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열차 타고 달나라까지..'영끌'나선 흙수저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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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게 우리 같은 애들한테 아주 잠깐 우연히 열린,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해."
소설이 사회 세태를 반영한 것이라면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는 그야말로 지금 이 시점의 젊은이들의 고민과 욕망을 정확하고 적나라하게 포착한 소설이다.
소설 속 3인방이 꿈꾸는 것은 일하지 않고 돈만 펑펑 쓰며 게으르게 살겠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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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난 이게 우리 같은 애들한테 아주 잠깐 우연히 열린,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해."
소설이 사회 세태를 반영한 것이라면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는 그야말로 지금 이 시점의 젊은이들의 고민과 욕망을 정확하고 적나라하게 포착한 소설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야기는 젊은 직장인 사이의 코인 투자 열풍을 그렸다. '투더문'(to the moon)은 가상화폐 가격이 달까지 수직 상승하길 바라는 투자자들의 은어다.
마론제과에서 일하는 직장동료 3인방 다해, 은상, 지송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각별한 사이가 된다. 그들이 금세 친해질 수 있었던 건 "암묵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같은 부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취업에 성공했음에도 5평, 6평, 9평 원룸을 벗어날 수 없고 대출금은 쌓여있고 도움을 줄 부모는 없다.
어느 날 은상이 암호화폐(가상화폐)인 이더리움에 투자해 큰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사 준비를 하던 다해는 "1 말고 1.2룸"에서 살기 위해, 간절히 필요한 이 "추가적인 0.2"를 위해 적금까지 깨고 '코인 열차'에 탑승한다.
'떡락'과 '떡상'의 풍파를 겪으면서도 코인은 미친 듯이 치솟고 다해의 가상지갑 속 숫자는 1억원을 찍는다. 처음엔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지송도 뒤늦게 전 재산을 쏟아부어 합류하고 '존버' 끝에 이들의 모험은 성공한다. 가장 먼저 출발한 은상은 33억원의 자산가가 돼 무수한 소문을 낳으며 퇴사한다.
'하이퍼 리얼리즘'이라고 평가받을 만큼 젊은이들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해피엔드'라는 거짓말 같은 결말이다. 작가는 "나는 이 이야기를 마지막엔 꼭 설탕에 굴려서 내놓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작가의 말에 적었다. 왜 이런 결말이어야 했을까.
소설 속 3인방이 꿈꾸는 것은 일하지 않고 돈만 펑펑 쓰며 게으르게 살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대출 이자 걱정 없이, 음식 냄새가 배지 않는 침대 위에서 잠을 자고, 최저가가 아닌 유기농 목장 우유를 고를 수 있는 정도를 바란다. 하지만 '성실'만으로는 나아지기는커녕 현실 유지도 버겁다.
어떻게 입사했느냐에 따라 연봉 테이블이 다르게 적용되고, 그 안에서 또 상여금과 명절 상품권으로 사람을 나누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서 "흙냄새 풀풀 풍기는 얘기", "우리 같은 애들", "우리 셋 다 인생 노답" 같은 자조 섞인 표현은 듣기 불편해서 그렇지 이해 못 할 말도, 없는 얘기도 아니다.
허황되다고 여겨지던 그 욕망은 이제 "그렇게 현실감각이 없어서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라는 충고를 들을 만큼, 오히려 욕망하지 않으면 허황된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 젊은이들의 현실인 것이다.
작가는 사다리가 없다면 위험한 롤러코스터라도 타고 올라가 보겠다는 젊은이들에게 교훈을 늘어놓기보다 응원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일확천금', '한탕', '영끌', '빚투', 거품' 같은 젊은이들을 향한 경고와 쓴소리는 차고 넘친다.
소설은 출간 이후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출간 첫 주 교보문고 소설 베스트셀러 9위로 진입했다. 달달한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도 책을 덮고 나면 씁쓸한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청년들에 몇 안 되는 탈출구여서가 아닐까.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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