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M / 강우석의 IPO돋보기] 분리막 세계 1위 SKIET, 공모 흥행 가능할까
구주매출 비중↑·높은 밸류에이션 부담
상장 대기 주자 많은 점 변수
[본 기사는 04월 21일(17:4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코스피 상장에 나선 SKIET는 공모 흥행을 거둘 수 있을까요. 전기차 테마, 습식 분리막 점유율, 유통 주식수 등을 감안하면 '따상'도 얼핏 가능해 보입니다. 기관투자자 사이에선 좀 더 신중히 접근하는 분위기도 엿보입니다. 신주보다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데다 기업가치도 조금 부담된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LG에너지솔루션 등 덩치 큰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 중인 것도 변수로 꼽힙니다.
◆분리막 성장 기대 높아…유통물량 부담도 적어
SKIET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기관투자자들은 산업 현황에 주목합니다. 앞선 기사에서 말씀드린대로 SKIET는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세계 1위 사업자로 평가받습니다. 습식 분리막은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양극(+)과 음극(-)을 차단해 화재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사용이 보편화 돼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습식 분리막을 만드는 SKIET도 수혜를 보는 거지요.
물론 전고체 배터리가 빠르게 도입돼 리튬이온 배터리를 오롯이 대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고체 배터리를 절찬리에 판매하기까진 최소 10년 안팎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전고체 배터리란 휘발성이 높은 전해액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만든 전지를 뜻합니다. 안전성을 갖췄을 뿐 아니라 가벼운 용량, 얇은 두께까지 구현 가능해 배터리의 미래라 불립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수소차 시장 모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소차가 전기차를 대신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느냐"며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도 이와 같은 관계(?)라 봐도 무방해 보인다"고 비유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통상 운용사, 투자자문사 등 기관들은 유통가능 물량이 20%대면 수급 부담이 적대 공모주로 평가합니다. A 자산운용사 대표는 "유통물량이 30%를 넘지 않기 때문에 공모주가 당일 대량으로 출회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확약 기간을 3개월과 6개월 사이에서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주발행보다 구주 물량이 더 많다
신중론에 가까운 기관들은 구주 비중이 높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SKIET는 이번 공모에서 총 2139만주에 대한 주인을 새롭게 모집합니다. 이 중 신주 비중은 40%(855만6000주), 구주 비중은 60%(1283만4000주)입니다. 신주는 말 그대로 새롭게 발행되는 주식입니다. 발행한 회사로 흘러가 연구개발(R&D), 설비 투자 자금, 차입금 상환 등으로 쓰이는 편입니다. SKIET도 증권신고서를 통해 자금의 일부를 분리막 공장 증설에 쓰겠다 밝히기도 했습니다.
구주는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통칭합니다. 기존 주주의 양상은 다양합니다. 상장 때 대박 내겠다며 일찌감치 투자한 벤처캐피탈과 사모펀드(PEF)도 있고요, 장외 시장에서 구입한 개인·법인도 있을 수 있습니다. SKIET의 경우 기존 주주는 SK이노베이션과 프리미어슈페이어유한회사(프리미어파트너스가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특수목적회사) 두 곳입니다.
이번 구주매출 모두 SK이노베이션 물량입니다. 공모가격이 상단(10만5000원)으로 책정되면 SK이노베이션은 1조3000억원이 넘는 실탄을 확보하는 겁니다. 대한민국 공모주 시장 역사 상 SKIET보다 구주매출 규모가 컸던 기업은 삼성생명 뿐 입니다.
신주와 구주의 비율을 어떻게 가져가느냐는 발행 기업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공모 기업을 좀처럼 선호하지 않습니다. 신주를 많이 발행해 공모 자금을 회사의 성장에 써주길 바라는 거지요. 실제로 구주매출 비율이 높은 공모기업은 수요예측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기도 합니다. 지난해 상장한 엠투아이,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비비씨 등이 대표적입니다.
B 자산운용사 대표는 "구주매출 비중이 높아 운용사와 자문사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라며 "증설 자금이 계속해서 필요한 만큼 신주 비율을 더 높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업가치에 대한 의견 제각각… 상장 대기 주자 많은 점도 변수
SKIET는 예상 시가총액을 추산하며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이란 지표를 활용했습니다. 이 지표는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으로 현금흐름을 얼마나 창출하느냐를 헤아리는데 용이합니다. 통상 발행 기업과 주관사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매출액비율(PSR), EV/EBITDA 등의 재무지표 중 기업가치 산정에 용이한 지표를 택하는 편입니다.
눈에 띄는 건 비교군으로 선정된 기업들입니다. 중국 창신신소재(Yunnan Energy New Material)와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일진머티리얼즈, 포스코케미칼, 천보 총 여섯 곳이 선정됐네요. 이 중 분리막 사업이 주력인 데는 창신신소재 한 곳 뿐입니다.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를 제조하고 일진머티리얼즈는 동박, 천보는 전해질을 각각 만들지요. 물론 분리막 주력 사업자들이 모두 일본과 중국에 있어, 해외 기업들만 참고해 몸값을 추산하긴 어렵습니다. 주관사 역시 "국내 투자자들이 쉽게 비교할 수 있게끔 4대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들을 비교기업으로 택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력 분야가 다른 기업들을 비교군으로 적용하는 게 적절한 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뉩니다.
C 투자자문사 대표는 "SKIET의 향후 전망에 대해선 누구나 긍정적으로 보지만, 비교기업 명단을 보고 살짝 갸우뚱 했다"며 "현재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2차 전지 소재 업체들을 대거 편입해 멀티플을 높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관투자가들은 상장을 준비 중인 후발 주자까지 고려해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6~7월 중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이 공모에 나설 예정이고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 현대중공업, 한화종합화학 등도 연내 상장을 준비 중입니다. 여러 공모주에 순차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남기려는 기관 입장에선, 의무보유 기간을 짧게 신청할만한 유인이 충분한 겁니다.
많은 물량을 배정받길 희망하는 기관은 수요예측에 참여하며 가격과 함께 의무보유(확약) 기간도 써 냅니다. 통상 15일과 1개월, 3개월, 6개월 네 개의 기간 중 하나를 택합니다.
현재까지 분위기만 보면 SKIET의 공모가는 큰 이변 없는 한 최상단(10만5000원)이 유력합니다. 따상 가능성에 대해선 쉽지 않다는 의견들이 많네요.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중 확약 기간을 3개월로 써내려는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D 자산운용사 대표는 "하반기 대어급 기업들의 공모 일정을 고려하면 6개월 확약을 써내기 다소 조심스럽다"며 "최근 상장 기업들의 주가 추이를 감안할 때 짧게 보유하는 것도 수익률에 보탬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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