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백신스와프 난항..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외교로 돌파?

박재우 기자 2021. 4. 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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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당국자 "러시아 백신 도입 검토 중"
백신도입으로 한러 관계 강화되면 한미관계 부담
러시아 스푸트니크V 코로나19 백신이 2021년 1월 28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에세이사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박재우 기자 =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한미 간 '백신 스와프'를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미국에선 자국 내 접종 우선이란 뜻을 밝혀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우리 정부는 러시아에서 개발한 스푸트니크V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져 백신 외교전에 나선 모습이다. 충분한 양을 확보해 정부가 계획 중인 11월 집단면역이 가능할지 관심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백신 확보에 있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집단면역을 위해선 전체 인구의 70% 가량이 예방접종을 마쳐야 하지만, 접종률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혈전 부작용 사태와 백신 부족으로 3%를 밑돌고 있다. 아울러 이미 한국에 도입됐거나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물량은 11.4%인 총 904만 4000명분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국, 영국, EU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이 같은 지적이 쏟아지자 정 장관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루 뒤인 21일 관훈토론회에선 정 장관은 이에 대한 질문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세계 공급망 분야에서 우리가 미국을 도울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협의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으로부터 백신 공급을 받고 우리는 미국에 반도체·전기차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하다는 뜻도 내비친 것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마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2021.4.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그러나 미국 정부는 백신 해외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지금 해외로 그것(백신)을 보내는 걸 확신할 만큼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백신 스와프'에 대한 질문에 "한국과의 비공식적 대화 내용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로선 국내 백신 접종이 우리의 중점"이라고 답했다.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가능성을 점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스푸트니크V는 지난해 8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승인한 코로나19 백신. 초기에는 효능에 대해 불신하는 국제적인 여론이 있었지만 최근 예방 효과가 검증됐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며 "독일 등 유럽에서도 이를 수입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서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좌)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 뉴스1

앞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비롯한 개별 EU 국가들이 스푸트니크V 수입을 검토하겠다고 나서 우리 정부도 이에 나서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 세계가 백신 확보 외교전에 나선 가운데 우리 정부의 스푸트니크V 수입 검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급난을 겪고 있는 미국과 영국 백신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미국산 백신을 들여오기 위해 한미정상회담에서 쿼드(Quad) 가입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밝히거나, 백신을 우리의 전략자산인 반도체 기술과 맞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스푸트니크V 백신 수입을 계기로 한러관계가 강화되면 푸틴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살인 시도와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력 증강과 같은 문제들로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의 외교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동맹강화를 통한 중국·러시아 압박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편 당국자는 중국 백신 수입 가능성에 대해선 "중국 백신에 대해서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검토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부가 중국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시노팜·시노백에 미온적인 이유는 효능과 안전성을 물론 신뢰성도 떨어져 이를 수입한다면 국내적으로 반발이 클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jaewo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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