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사소하고 각별한, 사각사각

서효인 2021. 4. 2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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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부터 신간 소설을 소개하는 오디오클립 ‘사각사각’을 운영하고 있다. 다소 귀여움이 강조된 이름에는 사각형 책(소설)에 담긴 이야기를 사소하고 각별하게 나눈다는 의미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연재하여 지금껏 서른다섯 개의 콘텐츠가 쌓였다. 배우 이설, 패션·라이프 잡지 ‘얼루어코리아’ 피처 디렉터 허윤선 기자와 함께하는데, 바쁜 사람들이 매주 시간과 합을 맞춰 여기까지 왔으니, 애틋함과 뿌듯함을 가져도 좋으리라.

수고로움에 비해 ‘구독과 좋아요’는 그리 많지 않다. 애초에 크게 바랐던 것들이 아니었으니 지금에 와 섭섭함은 없지만 이왕이면 잘되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수준의 생각은 갖고 있다. 방법은 모르겠다. 팟캐스트도 아니고 주식 유튜브도 아닌데 굳이 뭐 하러 이걸 찾아 듣겠는가 여기면 마음이 편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 가까이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야말로 사소하고 각별한 마음이다.

셋의 마음이 잘 맞아 여기까지 왔겠지만, 책을 고르고, 고른 책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참 다르다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된다. 누구는 스릴러를 즐겨 읽고 누구는 한국 단편소설을 좋아한다. 일본 소설에 익숙한 사람도 있고, 남미 소설에 흥미를 느끼는 이도 있다. 책은 다품종 소량 생산을 기본으로 한다. 영상 매체와 플랫폼이 아무리 많아져도 나오는 숫자와 종류에서는 책을 따라잡을 수 없다. 그래서 소설은 다양하고 유난한 취향을 확인하는 데 확실한 리트머스 용지가 된다.

팟캐스트의 왕도는 꾸준함이 전부인 것 같다. 꾸준히 읽고 말하다 보면 다양함을 담는 우리의 바구니도 자연스레 넓어질 것이리라 믿는다. 다양한 것들을 꾸준히 접할 때 우리의 시야는 넓어지고 이해의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생각보다 우리의 목표는 꽤 거창했던 듯싶다. 이 또한 사소하고 각별한 서로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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