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조련법' 가스라이팅.. 당신을 지켜줄 멘탈 훈련 [왓칭]

한경진 기자 2021. 4. 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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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플래쉬(2014)·가스등(1944)
가스라이팅에서 당신을 지켜줄
본격 멘탈 훈련 영화
영화 '위플래쉬'
가스라이팅: 상대의 심리와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 현실감·판단력을 잃게 만든 뒤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

경위를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거늘, 지난 12일 배우 서예지와 김정현의 카카오톡 대화가 연예 매체를 통해 기사화되면서, 심리 용어 ‘가스라이팅’도 덩달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딱딱하게. 스킨십 노노.
김딱딱씨. 스킨십 다 빼시고요.

지난 2018년 서씨는 당시 연인이었던 김씨에게 ‘드라마(MBC ‘시간’) 촬영 현장에서 마주치는 이성들에게 딱딱하게 대하라’ 지시하고, ‘극중 스킨십 장면도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서씨 주문을 받은 김씨는 일터에서 줄곧 불성실한 태도로 임했고, 결국 드라마에서 중도 하차까지 했다고 한다.

직업 정신 부족한 남자 배우가 수백명 ‘밥줄’이 달려 있는 드라마 한 편을 연애 문제 때문에 말아먹었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자, 많은 이들이 크게 분노했다. 연인을 실시간으로 닥달하고 감시한 서씨가 문제인가, 공사 구분 못 하고 세뇌 당해 직장에 손해를 끼친 김씨가 문제인가. 누구 잘못이 더 큰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도 벌어졌다.

드라마 '싸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싸이코 역할을 맡았던 배우 서예지.

서예지와 김정현은 최정상급 스타가 아니다. 그럼에도 ‘김딱딱 사건’이 범국민적 관심을 끌어 모은 이유가 뭘까. 아마도 용어만 낯설었을 뿐, 많은 사람들이 가스라이팅 문제를 일상에서 종종 접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가스라이팅은 연인은 물론 부모, 형제, 직장 동료, 친구 사이 등 모종의 권력 관계가 성립하는 모든 인간 사회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일이다.

2018년 드라마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배우 김정현(오른쪽)이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다…조선일보DB

이 풍진 세상, 가스라이터로부터 자유 의지를 수호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평소 강력한 멘탈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왓칭]이 준비했다. 가스라이팅을 다룬 흥미로운 영화 두 편으로 정신줄을 확실하게 붙들어보자.

◇미친 음악 선생의 조련법, ‘위플래쉬’

영화 ‘위플래쉬’(Whiplash·2014)는 보는 사람마다 가스라이팅에 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매우 독특한 작품이다. 위플래쉬는 영화에 등장하는 재즈 연주곡의 제목이자, ‘채찍질’이라는 뜻이다. 최고의 드럼 연주자가 되고 싶은 음대 신입생, 그리고 그를 ‘들었다 놨다’ 담금질하며 조련하는 악마 선생 이야기를 다뤘다.

이럴 일인가…영화 '위플래쉬'

영화 속 악마 선생은 가스라이팅의 귀재다. 외모·성 정체성 비하, 인종 차별, 부모 욕설, 조리 돌림, 뺨 때리기, 물건 던지기, 경쟁자와 싸움 붙이기 등 제자의 수치심과 모멸감을 불러 일으키는 온갖 폭력을 밥 먹듯이 행사한다.

다행히 현실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법적으로 구제 받을 길이 아예 없지는 않다. 궁금한 사람은 아래 기사를 참조하길 바란다.

[기사보기] 비서에 “개보다 못하다” 폭언 외교관에 상해죄 첫 인정

분노 조절 장애일지도 모른다…영화 '위플래쉬'

악마 선생은 이따금 제자에게 시험곡을 미리 귀띔해주거나, 칭찬을 베풀면서 머릿속을 온통 헤집어 놓는다. 그는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야, 그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예술적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겁박하고, 힐난하고, 자존감을 짓밟으며 권위를 세우는 이 선생의 최대 무기는 다름 아닌 제자들의 욕망. 명문 음악 학교에 입성한 유망주들이 미친 선생에게 찍 소리 못하고 당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뜨고 싶은 욕망’을 가졌기 때문이다.

영화 '위플래쉬'

그 심리를 간파한 선생은 늘 강조한다. “인생을 바꿀 기회다. 전화통에 불이 날 거고, 블루노트와 계약하고, EMC와도 음반을 내고, 링컨센터에 들어가게 될 거다.” 관객 일부는 선생의 철학을 ‘개똥 같은 갑질’이라 할 것이고, 다른 일부는 ‘큰 그림을 위한 참교육’이라 할 것이다.

영화는 시청자가 가해자(선생) 입장이든, 피해자(제자) 입장이든, 각각의 해석을 내리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마지막에 이르러 제자는 오히려 선생을 조종, 신들린 드럼 연주를 선보인다. 이걸 선생의 계획 성공으로 봐야 할까, 제자의 통쾌한 복수로 봐야 할까.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칼럼보기] 한현우의 팝 컬처: 영화 ‘위플래쉬’ 감상법

플레처(선생)는 대체 왜 때론 호랑이, 때론 승냥이의 얼굴로, 심지어 때론 강아지의 표정을 지어가며 열여덟 살짜리 앤드루(학생)를 몰아쳤다 풀어줬다 하는가. 그는 정말 찰리 파커(색소포니스트)에게 심벌을 집어 던진 조 존스(드러머)가 되려고 한 것인가. 아니면 그냥 모차르트를 질투한 살리에리에 불과했는가. 어느 쪽으로 보더라도 의문점은 남는다. 그것이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영리한 점이며 또 영화라는 예술을 보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한현우 기자, ‘영화 위플래쉬 감상법’
제자와 선생의 아이컨택트…영화 '위플래쉬'

[바로보기] 왓챠 ‘위플래쉬’

평점 IMDb⭐ 8.5/10

◇연애 흑역사 떠오르는 영화 ‘가스등’(1944)

가스라이팅이란 용어는 미국의 심리치료사 로빈 스턴이 영국 연극 ‘가스등’(1938)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표현이다. 동명의 영화 ‘가스등’(1944)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 개념도 함께 유명해졌다. 영화 가스등은 무려 77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몹시 흥미진진하다. 아름다운 배우 잉그리드 버그먼(1915~1982)이 가스라이팅 피해를 입고 오락가락하는 여성 ‘폴라’ 역할을 맡았다.

이것이 바로 가스라이팅이다. 심리 용어 '가스라이팅'은 연극 '가스등'(1938)에서 유래했다…영화 '가스등'

폴라는 만난 지 2주 만에 사랑에 빠진 남자 그레고리와 성급한 결혼을 한다. 결혼 직후 돌변한 그레고리는 아내에게 온갖 누명을 씌운 뒤 반복적으로 “네가 문제”라며 타박한다. 그레고리는 집 안 가스등을 아내 몰래 어두침침하게 만들고, 방이 어두워졌다고 하는 아내를 정신병자 취급한다.

가스라이팅 당했는지도 모르고,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여인 '폴라'…영화 '가스등'

그레고리의 온갖 행동은 가스라이터 연인의 교본과도 같다. 위플래쉬를 보다가 ‘나를 괴롭혔던 직장 상사’가 떠올랐다면, 가스등에선 ‘한심했던 과거 연애사’가 떠오를 것이다. 이런 이유로 두 영화는 멘탈 강화 훈련에 매우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 '가스등'에서 가스라이팅 장면 일부(총 7장)를 추렸다.

자신의 기억과 인지능력, 현실감각과 판단력을 의심하기 시작한 폴라는 자존감을 잃어버리고 그레고리에게 영혼을 잠식당한다. 다행히도 영화의 마지막 5분은 폴라가 ‘깨진 영혼’을 봉합, 그레고리에게서 벗어나는 장면이 나온다. 위플래쉬의 드럼 연주 만큼이나 유쾌 통쾌 상쾌한 결말이다.

가스라이팅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아래 기사를 추천한다.

[기사보기] 왜 결국 그 사람 방식대로 되지? 가스라이팅 의심하세요

체크해보자…조선일보DB

[바로보기] 웨이브 ‘가스등’

평점 IMDb⭐ 7.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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