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속하지만 신중하게"..오세훈表 부동산 정책

김서온 2021. 4.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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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시장 후보 시절 서울 정비사업 활성화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수장 자리에 앉자, 기대감이 높아진 서울 부동산 시장이 연일 들썩이고 있다. 특히, 노후 아파트 단지와 오랜 기간 재건축 사업이 정체돼 있던 한강변 단지 위주로 시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고가의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한강변 35층 층고 제한 규제와 각종 부동산 세제 완화, 정비사업 활성화를 공약한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자 재건축 규제가 확 풀릴 것이라는 전망에 강남, 목동, 여의도 등의 재건축 아파트값이 서울시장 선거 1주일 만에 최고 2억∼3억원씩 오르고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과열 양상까지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이달 첫째 주 0.05%에서 둘째 주 0.07%로 상승 폭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2월 첫째 주(0.10%) 이후 꾸준히 상승 폭이 축소되며 이달 첫째 주 0.05%까지 낮아졌는데,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인 둘째 주 조사에서 10주 만에 다시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이번 가격 상승은 재건축 단지가 있는 지역이 이끌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 부담 강화와 2·4 주택 공급대책 영향 등으로 서울 전체적으로 관망세가 이어졌으나 강남권과 노원, 영등포 등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며 전체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발 빠르게 선제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모두 54개 단지에 대한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안을 통과시켰다.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기간은 2022년 4월 26일까지이며, 이달 27일부터 발효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일부 재건축 단지와 한강변 재개발 구역 일대에서 비정상적인 거래를 포착했다"며 "매물 소진과 호가 급등이 나타나는 등 투기 수요 유입 우려도 높아 선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는 해당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토지거래 계약을 체결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특히, 주거용 토지의 경우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이 가능하며 매매나 임대가 금지된다.

오 시장 취임 전 서울시는 집값 상승과 투기 세력을 막기 위해 노후 단지의 정비사업 기준을 대폭 높였다. 그러나 실수요자들과 서민들의 주거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주거정책이 필요했던 점에 비춰볼 때 서울 대표 노후 단지들의 정비사업을 지체시킨 것이 집값 상승을 막는데 큰 효과를 거뒀다고는 보기 어렵다.

노후 단지들의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민간공급을 확대하고, 동시에 최근 전셋값 부담까지 짊어지게 된 실수요자들의 살 곳을 마련하는 것이 부동산 정책에서 우선시돼야 한다. 무엇보다 오 시장의 임기가 1년 4개월에 불과한 것을 고려해 당장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규제를 단기간에 대폭 완화, 무조건적인 사업 승인보다 사업이 오래 이연된 곳의 향후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번 서울시의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은 '신속하지만, 신중한'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 서울 재건축을 앞둔 대부분의 단지가 서울 부동산 시세를 이끄는 대장주이기 때문이다. 이에 투기 세력을 막고 가격 안정화를 위해 예방책을 선행하는 조치는 매우 적절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비사업이 지체된 곳의 사업이 안정화된 분위기에서 속도를 낼 수 있게 뒷받침하고, 오 시장 1기 시절 선보인 장기전세주택, 상생주택(민간토지임차형 공공주택)뿐만 아니라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물량을 대폭 늘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춘 서울 부동산 시장의 기반을 잘 닦아주길 바란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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