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곧 드러날 공수처 검사 실력

박국희 기자 2021. 4. 22.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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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의사에게 심장 수술, 암 수술을 맡기면 할 수 있겠나?”

면면을 드러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들을 본 법조계 반응은 엇비슷했다. 공수처는 출범 석 달 만에 검사 13명을 채용했다며 최근 명단을 발표했는데 현직 검사는 없었고 검찰 출신 변호사가 4명이었다. 이 중 공수처 수사 분야인 권력자 뇌물 사건 등 부패 범죄 특별 수사를 해본 특수통 검사 출신은 없었다. 나머지 9명은 전직 민주당 보좌관, 기자 출신 변호사 등이었다.

부장검사로 임명된 최석규, 김성문 검사를 비롯한 검사들이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에게 보안선서를 하고 있다. 2021.04.16 김지호 기자

애초 공수처가 검사 23명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13명만 뽑을 때부터 공수처 검사 수준은 바닥을 드러냈다. 공수처는 23명 모집에 233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0대1이라고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부분 수준 미달이었다. 수사관도 정원 40명 중 20명밖에 채용하지 못했다. 대변인은 뽑지도 못했다. 친정권 매체 기자 등 역시 채용 기준에 부족한 지원자가 많았다고 한다.

특수부 출신 전·현직 검사들의 반응은 좀 더 적나라했다. 현재 경찰이 하고 있는 LH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를 공수처 검사들에게 맡기면 경찰보다 못할 것이라고 했다. 변호사 출신 공수처 검사들이 수사의 기초인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이라도 해봤겠느냐는 것이다. 하물며 사람을 잡으러 한 번이라도 나가봤겠느냐는 얘기였다.

이들이 전직 대통령이나 재벌 총수처럼 언론의 관심 속에 창과 방패가 피 튀기며 부딪치는 대형 사건을 맡아본 ‘센’ 변호사들인 것도 아니다. 결국 수사 중에서도 가장 난도가 높다는 권력 비리 특별 수사를 간접적으로나마 다뤄본 경험자가 공수처 검사 13명 중 한 명도 없는 것이다.

급기야 공수처는 20일 전직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를 불러다 권력형 비리를 파헤치는 특수 수사 강의를 했다. 공수처 검사를 뽑아 놓고 거악 척결을 위해 ‘1호 수사’를 하기는커녕 수습 교육부터 하는 셈이다. 검찰 교육기관인 법무연수원 위탁 교육도 계획 중이다. 법무연수원에는 추미애 전 장관이 좌천시킨 특수통 한동훈 검사장이 연구위원으로 있다. ‘검찰 개혁의 완성'인 것처럼 공수처를 밀어붙이더니 자신들이 절대악(惡)으로 지목했던 특수부 검사들에게 공수처 검사 기초 교육을 맡기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다.

최고위층 권력자의 부패 범죄는 제대로 단죄해야 이들로부터 영향을 받는 다수 국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기존의 검찰 특수 수사가 했던 역할이다. 검찰도 주요 특수 수사에는 난다 긴다 하는 최고의 검사들로만 팀을 꾸렸다. 그만큼 힘센 사람들을 상대로 한 수사는 어렵기 때문이다.

과연 공수처 검사 13명은 ‘어벤져스’ 같은 이 분야의 초고수들일까. ‘초대 공수처 검사’라는 이력서 한 줄 경력을 원한 것은 아닌가. “특수부대를 견제한다면서 예비군만 모아놨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공수처 스스로 실력을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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