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의 공존, 종잡을 수 없어 더 궁금한 오타니[슬로우볼]

안형준 입력 2021. 4.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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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투수 오타니'가 복귀했다. 여전히 강력했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는 4월 21일(이하 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선발등판했다. 지난 5일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등판한 뒤 물집으로 보름 정도 이탈했던 '투수 오타니'는 이날 다시 빅리그 마운드에 복귀했다.

결과는 4이닝 무실점. 75-80개 정도의 투구수를 정해두고 등판한 오타니는 4이닝 동안 80구를 던지며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평균자책점은 1.04로 크게 낮아졌다. 4이닝을 소화한 만큼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에인절스는 6-2 승리를 거뒀다.

오타니는 이날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시속 98마일 미만에 그치며 시속 100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뿌렸던 지난 등판보다 속도가 잘 나오지 않았다. 물집에서 회복은 했지만 손가락 상태가 완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던 것 치고는 효과적으로 텍사스 타선을 막아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주 성공적인 복귀전이다.

하지만 오타니의 복귀전이 완전한 성공이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피안타가 단 1개 뿐이었지만 사사구를 무려 7개나 허용했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이날 한 차례도 삼자범퇴를 기록하지 못했다. 1회에는 볼넷으로만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이후 3이닝 동안도 매 이닝 사사구를 기록했다. 실점은 없었지만 완벽투와는 거리가 멀었다.

구속의 차이는 있었지만 물집 부상 전, 첫 등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타니는 시즌 첫 등판에서도 안타는 2개 밖에 내주지 않았지만 볼넷을 5개나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아쉬운 수비 실책이 겹치기는 했지만 당시 오타니의 승리를 막은 것은 결국 볼넷이었다.

'투수 오타니'는 올시즌 2경기에서 8.2이닝을 투구하며 탈삼진 14개, 볼넷 11개를 기록했다. 안타는 3개밖에 허용하지 않아 피안타율은 0.103에 불과하지만 무려 9이닝 당 11.42개의 볼넷을 내줘 이닝 당 출루허용율(WHIP)은 1.62로 매우 높다. 오타니는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있지만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들과 비교하면 피안타율은 전체 3위 수준, WHIP는 뒤에서 3위 수준이다. 그야말로 극과 극의 모습이다.

타자들이 오타니의 공을 친 타구의 결과도 수치가 흥미롭다. 오타니는 올시즌 8.2이닝을 소화하며 39명의 타자와 상대했다. 39차례 타자와 승부를 펼친 오타니는 단 하나의 뜬공타구도 허용하지 않았다. 내야 뜬공조차 없었다. 오타니의 공은 웬만해선 공중으로 띄워 올릴 수 없는 공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오타니가 좋은 타구를 완벽히 억제해낸 것은 아니다. 오타니는 첫 등판에서 평균 시속 93마일의 타구를 허용했다. 리그 평균인 88.3마일보다 훨씬 빠른 수치. 첫 등판에서는 빗맞은 타구조차 없었다.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느냐 못 만드느냐의 문제였을 뿐, 화이트삭스 타자들이 친 공은 사실상 모두 정타였다. 다만 두 번째 등판에서는 약한 타구를 다수 이끌어냈다.

종잡을 수 없는 양날의 검이다. 역설적이지만 피안타가 적은 것은 볼넷이 많은 것과 관계가 없지 않다. 볼넷을 덜 주고도 올시즌 안타를 3개만 내줬으리라고 볼 수는 없다. 스트라이크 존 내에서 승부를 펼쳤다면 안타를 기록했을 타자들이 볼넷으로 걸어나갔거나 오타니의 들쭉날쭉한 제구력이 오히려 타자들의 눈을 현혹시키고 타석에 임하는 자세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타니가 '결과적으로' 안타를 단 3개밖에 내주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최고 시속 100마일 이상인 오타니의 속구는 분명 강력하고 마구라 불릴만한 스플리터도 여전하다. 타자들의 배트가 그 공들을 상대로 허공을 가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피안타율 0.103, K/9 14.54개의 오타니'와 'BB/9 11.42개의 오타니' 중 언제 어떤 모습이 나올지를 통제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예리한 칼날이 언제 자기 자신을 향할지 알 수 없다.

오타니는 분명 지난해와는 다르다. 구속을 확실하게 회복했고 공에 힘도 더 실렸다. 물집 부상을 겪기는 했지만 큰 부상 없이 기본적인 팔의 건강은 유지하고 있다. 타석에서도 확실히 반등했고 조금만 더 안정을 찾는다면 데뷔시즌 이상의 성적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욱 혼란스러운 카드다. 큰 단점이 있지만 장점이 워낙 명확한 만큼 포기하기도 어렵다.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고무적인 점은 오타니는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팀은 오타니가 선발등판한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오타니는 어쨌든 마운드에서도 팀 승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있다. 표본이 작고 볼넷이 많았지만 평균자책점 1.04는 일단 매우 뛰어난 수치다. 에인절스는 현 상황을 유지하며 오타니를 계속 선발투수로 기용할 전망이다.

오타니는 올해를 투타겸업 지속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시즌으로 보고 있다. 올시즌에도 투타겸업에 사실상 실패한다면 오타니는 한 쪽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시즌 초반은 성공과 실패의 중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만약 오타니가 현재 타격 페이스를 잃지 않고 마운드에서 데뷔시즌 정도의 안정감만 되찾을 수 있다면 투타겸업은 성공에 가까워진다. 반면 사사구 위에 발을 딛고있는 살얼음판이 깨지며 타석에까지 영향을 준다면 대실패가 된다.

과연 오타니가 마운드 위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투타 겸업 선수 오타니'는 미래에도 계속 존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오타니 쇼헤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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