웨이 실적이 좋은 이유는 각 사업 분야를 운영하는 뛰어난 경영자들 덕택이다.
버핏은 보험-에너지-철도-건축 등 계열사의 사업 경영 실적은 계열사 경영자들의 책임으로, 그 계열사들의 금융 투자 실적은 자신의 책임으로 명확하게 분리시켰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본사의 금융 투자 뿐 아니라 계열사들의 사업 부문에서도 대체로 꾸준히 이익을 냈다.
⑥ 기업 경영에서 현금은 산소와 같은 것이다.
버핏은 다른 경쟁사보다 현금 보유 비중을 매우 높게 유지하는 경영 전략을 썼다. 그리고 경제 위기가 왔을 때 이 현금을 동원해 우량 기업이나 주식을 사들였다.
⑦위험 관리는 매우 중요하므로 CEO가 직접 해야 한다.
사업 구조나 투자 자산의 안전성을 강조한 말이다.
⑧주식 거래가 활발하다고 좋아하는 경영자는 주주들이 자기 회사를 떠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버핏은 기업 CEO들이 자기 회사의 주식이 활발히 거래되면서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비판했다. 좋은 회사라면 주주들이 그 회사 주식을 팔지 않고 오래 보유하기 때문에 주식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고 봤다.
⑨주식 교환을 할 때 내재 가치가 더 큰 자기 주식을 건네주는 바보 경영자들이 허다하다.
버핏은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 주식 교환 보다는, 현금을 주고 인수 대상 기업의 주식을 사는 방식을 선호했다. 상대 회사의 가치(intrinsic business value)를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식 교환이 이뤄져, 높은 가치의 자기 회사 주식을 내주고 낮은 가치의 상대 회사 주식을 받는 사례가 많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자들이 기업의 몸집을 불려 실적을 과시하기 위해 다른 기업 인수와 합병(M&A)을 추진하는 경우 이러한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고 봤다.
⑩잘 못하는 CEO가 이사회 의장까지 겸할 때 그를 교체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버핏은 회사의 경영자들이 주주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과 명성을 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싼 값에 자기 회사의 지분을 다른 회사 주식과 교환하는 사례에 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이런 CEO는 이사회에서 의사 결정을 견제하거나 아예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약 잘 못하는 CEO가 이사회 의장(회장)까지 겸하고 있다면? 교체가 매우 어려워 주주 이익이 침해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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