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94일 만에 '피고인 이재용' 재판 출석..호송차량으로 이동

22일 합병 및 회계부정 첫 공판..구속 후 법원 처음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충수염으로 한 달간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등의 혐의로 재판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사건으로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 중인 상황에서 이번에는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재판을 시작하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2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재판장 박정제)는 오전 10시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사건 첫 공판을 열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호송차량은 9시40분께 법원에 도착했다. 다만 수감 중인 피고인은 외부에 철저히 차단된 채 지하통로를 통해 구치감으로 간 후 재판에 드러선다. 이번 공판은 2차례의 공판 준비기일 끝에 열리는 첫 정식 공판으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지난 1월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후 처음이다.

당초 이 재판은 지난달 25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급성충수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게 되면서 오늘로 미뤄졌다.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의료진이 추가로 입원치료를 권고했음에도 “특혜를 받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며 15일 서울구치소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판에서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의 정당성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미래전략실 주도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고자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허위 호재를 공표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중요 사항을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판단해 지난해 9월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전실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합법적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또 검찰이 모든 과정을 불법이라는 전제를 깔고 수사를 진행하면서 무리한 기소를 강행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이 부회장 지난해 6월 이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10대 3의 압도적인 의견으로 수사 중단과 함께 불기소 의견을 권고했지만 검찰은 이를 불복하고 이 부회장을 기소했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첫 사례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후에도 오는 5월6일과 20일로 예정된 공판에도 출석할 의무가 있다.

배진솔 (sincere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