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외를 연결하는 전이공간 설계기법

매거진 2021. 4.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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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집, 살기 좋은 집 '친환경주택' 4편

모두가 꿈꾸는 해와 바람이 담긴 건강한 집. 어떻게 하면 우리도 그런 집을 지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을 풀어줄 연재의 네 번째 이야기는 ‘전이공간 설계기법’이다.


연재 순서     
01 살기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   
02 한옥의 정신이 담겨있는 다섯 마당집   
03 한옥과 현대주택을 결합한 집    
04 실내외를 연결하는 전이공간 설계기법   
05 실내형 아트리움 주택  
06 미래세대가 함께 살아갈 우리들의 집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이 집필한 ‘보이지 않는 차원(The Hidden Dimension)’은 건축환경 심리학 분야에서 유명한 저술서이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환경으로부터 분리되었을 때 나타나는 여러 안 좋은 현상을 다양한 실험과 조사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한 예로, 많은 사람들이 조망권 확보를 위해 고층아파트를 선호하지만, 그로 인해 땅으로부터 멀어지는 문제를 다룬다. 그 분리되는 높이가 높을수록 결국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약화되어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여러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부작용의 제시를 통해 환경과의 긴밀한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환기시키고 있다.

현실적으로 아파트의 경우, 그나마 발코니가 외부환경과의 단절을 보완하는 작은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그 발코니마저 없애버린 오늘날의 고층아파트 공간은 정말 건축적으로 문제가 있다. 물론 기능적인 편리성과 재산증식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들 수도 있다. 일면 옳은 주장이고 이해도 된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 우리의 정신건강은 환경으로부터 퇴출당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비슷한 차원에서 ‘병원 의존증’(Hospitalism) 또는 ‘퇴원거부증’이라는 정신의학 용어가 있다. 오랜 시간 병원에 입원해 있다 보면 외부환경과 단절이 심해져, 병원에 있을 때만 안전하다고 느끼는 증상이다. 그래서 퇴원을 심리적으로 거부하거나, 퇴원했더라도 쉽게 재발하여 재입원을 반복한다. 이를 치료하는 병원에서는 수술요법과 약물요법은 치료 효과를 빨리 볼 수 있지만 대신 재발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다. 갈수록 사회환경 부적응 현상이 늘어나는 만큼 효과와 시간 측면에서 다소 오래 걸리더라도 다양한 환경치료 및 행동요법과 통원치료(Day Care)요법을 중히 여긴다.

건축물에서 필요한
전이공간의 당위성

환경과의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때문에 건축공간에 환경과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위한 설계 반영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런 측면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갈 수 있는 전원주택의 선택은 매우 훌륭한 결정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전원 속에 집을 지으면서도 막상 평면 구성은 아파트의 형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아파트와 공간구성을 차별화하기 위해서 거실 천장을 높이는 것과 맥락이 다르다. 거실 천장 높이의 상향 조정은 기존과 같은 성격의 공간에서 체적만 키울 뿐이고, 자칫 냉난방 비용에 대한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실내는 도심 아파트와 유사하고, 실외는 도심과 전혀 다른 개방된 자연환경이라는 차원이 다른 충돌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실내외의 충돌 현상은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환경과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방해할 수 있다. 즉, 건축공간을 구성할 때 이러한 충돌 현상을 완화해주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성격이 다른 두 개의 공간이 맞닥뜨릴 때, 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제3의 공간을 ‘전이공간’이라고 한다.

전이공간이란 하나의 공간으로부터 성격이 다른 공간으로 옮겨가는 매개공간을 말한다. 서로 다른 공간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한 충돌을 완화하고, 그 과정에서 뜻밖의 새로운 기능이나 생활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은 공간이다. 건축공간의 확장성을 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지만 기능적으로 목적을 정의할 수 없어 외면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뚜렷한 공간으로 정의하거나 명칭을 정하지 못한 경우에 흔히들 ‘알파(α)공간’이라는 용어를 쓴다. 전이공간 역시 일종의 알파공간으로 이해하면 쉽고 좋을 듯하다.

잠수부가 바닷속 작업을 마치고 잠수병 예방을 위해 감압실을 거치거나 병원 수술실에서 청정구역을 만들기 위해 공기압력을 달리하는 전실을 두는 것도 바로 전이공간 계획에 해당한다. 이처럼 전이공간은 건축공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전원주택에서의 적용이 매우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거실, 침실, 식당 등과 같이 익히 알고 있는 목적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 특정한 하나의 목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공간은 역으로 다양한 목적을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실로의 변신을 기대할 수 있다.

전이공간,
아트리움의 다양한 활용

전원주택에 구성되는 전이공간이 공간적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요소는 많다. 미세먼지를 걸러내 깨끗한 공기를 실내로 공급하고, 여름 및 겨울철 어느 정도의 온도 조절, 쾌적한 환경 제공, 외부의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지금부터 이러한 전이공간을 현관 위치에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이를 위해 기본적인 평면을 예로 들어 보겠다.



기존의 현관은 신발을 신고, 벗고, 수납하는 기능이 전부이다. 때로는 분위기를 개선하려 장식적 공간 또는 홀 기능을 추가하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 현관에 전이공간인 아트리움을 추가함으로써 기존의 습하고 어두운 현관이 아닌 밝고 독특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현관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아트리움 남측 상부에는 차양 기능의 루버가 설치된 창문을 내어 햇빛이 들어오게 하고, 아트리움과 실내가 접하는 벽체에는 개폐가 가능한 창문을 배치한다. 이로써 진입·창문 개폐·환기 기능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그 환기 기능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외부 공기가 아트리움으로 들어온다. 이때 (초)미세먼지를 필터링하여 청정공기만 유입한다. 청정공기는 저렴한 비용의 적정기술로 이루어진 햇빛 축열체를 1차 통과하며 공기 온도를 조절한다. 이 축열체는 또한 실내 공기의 급기와 배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추가로 흡수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2단계
온도가 일부 조절된 공기는 아트리움으로 들어오며, 이 공기는 외부 태양빛으로 2차 공기 온도 조절 및 살균 작용이 이루어진다. 또한 아트리움의 실내 마감은 흙과 나무 때로는 숯 등으로 구성되어 천연적인 습도 조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성한다.       

3단계
2차 조절된 공기는 아트리움과 실내를 구분하는 벽체의 열관류 현상에 따라 미세하게 3차 온도 조절이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거주자가 아트리움에 설치된 창문을 개폐하여 실내 자연 환기가 이루어지게 한다. 물론 자연 환기 과정에서 일부 실내 공기가 섞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생활공간이 완벽하게 청정한 클린룸이 아닌 생활공간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제3의 공간 실내형
중정으로의 확장성

요약하면 현관 출입구를 통해서는 사람의 진출입이 이루어지며, 아트리움을 통해서는 공기나 빛의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아트리움의 각 면에 거실과 침실, 식당 등 주거공간의 주요 공간을 접하게 하여 빛과 공기의 흐름은 물론 공간적, 시각적 개방성과 투명성, 확장성 등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이 아트리움은 환경적으로는 빛과 공기를 이용한 환경성능 공간이 되지만 건축적으로는 제3의 공간인 실내형 중정으로 자리한다. 이때 제3의 공간이란 개념이 공간구성, 분위기 연출에 있어 전혀 새로운 가능성을 갖게 된다.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전면에 위치한 식당 겸 응접실과 좌우측에 거실 및 침실이 접해 있다. 이 공간과의 경계벽에는 창문을 통한 투명성이 제공되면 시각적인 확장도 가능하다.



물론 프라이보시 보호를 위해 내부 블라인드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생활의 형태에 따라 창문을 개방하여 공간적인 확장 역시 꾀할 수 있다. 결국 아트리움과 식당 겸 응접실, 거실, 침실이 선택적으로 하나의 공간으로 확장되기도 하고, 각각 닫힌 공간이 될 수도 있는 가변적인 공간으로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공간 구성 계획 초기부터 아트리움의 역할 중 하나로 우리 고유의 한옥 공간을 염두에 두었던 부분이 있다. 실내 식당 겸 응접실이 내부와 외부가 만나는 중요한 교류 공간이 되고 아트리움은 안마당을 형성하며, 아트리움 앞의 현관 출입문 개방 여부에 따라 외부공간인 바깥마당까지 공간적인 연속성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때 뒷마당과의 관계도 함께 고려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맞통품 개념도 여기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옥과 같이 마당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는 단면도(위)와 주방 중심의 공간 구성이 강조된 단면도(아래)

이외에도 주방의 위계를 검토해 본다. 언뜻 보기에는 뒤쪽에 배치되어 주방에 대한 공간적 위계가 낮은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와 전혀 다른 공간 위계를 의도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거실의 중심기능이 주방으로 옮겨졌다고 이론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상 공간적으로는 여전히 주방의 공간 위계는 낮다. 그러나 본 계획안은 주방을 중심으로 거실과 식당 겸 응접실 그리고 다용도실과 화장실은 물론 전이공간인 아트리움까지 모두 관리, 소통되는 주방 중심의 공간구성임을 여실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형식으로 공간구성이 변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전이공간인 아트리움에 대한 크기 조정 등이 필요할 수 있다. 다음 호에서는 다양한 크기 및 종류의 평면 유형과 그에 따른 아트리움형 전이공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규환 _ ㈜그린포럼건축사사무소

이 글을 쓴 이규환 씨는 대한민국 건축사로, ㈜그린포럼건축사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다. UIA 서울 세계건축대회 조직위원회, 국토교통부 녹색건축물인증 운영위원회, 문화연대 공간환경위원회 등의 운영위원을 역임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환경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www.greenpassivehouse.co.kr


구성_ 편집부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1년 1월호 / Vol.263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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