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이 이런 일도? "한국호랑이·판다 등 멸종위기종 보전 공간으로"

강성규 기자 2021. 4. 2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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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날]③"돈벌이 수단" 비판 불식..동물 복지 강화

[편집자주]1970년 4월22일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지구의 날'이 어느덧 51주년을 맞았다. 전세계 150여개 국가가 참여하는 지구촌 최대 친환경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물론 'ESG 경영'이 최대 화두가 된 기업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구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지구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현장을 들여다봤다.

에버랜드에서 아기 한국 호랑이 남매가 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한국 호랑이, 자이언트 판다, 산양, 재두루미…

에버랜드에 살고 있는 멸종 위기종들이다. 놀이공원이라고 하면 동물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생태학적으로는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고 번식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놀이공원의 순기능이다.

"멸종위기종 동물들에 대한 보전(保全)뿐 아니라 각각의 개체들에 대한 복지와 행복을 충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사육사들과 수의사들 노력 덕분에 알게 됐죠. 이 때문에 동물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정동희 에버랜드 동물원장의 말이다. 에버랜드는 '생태보전' 기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4년여의 기다림, 판다 첫 자연번식 성공

22일 에버랜드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생태보전형 동물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당시 환경부로부터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을 받은 것을 계기로 '멸종위기 동물 종 보호'와 '생명 다양성 보전'를 동물원 존재의 목표로 확고히 한 것이다.

과거에는 동물원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았다. 동물원이 인간의 볼거리와 사측의 돈벌이를 위해 동물을 '격리'하고 '전시'한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멸종위기종 보호와 종 다양성 보전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동물원에 대한 역할과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에버랜드같은 대규모 시설과 전문인력, 인프라를 갖춘 대규모 동물원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현재 에버랜드에는 약 130여종, 1600여 마리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무엇보다 산양, 재두루미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자이언트 판다와 한국호랑이까지 다양한 멸종위기종, 희귀종들이 살고 있으며 개체 보전에 나서고 있다.

아기 판다 '푸바오'의 바깥 외출이 시작됐다./뉴스1

정 원장은 이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단연 지난해 7월 아기 판다 '푸바오'의 탄생을 꼽았다. 푸바오는 암컷 아이바오와 수컷 러바오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에버랜드에서 생활한지 무려 1601일만에 아기 판다를 출산했다.

판다는 임신과 출산이 특히나 어려운 동물로 알려졌다. 가임기는 1년에 단 한 번뿐이며 통상 사흘 정도에 불과하다. 통상 알려진 '거대한 덩치'와 달리 태어났을 때 몸무게는 성체 체중의 800~900분의1인 200g 불과해 출산 이후에도 건강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 때문에 판다의 고향인 중국을 비롯한 야생에는 1800여 마리만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동물이다.

정 원장은 "지속적인 호르몬 검사와 행동변화 관찰로 임신 여부를 파악했으며 오랜 시간 동안 사육사, 수의사들과 협업해 번식을 위해 노력했다"며 "이러한 노력을 결실로 아기 판다가 태어났을때 느꼈던 보람과 기쁨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회상했다.

에버랜드는 매년 멸종위기종 번식을 위해 수의사와 사육사들이 자체 TF를 구성해 동물들의 행동 특성 파악, 번식 주기 분석, 호르몬 분석 등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보호'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동물들이 본연의 야생성을 잃지 않도록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과 체계적인 건강관리, 야생과 유사한 서식환경 조성 등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복잡한 구조물을 만들어 야생 습성을 키우고, 사자·호랑이 등 맹수들은 뒷다리의 힘을 키워주기 위해 점프를 해야만 닿을 수 있는 위치에 먹이를 매달아주기도 한다.

지난해 4월에는 카피바라·왈라비·나무늘보 등 중소형 동물들이 한 곳에 모여 사는 놀이터 '뿌빠타운'을 오픈했다.

이외에도 에버랜드는 야생습성이 유지되도록 물·흙·나무·풀 등 자연 소재를 활용해 환경을 개선하고 있으며, 야행성 동물들을 위한 야간 활동 방사장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에버랜드는 지난 2019년 아시아 동물원 중 처음으로 국제 기준(AZA) 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미국 동물원 수족관 협회(Association of Zoos & Aquariums)에서 평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동물원 분야 인증 제도이다. 동물복지를 바탕으로 멸종위기종의 보전을 위한 동물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곳에만 주어지는 영예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아기 훔볼트 펭귄이 봄 맞이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뉴스1

◇롯데월드 아쿠아리움도 '다양성 보전' 앞장…해양동물 구조·치료·방류, 멸종위기종 번식 총력

대형 수족관들 또한 생태·종 다양성 보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대표적이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선 국내 최장 길이의 수중 터널, 최대 크기의 메인 수조와 함께 전세계 650종, 5만5000여 마리의 해양생물을 만날 수 있다.

자랑거리는 단순히 규모뿐만이 아니다. 해양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와 치료, 방류에도 앞장서고 있으며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한 번식활동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9년과 2020년 '홈볼트펭귄'의 인공 부화에 연달아 성공했으며, 2018년에는 전 세계 개체수가 2500마리뿐인 멸종위기종 '말레이가비알' 악어 두마리를 도입하는 등 다양성 보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8월에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점박이물범 '복돌이'를 백령도 인근에 야생 방류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지난 2015년 10월 아쿠아리움이 오픈한 이래 단순 전시를 넘어 30여개의 다양한 교육·체험 콘텐츠 개발은 물론 해양생태계 연구와 종 보전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

롯데월드는 동물 보호뿐 아니라 연안 정화 캠페인, 지난해 서울 대청중학교 자유학년제 프로그램 및 진로직업교육 등 다양한 교육 및 체험활동을 늘려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한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친다는 방침이다.

sg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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