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16] 중앙은행은 최초의 핀테크

차현진 2021. 4. 2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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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4.15 한국은행제공

은행들이 해외 점포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외국의 동업자를 찾는다. 국내 고객이 해외 송금을 의뢰하면 현지의 동업자가 대신 지급하도록 부탁한다. 그 계약을 코레스(correspondence) 계약이라고 한다.

은행의 해외 점포가 없었던 동양에서는 코레스 계약이 굉장해 보였다. 국제 영업을 가능케 하는 요술 방망이였다. 그래서 1882년 제정된 일본은행조례에는 “일본은행은 타 은행과 코레스 계약을 체결한다(제2조)”는 것을 유난스럽게 강조했다. 지금의 한국은행법에도 똑같은 내용이 있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법에는 없는, 유치하고 말단 지엽적인 내용이다.

국내 송금에서는 동업자를 찾을 필요가 없다. 은행들끼리 정산할 돈을 한 군데 맡겨두고 그것으로 결제한다. 그 돈을 지급준비금(reserve)이라고 한다. 중앙은행이 없던 시절 미국의 은행들은 지역별로 어음교환소를 세우고 거기에 지급준비금을 맡겼다. 1914년 이들을 모두 합하여 ‘전국 지급준비금 관리연합회(National Reserve Association)’를 세우려다가 연방준비제도 즉, 중앙은행을 만들었다. 지금 12개 지역 준비은행(Reserve Bank)들은 어음교환소이기도 하다.

미국 준비은행의 모델은 유럽에서 나왔다. 중세가 끝나고 상거래가 활발해질 즈음 베네치아의 레알토은행(1587년)과 암스테르담은행(1609년)이 등장했다. 이 은행들은 지급준비금을 받아 지급과 결제 업무만 담당했다. 그러다가 차츰 대출과 채권 매매까지 업무를 넓히면서 중앙은행의 꼴로 진화했다.

중앙은행이 법화를 발행하게 된 것은 대공황 이후의 일이다. 중앙은행이 법화를 발행하기 이전에는 이미 세상에 있던 돈을 모아서 보관하는 기관이었다. 중앙은행은 오늘날 고객들에게 미리 돈을 받고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들의 조상이다. 중앙은행업의 출발은 지급과 결제다.

요즘 디지털금융을 두고 금융위와 한은이 시끄럽게 다툰다. 역사를 돌아보면, 다툴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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