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갈수록 뻔한 '정권 방탄처'

이관범 기자 2021. 4. 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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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vs 146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의 평검사 수사 경험 햇수를 각각 합한 수치다.

바꿔말하면 여권이 '검찰개혁의 완성'이라고 자찬한 공수처의 본색이, 결국 '청와대 하명기관' 또는 '권력층 부패 수사 방탄기관'임을 드러내는 '전조'라는 얘기다.

실제로 김진욱 처장, 여운국 차장을 포함한 15명의 공수처 검사 가운데는 제대로 권력 부패 사건을 파헤쳐 본 특수수사 경험자가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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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사회부 차장

‘25년 vs 146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의 평검사 수사 경험 햇수를 각각 합한 수치다. 이와 관련, 공수처는 지난 16일 검사 정원(23명·처장 및 차장 제외)의 약 56%인 부장검사 2명, 평검사 11명 등 총 13명을 임명한 채 수사 체제로 전환했다. 평검사의 수사 평균 경력은 약 2년, 그나마 수사 경험자 수는 고작 3명이다.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부와 비교해 보면 턱없는 수준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1부와 반부패2부는 각각 부장검사 아래 7명과 6명의 수사 검사를 두고 있다. 인원수만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수사 경력을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반부패부의 평검사(부부장급 포함) 수사 경력은 평균 11년, 막내급 검사의 경력 햇수만 해도 7∼8년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대신해 대한민국 부패 수사의 1번지를 자처하게 된 공수처의 검사 공개 모집 결과라고는 믿기 어려운 흥행 성적이다. 공수처의 험난한 운명을 예고하는 목소리가 벌써 심심찮게 들린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베일을 벗은 공수처가 앞으로 ‘종이호랑이’ 취급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적잖다. 심지어 검찰은 물론, 대형 법무법인조차 대놓고 무시하고, 물어뜯으려 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바꿔말하면 여권이 ‘검찰개혁의 완성’이라고 자찬한 공수처의 본색이, 결국 ‘청와대 하명기관’ 또는 ‘권력층 부패 수사 방탄기관’임을 드러내는 ‘전조’라는 얘기다. 실제로 김진욱 처장, 여운국 차장을 포함한 15명의 공수처 검사 가운데는 제대로 권력 부패 사건을 파헤쳐 본 특수수사 경험자가 전무하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중대 사건을 수사하게 되면 검찰총장은 보통 전국에서 특수 수사를 해본 에이스급 검사들을 10∼20명가량 추려서 온전히 해당 수사에만 전념하게 한다”면서 “현재와 같은 공수처의 인적 구조로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공수처가 참담한 흥행 실적을 기록한 데는 김 처장의 언행을 둘러싼 논란도 적잖게 작용했다. 수장인 김 처장이 ‘친정부 성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논란’ 등을 연거푸 자초하면서, 의심은 불신으로 변했다. 특수 수사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검찰 출신 인사들이 공수처 지원을 막판까지 고민했으나 출범하자마자 뿌리째 흔들리는 공수처를 보면서 생각을 접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처장은 흥행 참패를 의식한 것인지, 공수처 검사 13명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최후의 만찬’에 비유하며 “13명 가운데는 무학에 가까운 갈릴리 어부 출신이 많았는데 세상을 바꾸지 않았느냐”며 “13명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특수 수사 경험이 전무한 13명의 지원 동기에 대해 ‘퇴직 후 전관예우’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더욱이 검을 다뤄 본 적이 없는 초심자 손에 쥐여 준 권력 수사의 칼날이 앞으로 어떤 참사를 불러올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는 반응도 나온다. ‘처음부터 태어나면 안 될 기관이었다’는 얘기를 다시 듣지 않으려면 김 처장과 공수처 검사 13명은 앞으로 국민만 바라보고 사심 없이 권력 수사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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