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世說新語] [619] 순사고언 (詢事考言)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2021. 4. 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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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8년 12월 7일, 숭문당(崇文堂)에서 영의정 이광좌(李光佐) 등이 영조를 모시고 ‘대학연의(大學衍義)’를 진강(進講)했다. 이날의 주제는 ‘변인재(辨人才)’ 즉 ‘성현이 인재를 살피는 방법(聖賢觀人之法)’에 관한 내용이었다.

본문을 읽은 뒤 시독관(侍讀官) 김상성(金尙星)이 말했다. “요순 시절에는 네, 아니오의 사이에도 절로 옳고 그름의 뜻이 있었습니다. 아랫사람의 말이라도 옳으면 네라고 했고, 윗사람의 말이라도 그르면 아니라고 했습니다. 옳으면 네라 하고 그르면 아니라 하여, 아첨하여 빌붙어 따르는 뜻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임금이 유념하겠다고 대답했다.

김상성이 또 말했다. “치국의 도리는 인재를 알아보고 백성을 편안케 하는 것을 벗어나지 않고, 백성을 편안케 함은 인재를 알아보는 것에 달려있을 뿐입니다. 인재를 못 알아보면 임용할 때 적임자가 아닌 경우가 많아서, 덕택이 아래에 이를 수가 없고, 백성의 원망이 위에 전달될 길이 없어, 백성을 편안케 하려 해도 방법이 없습니다. 인재를 가려 뽑을 때에는 반드시 명실이 상부해야 백성이 편안해집니다. 전하께서는 인재를 알아봄을 급선무로 삼으소서.” 임금이 유념하겠다고 대답했다.

다들 하는 말이 하도 번드르르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데로 화제가 넘어가자, 김상성이 다시 아뢰었다. “순사고언(詢事考言)의 방법이 진실로 좋습니다. 하는 말만 듣고서 일을 어떻게 행하는지를 살피지 않는다면 어찌 박필현 같은 역적의 흉역을 놓치는 데 이르지 않겠습니까?” 그 얼마 전 윤대관(輪對官) 박필현이 역변(逆變)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순사고언은 말을 듣고 나서 실제의 일에 비추어 살펴본다는 뜻이다. ‘서경’ ‘순전(舜典)’편에서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양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순(舜)은 나아오라. 일을 함께하고 말을 살핀 것이 3년이 되었다. 네가 임금의 자리에 오르라.(格汝舜. 詢事考言, 乃言底可續三載. 汝陟帝位.)” 실행 없이 입만 가지고 떠드는 것은 누구나 다 한다. 백성의 삶을 안정시키려면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안목이 가장 먼저다. 안정을 원하는가? 안목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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