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노사의 굴욕'부터 '페옥균' 삼일천하까지..슈퍼리그 와해에 패러디 '대방출'

김찬영 2021. 4. 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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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의 2020 FIFA 클럽 월드컵 우승 세리머니. AFP연합뉴스
 
유러피언 슈퍼리그(ESL) 측이 “현재 상황을 볼 때, 프로젝트 재편을 위한 최선의 조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사실상의 리그 출범 보류를 선언한 가운데, 팬들 사이에서는 이를 풍자한 패러디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아스널 FC, 첼시 FC, 리버풀 FC, 맨체스터 시티 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토트넘 홋스퍼 FC), 스페인(레알 마드리드 CF, FC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탈리아(AC 밀란, FC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 유벤투스 FC) 소속 12개 클럽이 ESL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반면 독일의 명문 FC 바이에른 뮌헨과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PSG) FC는 ESL 참가를 거부하면서 ESL 측과 대립 구도를 형성했다.

일각에서는 ESL에 참가하지 않으면 제아무리 뮌헨, PSG일지라도 ESL 소속 클럽의 자본력 앞에 무릎 꿇어 핵심 선수들을 전부 내어주는 ‘셀링 클럽’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초 ESL 측은 강경하게 나왔다. 유럽축구연맹(UEFA)과 국제축구연맹(FIFA)이 슈퍼리그에 참가하는 구단들의 국내외 리그와 국제대회 참가를 금지하고, 소속 선수들은 국가대표팀에서도 뛸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경고하자 오히려 클럽팀 간 협의체인 유럽클럽협회(ECA)에서 탈퇴하며 초강수를 두었다. 

ESL 초대 회장 겸 레알 마드리드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ESL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에 빠진 축구를 구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ESL이 지역 연고에 기반을 둔 유럽 축구의 전통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 팬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 회장인 윌리엄 왕세손이 반대 의사를 표시, 올리버 다우든 문화장관이 “슈퍼리그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지배구조 개혁부터 경쟁법까지 모든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하자 잉글랜드의 6개 구단은 지난 21일 ESL 불참을 선언했다.

이어 이탈리아 소속 3팀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줄줄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현재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만 남은 상황이다. 

한편 팬들은 역사를 통해 ESL의 상황을 패러디했는데, 그중 네 가지가 눈에 띈다. 

카노사의 굴욕을 패러디한 '뮌노사의 굴욕'.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우선 팬들은 뮌헨이 ESL에 반기를 들었을 당시를 ‘카노사의 굴욕’에 빗댔다. 

카노사의 굴욕이란 1077년 신성로마제국의 하인리히 4세가 자신을 파면한 교황 그레고리오 7세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이탈리아 카노사로 찾아간 것을 일컫는다. 

물론 뮌헨의 카를하인츠 루메니게 회장이 반기를 든 이후 ESL에 참여하고 싶다고 페레스 회장을 찾아간 적은 없지만, 뮌헨의 ESL 참가를 원했던 일부 팬들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카노사의 굴욕을 꺼내 촉구했다. 

아나니 사건 패러디. 레알 마드리드 왼쪽에 있는 인물은 하산 살리하미지치 뮌헨 단장이며 도르트문트와 PSG 사이에 서 있는 인물은 루메니게 뮌헨 회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러나 ESL이 점차 와해하는 쪽으로 기울자 팬들은 ‘아나니 사건’(1303)을 묘사한 그림 ‘보니파시오 8세 교황의 뺨을 때리는 샤라 콜론나’(1883)를 통해 다시 한 번 패러디에 나섰다. 

아나니 사건이란 1303년 기욤 드 노가레가 이끈 프랑스군과 샤라 콜론나가 교황궁에 있던 교황 보니파시오 8세를 급습한 사건을 일컫는다. 

당시 교황청은 프랑스와 콜론나 가문과 갈등을 빚었고 보니파시오 8세는 프랑스 왕 필리프 4세를 파면 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교황과 첨예한 갈등 관계 속 필리프 4세는 자신의 재상 기욤 드 노가레와 콜로나 가문의 샤라 콜론나를 보내 보니파시오 8세의 사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황은 “사임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대꾸했고 결국 샤라 콜론나가 68세이던 교황의 뺨을 때렸다. 그 충격으로 교황은 자리에서 쓰려졌다. 

아나니 사건은 앞서 언급한 카노사의 굴욕과 시간대가 다르지만 교황과 왕의 대립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특히나 레알 마드리드가 교황이었다는 점, 그 반대에 선 뮌헨, PSG,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의 명문 도르트문트 역시 ESL에 반대 입장을 냈다)가 거부 의사를 내면서 사실상 페레스 회장의 뺨을 때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옥균의 삼일천하 패러디.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2일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만 ESL 탈퇴 의사를 밝히지 않아 페레즈 회장의 야심 찬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려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팬들은 페레스 회장을 갑신정변을 주도했다가 실패한 김옥균의 ‘삼일천하’(1884)에 빗댔다. 

삼일천하는 김옥균이 이끈 개화파가 정변을 일으켰다가 서울에 주둔 중이던 청나라 군대의 공격을 받고 3일 만에 좌절한 사건을 말한다. 

3일도 채 안 돼 존슨 총리의 압박을 받고 잉글랜드 클럽들이 물러나면서 ESL도 무너지자, 팬들은 페레스 회장이 외세(존슨 총리)에 무릎 꿇었다며 삼일천하에 패러디했다. 

다만 페레스 회장은 아직까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페레스 회장은 “탈퇴를 결정한 클럽들이 있지만 우리는 목표에 확신이 있다”며 “잉글랜드 클럽들이 압박에 못 이겨 탈퇴했지만 우리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할 것”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에 팬들은 “레알 마드리드 혼자 다 하라”면서 ESL에 사실상 홀로 남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 일정을 대신 수립했다. 

팬들이 만든 일정에는 레알 마드리드가 자신을 상대하는 대진을 받았다. 그 어느 다른 팀 없이 홀로 경기를 치르는 레알 마드리드의 모습이 마치 ESL에 바르셀로나와 단둘이 남은 페레스 회장을 연상시킨다. 

김찬영 온라인 뉴스 기자 johndoe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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