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中 BOE 공습에 애플 OLED 공급량 축소 '二重苦'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 강자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처럼 낮은 가격으로 중소형 OLED 시장 확대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대형 고객사인 애플까지 삼성디스플레이 비중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에 나서고 있어서다.
22일 IT전문매체 샘모바일에 따르면 애플은 OLED 패널의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 비중을 줄일 계획이다. 지난해 전체 아이폰에 사용된 OLED 패널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의 비중은 78%인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이 이처럼 나선 것은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 완화는 물론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해당 시장에서 앞선 기술력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최근 경쟁 제조업체들의 수율이 개선되며 경쟁력이 생긴 것도 한 몫 했다.
이에 애플은 올해 자사 패널 수요 1억6천900만 대 중 약 65%인 1억1천만 대를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10%포인트 이상 줄어든 수치다. LG디스플레이는 5천만 대의 패널을 애플에 공급하며 점유율이 지난해 21%에서 올해 29%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도 900만 대의 패널을 애플에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BOE는 당초 '아이폰12'에 패널을 공급하려고 했지만 애플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꾸준히 애플의 문을 두드린 결과 지난해 말 아이폰 교체용(리퍼비시) 일부 물량을 따냈다. 지난 2017년 5월 처음 6세대 플렉시블 OLED 공장을 가동한 후 약 3년 6개월 만이다.
'갤럭시' 물량에 대한 BOE의 선전도 위협적이다. BOE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 중저가폰 '갤럭시M' 시리즈 일부 모델에 플렉서블 OLED를 공급할 예정이다.
BOE는 삼성전자에 LCD를 공급한 적은 있지만 OLED는 처음이다. 당초 삼성전자 '갤럭시S21' 패널 공급을 노렸지만 품질 이슈를 해결하지 못해 끝내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기술 개선 노력과 저렴한 가격 덕에 이번에는 삼성디스플레이를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중저가폰 비중 확대에 나서며 원가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영향이 컸다.
이에 BOE는 '갤럭시M' 시리즈에 대한 공급 계획을 기정 사실화하고 오는 7월 양산 일정까지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인 화웨이와 LG전자가 각각 미국 제재, 사업 철수설 등으로 흔들리면서 BOE가 대안 마련을 위해 적극 나서는 분위기"라며 "BOE가 삼성전자와의 거래 성사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플렉서블 OLED 공급 가격으로 일반 OLED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BOE는 이미 화웨이, 모토로라 등에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제공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를 맹추격하고 있다. 당초 LG전자가 공개한 롤러블폰 디스플레이 물량도 BOE가 가져갔다. 다만 LG전자 측이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면서 이는 실현되지 않게 됐다.
BOE 외에 티안마, CSOT, 비자녹스, EDO 등도 올해 상반기 생산량을 늘리며 OLED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를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는 플렉시블 OLED에 관심이 많다.
또 중국 기업들은 시설 투자에 적극 나서며 삼성디스플레이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현재 플렉시블 OLED 월 10만5천 장, 리지드(딱딱한) OLED 월 3만 장 등 한 달에 총 13만5천 장의 OLED 패널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플렉시블 OLED 월 7만5천 장, 리지드 OLED 월 1만5천 장 등 총 9만 장을 추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기업들은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이 생산되는 6세대 디스플레이 생산 라인을 대거 증설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중국의 6세대 플렉시블 OLED 생산능력이 2023년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점유율에서는 이미 삼성디스플레이의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1분기에 83.3%를 차지하던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2분기에 80.5%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의 강세로 80% 벽이 무너져 79.3%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선 올해 점유율 역시 이보다 더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스마트폰 OLED 출하량도 비상이다. 지난 2019년 4억662만5천 장이었던 삼성디스플레이의 출하량은 지난해 3억6천110만 장으로, 전년 대비 11.2% 줄었다. 올해 1월 OLED 출하량도 전월 대비 9% 줄어든 4천510만 장, 2월은 3천690만 장, 3월은 3천400만 장, 4월은 3천300만 장으로 계속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시장이 비수기였던 데다 애플 '아이폰12' 미니의 부진 영향이 컸다고 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2' 미니의 디스플레이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상태다. 애플은 '아이폰12' 미니의 판매 부진 탓에 오는 2분기께 생산을 중단하고, 2022년형 아이폰 라인업에 이를 포함시키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생산량 증가는 OLED 패널 가격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중국 기업들이 LCD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2017년부터 저가 공세로 패널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사업 철수를 이끌어낸 것처럼 OLED 시장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낮은 가격에 삼성디스플레이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BOE가 향후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 등으로 패널 공급을 확대할 가능성도 높다"며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에 비해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데다 중국 기업들의 추격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도 기술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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