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의 디코드] 테슬라의 미래가 밝지 않은 이유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2021. 4. 22. 11: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지난주 목요일에 ‘[최원석의 디코드]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자동차의 7가지 미래’라는 제목의 글을 썼었는데요. https://www.chosun.com/economy/int_economy/2021/04/15/4I5YZDVB2BHHPK2MSGYF5YCFZ4/

그러면서 글 말미에, 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가 정의하는 자동차)·OTA(Over The Air·차량 기능의 무선 업데이트)를 통한 전기차 성능경쟁이 곧 본격화하겠지만, 그 다음 단계로는 자동차에서도 이전 모바일혁명과 같은 서비스 생태계 폭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애플이 아직 공식적으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음에도 테슬라 등이 애플을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하는 이유라고도 했죠. 오늘은 그 얘기를 더 자세히 해보겠습니다. 지난주 글은 테슬라의 강점, 오늘 글은 테슬라의 약점에 관한 것이 되겠네요.

만약 테슬라의 미래가 밝지 않다면 이유가 뭘까요? 테슬라가 모바일 생태계를 전혀 장악하지 못한채, 전기차(에너지·통신 포함) 생태계만 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에 문제될 일은 아니고요. 애플이 자동차 진출을 발표했을 때, 그래서 애플카의 구체적 계획이 나왔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른바 ‘애플카’는 아직 루머만 난무할 뿐, 애플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게 없지요. 그러나 업계에선 공식 발표도 시간 문제라고 말합니다. 이미 글로벌 시총 1위 기업인 애플 수준에서 크게 미래사업을 일구려면 모빌리티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거죠. 게다가 모빌리티 비즈니스는 ‘모바일 생태계가 자동차로 확장되는 개념’일 가능성이 크지요. 모바일과 별도로 발전하는게 아니고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파크에서 자사 첫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2 프로’를 선보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애플이 13일 공개한 스마트 스피커 ‘홈팟 미니’. 인공지능(AI) 비서인 ‘시리’로 조작해 음악을 듣거나 통화를 할 수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애플이 테슬라에 가장 위협적인 이유는 아이폰 생태계를 자동차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

따라서 기존 자동차 회사보다는 이미 모바일 생태계를 장악한 기업이 모빌리티 시장을 먹는게 더 수월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모바일 시장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을 장악한 유일한 기업이지요. 반면 애플과 함께 모바일 생태계 양대 산맥인 안드로이드 진영은 소프트·하드웨어가 나뉘어져 있습니다. 구글은 OS인 안드로이드, 삼성 등은 하드웨어인 스마트폰 중심이지요. 구글도 하드웨어로, 삼성도 소프트웨어로 영역을 넓히려 했지만 잘 안됐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죠. 게다가 애플은 보유현금이 넘쳐납니다. 회사에 쌓아둘수록 투자자의 주주환원 압력도 강해질 겁니다. 그 큰 돈을 어디에 써야 할까요? 애플이 모빌리티로 자신들의 생태계를 확장하지 않는게 더 이상할 겁니다.

오늘 얘기는 누구나 다 아는 애플카, 하지만 밖에선 그 실체를 잘 모르는 애플카가 왜 테슬라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이야기는 작년 12월22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모델3를 만들던 암울했던 시기, 나는 애플이 테슬라를 (현재 가치의 10분의1 가격으로) 인수할 의향이 있는지 타진하려고 팀 쿡에게 연락했다”며 “(그런데) 그는 그 만남을 거절했다”고 썼습니다. 머스크의 트윗은 그 전날인 21일 ‘애플이 2024년까지 자체 설계한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자율주행 차량을 생산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 뒤에 나온 것이었죠.

저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고 애플카의 미래를 생각해 볼수록, 머스크의 트윗이 매우 의미심장한 내용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은 위세가 하늘을 찌르지만, 테슬라는 모델3를 공개한 2016년부터 양산을 시작한 2019년 중반까지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습니다. 이른바 ‘생산지옥’, 돈은 다 들어갔는데 양산을 못해 현금 회수가 안되는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었죠.

당시 머스크는 정말 테슬라를 팔려고 했을지 모릅니다. 양산이 조금만 더 늦어졌어도 회사가 진짜 망할 수도 있었거든요. 인간은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 진심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그 때 머스크는 분신과도 같은 테슬라를 어디에 팔려고 했나요? 네, 바로 애플이었습니다. 다른 회사가 아니라 애플이었죠.

왜 그랬을까요? 머스크가 보기에 모빌리티 비즈니스 축을 장악할 가장 유력한 후보가 애플이기 때문이었을지 모릅니다. 역으로 말하면, 머스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애플이 모빌리티 사업에 뛰어들면, 테슬라가 맞서기 어려운 상대라고 봤던 것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회사가 망할지 모르는 위기에서, 테슬라가 세상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 애플에 인수되는 것이라고 봤을거라는 얘기죠. 테슬라에 가장 위협적인 적과의 동침을 생각했던 겁니다.

세계 전기차 업계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미국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AFP 연합뉴스

◇애플은 이미 전세계에 ‘단말기’ 16억대 깔았지만, 테슬라 단말기(전기차)는 고작 150만대

애플이 테슬라에 가장 위협적인 이유는 모빌리티 혁명이 일어나면 자동차도 온라인 서비스 생태계 속에서 하나의 단말기로 기능하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전기차도 그런 서비스 생태계의 단말기와 같은 것이 될텐데요. 문제는 모빌리티 시장과 모바일 시장이 별도로 존재하는게 아니라, 결국에는 모바일 생태계 안에 모빌리티 생태계가 추가되면서, 이미 거대한 온라인 서비스 시장이 한층 더 커지는 식이 된다는 겁니다. 즉 모바일 생태계를 이미 장악한 기업이 모빌리티 생태계도 먹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그래서 애플이 무섭고, 애플이 맘먹고 뛰어들었을 때 테슬라에는 쉽지 않은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애플이 다른 IT기업과 다른 점은 ‘완성도 높은 하드웨어 개발에 대한 능력과 그 집착’입니다.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에서 유일하게 하드·소프트웨어 통합 능력을 갖고 있는데요. 아직 이것을 서비스로 연결해 돈을 버는 모델은 미완성이지요. 일단 세상에 깔린 테슬라 차량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현재 150만대 정도 될텐데요. 전세계에는 10억대 이상의 차량이 운행되고 있거든요. 반면에 애플의 기기는 이미 전세계에서 16억5000만대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애플은 이미 모바일 시장에서 거의 범점할 수 없는 수준의 자기완결적 제품·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죠.

여기서 특히 주목할 것이 사용자의 생활 전반에 침투하는 ‘확장성’, 그리고 만족을 넘어 감동을 주는 제품·서비스 ‘완성도’입니다. 애플카가 나오든 어떤 다른 스마트카가 나오든, 서비스가 자동차에서만 구현되는게 아니라 각종 모바일기기와 매끄럽게 연동되는게 중요하죠. 그렇게 해야만 소비자에게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고, 또 공급자에게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개발 여력과 이익창출 능력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시장에서도 그랬지만, 무슨 ‘깜짝 기능’ 하나가 중요한게 아니죠. ‘이런 기능도 됩니다’ ‘이런 서비스도 가능합니다’가 아니라, 그런 기능과 서비스를 사용자가 감동할만큼의 높은 완성도를 갖춰 내놓는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테슬라도 이미 전기차만 파는게 아니라, FSD(풀셀프드라이빙)라는 주행지원 소프트웨어(향후 자율주행이 될 때까지 무료 업데이트를 해준다고 테슬라는 주장)를 1000만원쯤 받고 팔고 있지요. 즉 전기차라는 디바이스를 팔아 돈 벌고, 소프트웨어를 따로 팔아 또 돈 버는 ‘필승의 공식’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거죠.

그런데 이 비즈니스 모델이 자동차 업계에선 새롭지만 모바일 업계에선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애플의 경우 아직은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 수익이 가장 큽니다만, 이와 함께 앱마켓에서 이용자가 개발자에게 지불하는 요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아 또 돈을 벌죠. 하드·소프트 양쪽에서 이익을 챙깁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자체 구독경제까지 강화해 서비스 분야 이익을 계속 늘려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애플카가 앱마켓을 통해 무선 업데이트로 앱을 갱신하는 것은 애플이 이미 오랫동안 갈고닦아온 그 ‘필승의 공식’을 (무선통신으로 연결되고 궁극적으로는 자율주행까지 가능한) 전기차를 통해 실현하는 것일 뿐입니다.

◇애플, 지난 5년간 AI스타트업 25개 인수... 차량 제조 생태계도 애플에 유리한 쪽으로 변화

게다가 애플의 CEO 팀 쿡도 최근 인터뷰에서, 애플카 출시 여부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하면서도 “자동차 산업의 성격이 크게 변하고 있다”고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은 진입장벽 때문에 애를 먹었지만, 자동차산업의 구조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쪽으로 바뀌면서 애플이 더 큰 기회를 맞았다’는 뉘앙스를 담은 것이었죠.

애플카가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점쳐지는 2024~2025년은, 쿡의 말대로 자동차 산업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전기차를 만들어도 대부분 기업이 적자를 보고 있지만, 그 때쯤이면 현재 내연기관차 수준의 마진을 기대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또 애플 제품을 수탁생산해온 폭스콘의 모기업인 대만 홍하이, 그리고 독일 메가서플라이어 보쉬, 캐나다 메가서플라이어 마그나 등이 이미 자체적으로 전기차 양산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홍하이의 전략이 흥미로운데요. 전기차라는 하드웨어만 만드는게 아니라, 어떤 자체 서비스 생태계를 가진 기업이 자신들의 OS를 심으려 할 경우, 그것을 구현해줄 수 있도록 하는 하드·소프트웨어 플랫폼 전체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면 애플 같은 기업이 서비스 생태계의 상층부만 설계하면, 나머진 자기들이 알아서 할 수 있다는 얘기처럼 들렸습니다. 완벽한 실현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자동차를 만들어본 적이 없는 홍하이조차 이런 계획을 얘기하는 실정이라는게 중요합니다.

즉 몇 년 안있으면, 애플처럼 소프트웨어·하드웨어의 설계능력이 출중한 회사가 크게 제조비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도 시장에 대량으로 전기차를 뿌릴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테슬라의 장점으로 배터리관리 능력과 고성능 모터를 꼽기도 하는데요. 디바이스의 배터리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섬세하게 관리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능력은 이미 애플이 세계최고 수준이고요. 모터·인버터 등 전기차의 파워유닛은 일본전산 등 몇몇 기업이 저렴한 가격에 고효율 전동시스템을 세트로 납품해 줄 수도 있을 겁니다. 최근에 대만 홍하이와 일본전산이 제휴를 선언했는데요. 이런 식으로 기존 자동차회사가 아닌 어떤 부품업체 연합에서, OS만 빼고 고객 주문대로 소프트웨어로 무선업데이트가 가능한 전기차를 대량 납품하는게 곧 실현될 겁니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애플카가 처음부터 반드시 완벽한 자율주행기능을 구현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완벽한 자율주행이 안되는 상태로 나와도 소비자에게 충분히 만족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애플은 아이폰과 자동차를, 애플 고객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연결해 쓸 수 있도록만 해도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다루지 않는 테슬라나 기존 자동차 메이커와 크게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죠.

애플 M1칩의 성능과 특성을 설명한 애플의 홍보 그래픽.

◇애플의 최근 신기술이 전부 애플카와의 연동을 염두에 둬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도움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은 2030년 이전에는 누구도 상용화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애플은 이런 전략을 취할 수 있겠죠. 처음에는 아이폰 등 자사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매끄럽게 연동하는 폐쇄적 생태계에 애플카라는 큰 카테고리를 집어 넣습니다. 그리고 제한적인 자율주행기능만 탑재합니다. 그 대신 소비자가 완성도 높은 모바일·모빌리티 통합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거죠. 자율주행 기능은 향후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향상시켜 나가면 됩니다.

이미 애플은 2019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드라이브AI’를 인수했죠. 애플은 지난 5년간 거대 IT기업 중에서도 가장 많은 25개의 AI기업을 인수했습니다. 팀 쿡이 최근에 “자율주행차는 본질적으로 AI로봇”이라고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런 행보는 애플카를 염두에 둔 포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플이 애플워치를 내놓은 것도 애플카와 연결을 생각한 것일지 모릅니다. 지금의 애플워치는 살짝 어중간하죠. 애플 팬에게 아이폰은 필수이지만, 애플워치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폰이 있는데 애플워치까지 손목에 차는게 좀 번거롭기도 할겁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IoT) 시대로 가게 되면 스마트폰도 사라진다는 얘기가 있죠. 그러면 아예 손목에 차는 디바이스, 어디에 뒀는지 신경을 덜 써도 되는 워치 형태가 기본이 될지 모릅니다. 워치가 기본이고, 집·사무실에서는 더 큰 화면의 애플 제품과, 자동차에 타면 워치와 자동차가 연동되는 식으로 말입니다.

실제로 애플은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를 자동차와 연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습니다. 대표 사례가 차량 인포테인먼트와 연동하는 ‘카플레이(CarPlay)’, 차량용 디지털키인 카키(CarKey), 초광대역 무선통신 ‘UWB(Ultra Wide Band)’ 등입니다. 즉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애플워치의 사용자 환경을 애플카까지 연결함으로써, 아이폰 사용자가 어떤 환경에서도 끊김없는 애플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를 대부분 끝내놓은 상태로 보여집니다.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아이폰 유저의 환경에서 별도로 조작하거나 따로 신경써야 할 부분을 더욱 줄이는 겁니다. 아이폰(나중엔 아이폰도 사라지고 애플워치가 아이폰 역할을 맡을지도 모르지만요)을 배낭에 넣고 애플카 옆으로 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모든 환경이 그 유저에 맞게 세팅됩니다. 걸어가면서 내비를 검색했다면 그 정보가 차량 화면에 그대로 뜨고, 에어팟을 통해 듣던 애플뮤직의 음악이 차에 타자마자 차량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거죠.

이런 것들은 현재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완전자율주행까지 가겠지만, 완전자율주행이 안되는 시점에서도 애플카가 사용자에게 줄 수 있는 만족, 차별화 포인트는 상당히 많다는거죠. 안그래도 한번 빠지면 탈출이 어렵다는 애플 생태계의 매력을 더욱 끌어올려줄 수 있겠죠. 그렇게 해서 전체 생태계 사용자와 수익이 늘어난다면, 애플카와의 연결에 개발비를 쏟아부어도 다른 기업에 비해 더 쉽게 비용 회수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M1칩의 탑재 디바이스 확대, 결국 애플카로 연결될 것

또 많은 전문가들이 애플카의 핵심 중 하나로 고성능 AI프로세서를 꼽습니다. 애플이 최근에 발표한 독자 프로세서 M1 같은 것 말입니다. 애플은 기존에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했던 맥북부터 자체 개발의 M1 칩으로 바꿨고,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맥 최신형까지 M1 칩을 공통으로 넣기 시작했지요.

애플의 독자 프로세서도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제품·서비스 생태계를 자동차와 연결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같은 설계 칩을 사용함으로써, 애플의 모바일 생태계와 애플카를 매끄럽게 연결하게 되겠지요. 특히 애플 프로세서는 강력한 성능과 저전력을 양립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이런 고성능·저전력은 애플카에서도 큰 강점이 될 겁니다. GPU·AI기업인 엔비디아가 소형·저전력 프로세서 설계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ARM을 거액에 사들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거든요.

다시 이런 고성능 프로세서 문제를 테슬라와 비교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테슬라가 모빌아이·엔비디아 등 외부 업체 것을 쓰다가, 프로세서를 독자 설계해 장착한 것도 자체 설계가 주는 많은 이점 때문일텐데요. 테슬라와 애플의 결정적 차이점이 있습니다. 테슬라는 자체 프로세서를 많이 쓸 곳이 자사의 전기차 밖에 없지요. 작년에 50만대, 올해 많이 팔아봐야 90만~100만대일겁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어떤 고성능 칩을 개발해 1년에 100만개 단위로 파는건 말이 잘 안됩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볼 때는 전세계 자동차시장 1억대도 작습니다. 시장 전체를 먹을 수는 없고, 기껏해야 1000만대 단위일텐데, 그정도로는 볼륨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거죠.

그래서 자동차 전용의 고성능칩을 만들어 충분히 돈을 버는게 어려운 것이고요. 테슬라가 어떻게든 외부에 자사의 하드·소프트웨어 시스템을 팔아보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볼륨이 너무 작아 개발비 회수가 어렵고 추가 개발을 지속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 외부에 팔아 상황을 타개해 보려는 것이겠죠.

반대로 애플은 어떨까요? 최근 개발한 자체 프로세서 M1 같으면, 자사 대부분의 모바일 디바이스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맥북·아이맥·아이패드까지는 이미 탑재했고요. 아이폰에도 M1칩을 탑재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칩의 연간 생산량이 억 단위로 올라갈 수도 있겠죠. 애플은 자기 제품 생태계가 넓기 때문에, 굳이 외부와 협업하지 않고도 고성능·저전력에다 애플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칩의 ‘규모의 경제’를 쉽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독자 프로세서 전략은 이미 전기·자율주행차에 대비한 것이라고 봐야할 겁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일론 머스크가 몇 년전 테슬라가 망할 뻔했을 때, 인수 후보로 애플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머스크가 몇 년전에 보기에도 애플이 가장 위협적이었을테니까요.

물론 테슬라는 애플이 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미 깔아놓은 150만대의 자사 차량 중 상당수를 통해 실제 도로 환경의 ‘리얼 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 자사의 자율주행기술 알고리즘을 개선해나가고 있다는 것은 아직까지 애플이 넘보기 어려운 점입니다. 어떻게 보면 테슬라는 수십만대 단위의 자율주행기술 ‘테스트카'와 ‘테스트 드라이버'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죠. 게다가 그 차량은 테슬라가 오히려 돈을 받고 일반 소비자에게 판 것이고요. 수많은 차량 구입자들이 무료로 테스트 드라이버 역할을 해주며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동참해 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또 테슬라는 폭넓은 자체 고속충전망을 보유하고 있고, 쏠라시티라는 태양광에너지 기업을 통해 친환경에너지 사업과 전기차 비즈니스를 연결해 나가고 있죠. 또 로켓기업 스페이스X를 통해 2025년까지 1만2000개의 저궤도 위성을 띄워 전 지구를 5G 이상의 자체 통신네트워크로 연결한다는 구상까지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테슬라·쏠라시티·스페이스X를 총괄하는 머스크의 이런 구상이 현실화되면, 모빌리티·에너지·통신이라는 인류 3대 비즈니스를 하나로 묶는 원대한 프로젝트가 완성될지 모릅니다. 800조원에 달하는 말도 안돼 보이는 시가총액이 앞으로도 더 커질 것이라 보는 의견은, 테슬라의 이런 통합 비즈니스모델, 머스크의 모빌리티 제국이 완성될 것에 대한 기대가 적극 반영돼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테슬라가 에너지·통신, 그리고 인류의 화성 이주까지 그 영역을 확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모빌리티 하나에만 집중하면, 결국 애플을 이기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따라서 머스크가 실력과 비전을 섞어 세상을 자기 의도대로 따라오게 만든 뒤, 또 한번의 판 뒤집기를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애플이 자동차 판에 뛰어들어 ‘테슬라 제국’을 무너뜨리기 전에, 제국의 성벽을 더 높이 쌓을 방법을 말입니다.

*뉴스레터 ‘최원석의 디코드’를 구독하시면, 목요일 아침마다 모빌리티·테크·비즈니스 관련 새로운 콘텐츠를 보내드립니다. 구독자 전용 글을 받아보시거나 추후 마련될 이벤트에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최원석의 디코드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0905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