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 떡 훔쳤다가.. 40대 산속 움막男의 인생 대반전
알코올 중독 등으로 가족과 헤어진 뒤 1년 전 산속에 한평 남짓한 움막을 짓고 홀로 살다가 떡을 훔친 40대가 경찰과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사회로 복귀하는 기회를 얻었다. 경찰의 도움으로 가족과도 재회하게 됐다.
지난 3월 5일 오전 2시쯤 대전시 서구의 주택가 떡집 출입문 위쪽 작은 창문을 넘어 한 남성이 침입했다. 이 남성은 쌀 한 포대와 떡을 훔쳐 달아났다. 몇시간 뒤 전날 고객이 주문했던 떡을 확인하려고 아침 일찍 가게에 나온 주인은 떡과 쌀이 없어진 것을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다.
떡집 주변과 인근 방범카메라(CCTV) 영상을 조사한 경찰은 시내버스 CCTV분석 등을 통해 절도 용의자가 시내버스에 탔고, 이 남성이 서구의 한 시골 마을 시내버스 종점에서 내린 것을 확인했다. 이 남성이 종점 인근에 살 것으로 본 경찰은 주변 농가주택 11가구를 조사했지만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이후 경찰은 시내버스 종점이 농가 지역이고, 낮은 야산에 둘러싸인 점을 고려해 절도범이 산속에서 생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주변 야산을 수색하던 형사들은 사건 발생 11일 만인 지난달 16일 산속 움막에서 떡과 쌀을 훔친 A(45)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움막에서 살게 된 경위를 조사했다. 그는 1년 전부터 움막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가족과는 15년 전부터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한때 전기 관련 회사에서 일했던 그는 15년 전 알코올 중독으로 일자리를 잃었고, 가족과도 헤어졌다. 이후 신용불량자가 돼 취업도 어렵게 되자 살던 원룸에서 나와 1년 전부터 산속에서 홀로 지내기 시작했다. 손수 합판과 파이프 등으로 지은 움막에서 겨울을 지낸 A씨는 최근 먹을 것이 떨어지자 5~6㎞쯤 되는 도심 떡집까지 걸어가 떡과 쌀을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A씨를 검거할 당시 움막 안에는 작은 냉장고와 전기밥솥이 있었다. 전기 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는 A씨는 자체 발전기를 돌려 가전제품을 사용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의 신병처리에 대해 고심했다. 떡집에서 물건을 훔친 A씨에게 ‘야간주거침입절도’ 혐의가 적용되는데 징역 5년 이상의 중대한 범죄다. A씨에게는 특별한 전과는 없었다. 경찰은 수차례 검찰과 협의한 끝에 A씨에게 사회에 복귀할 기회를 주기로 뜻을 모았다. 다행히 떡집 주인 B(여·57)씨도 A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용서해주기로 했다. 경찰은 이런 내용을 검찰에 전하며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검찰도 A씨에 대해 ‘기소 유예’를 결정했다.
풀려난 A씨는 경찰과 함께 떡집을 찾아가 주인에게 큰 절하며 감사를 표했다. 서부서 형사들은 라면과 쌀 등을 사 들고 다시 A씨가 기거하는 움막을 찾았다. “다시는 도둑질 하지 말라”는 당부도 했다. 경찰을 만난 A씨는 “오래 전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경찰이 수소문한 끝에 가족을 찾은 A씨는 어머니를 만나자 큰 절을 올리며 용서를 구했다고 한다.
대전서부경찰서 임태혁 강력4팀장 등은 충남 논산의 토마토농장에서 직원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현장까지 찾아갔다. A씨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토마토농장에 취업한 A씨는 새 삶을 살게 됐다. 이후 A씨는 하루에 한 번씩 임태혁 팀장과 형사들에게 전화 걸어 “열심히 살고 꼭 사회에 보답하겠다”며 자신의 일상을 전했다고 한다. A씨가 산속에 움막을 짓고 살기 전 일했던 전기 관련 업체는 경찰을 통해 그의 딱한 사정을 듣고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현재 A씨는 2주 전부터 이 전기 관련 업체에서 다시 일하고 있다.
임태혁 팀장은 “A씨가 자신이 스스로 돈을 벌어 작은 원룸이라도 다시 마련하겠다며 아직도 움막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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