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법인세 누른 주식 열풍, 부산 수영세무서 작년 세수 1위

전국 128개 세무서 가운데 작년에 가장 많은 세금을 걷은 세무서는 부산 수영세무서로 나타났다고 국세청이 22일 밝혔다. 주식 열풍으로 증권거래세 세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요 금융사와 대기업 세금을 걷는 서울 남대문세무서의 기존 1위 자리를 수영세무서가 가져갔다. 부산 수영세무서의 작년 세수 실적은 코스피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 세금을 걷는 경기 동수원세무서도 앞섰다. 수영세무서는 지난 2015년에도 증권거래세 효과로 세수 1위를 차지했었는데, 5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수영세무서가 작년에 거둬들인 세수는 17조1146억원으로 상위 1위로 집계됐다. 서울 남대문세무서(14조7888억원)와 서울 영등포세무서(10조1128억원)가 뒤를 이었다. 국세청은 “수영세무서는 증권거래세의 비중이 높아 세수가 2019년에 비해 60.9% 증가했고, 순위도 3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고 했다. 작년 불어닥친 주식 열풍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부산 수영구에 주식 투자자가 유독 많았다는 뜻은 아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되팔아 차익을 남긴 투자자가 직접 내지 않고, 세금이 공제된 금액을 투자자가 돌려받는다. 비상장 주식 등을 제외한 증권거래세는 한국예탁결제원이라는 기관이 일괄 납부하는데, 부산 남구 문현동에 있는 예탁결제원의 관할 세무서가 수영세무서다. 증권거래세 95% 이상을 수영세무서가 걷어들이기 때문에 2018년(2위), 2019년(3위)에도 전국 세무서 가운데 세수 실적 순위가 높았는데, 주식 열풍으로 2020년에 1위가 된 것이다. 증권거래세는 예탁결제원이 주식 거래 시점으로부터 한 달 뒤에 납부한다. 2020년 걷은 증권거래세는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이뤄진 거래에 매겨진 세금이다.

작년 증권거래세 세수는 8조4259억원으로 2019년(4조1932억원)의 두배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본사와 SK텔레콤, 한화 등 주요 대기업을 관할하는 남대문세무서의 순위는 2019년 1위에서 작년 2위로 내려갔다.

작년 2위는 경기 동수원세무서였는데 올해 19위로 내려앉았다. 동수원세무서는 수원시 영통구에 본사를 둔 삼성전자 관할 세무서로, 동수원세무서의 세수 실적이 줄어든 것은 삼성전자가 작년에 낸 2019년 귀속분 법인세가 2018년 귀속분에 비해 줄어든 영향이 크다. 법인세는 1년전 실적을 토대로 걷는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동반 부진 여파로 삼성전자의 2019년 영업이익은 27조7685억원으로, 2018년(58조8867억원)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다만 삼성전자의 작년 영업이익은 35조9939억원으로 2019년에 비해 증가했다.

국세청은 이같은 내용의 ‘순위로 보는 세(稅)상’을 포함해 ‘우리동네가게’, ‘통계로 보는 소득’, ‘지도로 만나는 세(稅)상’ 같은 맞춤형 통계를 검색할 수 있도록 국세통계포털(https://tasis.nts.go.kr)을 22일 정오에 개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