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검찰, '특혜 채용 아니다'는 공수처 수사 착수..공-검 갈등 뇌관되나?
지난달,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수처장 관용차에 태워 '에스코트 조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그러자 공수처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김학의 불법 출금'을 인권위에 신고한 공익신고인은 이 해명이 허위라고 지난 8일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보도자료를 작성한 공수처 대변인과 보도자료 배포를 승인한 김진욱 공수처장이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는 주장입니다. 논란이 일었던 이 사안에 대해 최근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을 수사하며 공수처와 갈등을 빚어온 수원지검 형사3부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공수처의 세 가지 해명…검찰은 '특혜 채용' 여부 검증에 공들이는 듯
공수처는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공수처장 관용차 사용에 대해선 '공수처에 관용차가 두 대인데, 2호차는 피의자 호송용이라 뒷좌석 문이 열리지 않아' 공수처장 관용차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특혜 채용 의혹 제기에 대해선 '적법한 자격을 갖춘 것으로 특혜 의혹 제기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출입보안지침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공수처 자체적으로 출입 관리를 하고 있다'며 지침 위반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 중 관용차가 피의자 호송용이었는지,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출입 관리를 해왔는지에 대한 의혹은 수사를 통해 비교적 빠르게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객관적인 자료와 사실관계가 명확히 존재하는 의혹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용차를 운전한 5급 비서관이 '특혜 채용' 되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검찰이 좀 더 품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비서관이 민주당 정치인 출신 인사의 아들이었고, 공식적 추천 경로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 언론의 '특혜 채용' 의혹 제기의 핵심이었는데,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한 논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채용 자체는 불법 아닐 확률 높아…'특혜 아니다' 공보 허위성 · 인지 여부가 쟁점
법조계에서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별정직 공무원인 공수처장 5급 비서로 채용한 것 자체는 위법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때문에 공수처가 만약 보도자료에 논란이 된 5급 비서관 채용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기재했다면 검찰이 이를 빌미 삼아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빠 지인의 추천' + '경쟁 여부'가 '특혜성' 여부의 쟁점될 듯
공수처는 해당 비서의 특혜 채용이 문제 되자 '변협의 추천을 받은 인사'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변협은 '변협 차원의 추천은 없었다'고 반박하면서도, 이찬희 전 변협회장의 개인적 추천은 있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찬희 전 변협회장은 언론에 개인적 추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김진욱 처장 요청이었지만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해명에 대해 따져보기 위해 사실관계를 정리해보겠습니다.
공수처장 비서로 채용된 인물은 지난해 9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공수처장 비서로 채용되기 전 변호사로 실제 활동한 경력은 1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김용주 전 울산변협회장으로,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울주군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경선에 탈락한 이력이 있습니다. 김용주 변호사는 이찬희 전 변협회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의 SNS에는 이를 보여주는 사진이 올라와있기도 합니다. 이찬희 전 변협회장과 아들, 자신이 함께 찍은 사진인데, 공수처장 비서 채용이 시작되기 한참 전, 해당 비서가 아버지와 함께 이찬희 전 변협회장과 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한해 2천여 명 가까운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 속, 서울시 등 지방자체단체들은 채용 변호사 직급을 6급으로 정하고 있고 이마저도 올해 7급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5급 별정직인 공수처장 비서 자리는 변호사 채용시장에서 꽤 '좋은 자리'임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또 한 번 허점 노출한 공수처장
검찰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는 있지만, 출범 초 여러 논란을 빚고 있는 공수처장이 또 한 번 허점을 노출했다는 여론의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공수처가 뿌리내리기 위해는 넘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김영란법 위반을 비롯해 고위공직자의 크고 작은 비위를 수사하게 되는 공수처장이 자신의 5급 비서 채용을 소위 '아빠 빽 논란'을 자초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건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또 설령 이를 미리 예상치 못했다 하더라도, 검찰 등 견제 관계에 있는 수사기관들이 눈을 부라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보여준 대응이 적절했는지 의문입니다. 한 줄 한 줄 주의를 기울여야 할 보도자료에서 '적법 채용'을 넘어 '특혜 아니다'는 성긴 주장을 제시했고, 공수처장은 출근길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보도자료 보시라"고 언급하며 보도자료 작성과 배포의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까지 했습니다.
최근 진영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수처장의 처신과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에는 어느 정도 이유가 있습니다. '뭐 눈엔 뭐만 보이나 보다'라는 식의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상황을 넘기거나, 예수와 사도들의 비유로 앞날을 포장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 공수처장은 신중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종진 기자be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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