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부산시장 가족 화랑을 둘러싼 잡음

홍경한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2021. 4. 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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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9년 세계적 아트페어인 아트바젤홍콩에 참여한 조현화랑 전시 장면. ⓒ홍경한

1989년 부산 광안리에서 첫발을 내디딘 이후 30여년간 부산의 대표적인 화랑으로 자리 잡은 조현화랑은 지난 11일 막을 내린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에 이어 다음달 14일 개막 예정인 ‘아트부산2021’에서도 작품 판매를 포기했다. 미술품 장터에 화랑이 부스를 내고도 작품을 거래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이런 결정의 배경엔 시장 부인이 설립해 가족이 운영 중인 화랑이 아트페어에 나와 작품을 팔면 로비 창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아트부산의 경우 부산시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행사이므로 이해충돌이라는 주장이 섞여 있다. 실제 조현화랑은 지난 8일 취임한 박형준 부산시장의 부인 조현씨가 설립했으며, 현재는 아들이 대표를 맡고 있다.

곱지 않은 눈길이 이해는 되지만 미술 생태를 몰라서 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굳이 공개된 장소인 아트페어까지 와서 로비용 그림을 산다는 건 상식 및 관행과 거리가 있을뿐더러 시 보조금은 주최 측에 대한 지원일 뿐 개별 화랑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화랑들은 참가비를 낸다. 이전 시장도 아트부산에 보조금을 지원한 사실이 있다.

화랑이 미술품 전시·판매 행사에 부스를 차린 것이 애초 부적절하다는 시선에도 의아한 측면이 있다. 페어 참여가 주요 업무 중 하나인데, 시장 가족이 운영하는 화랑이라고 참여조차 제약받아야 할까. 공직을 이용해 사익을 취한다면 당연히 문제가 되지만 그럴 가능성만으로 가족의 생업까지 막는 것은 가혹하다.

화랑은 전시를 통해 국민 문화예술 향유에 기여한다. 작가를 발굴하고 창작활동을 후원하며 때론 현대미술 담론을 만든다. 아트페어만 해도 그렇다. 페어에서의 수익은 작가와 50%씩 나눠 갖는다. 따라서 화랑이 작품 판매를 하지 못한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작가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아쉽게도 이런 부분까진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박 시장은 보궐선거 당시 엘시티 특혜 분양을 비롯해 딸 입시, 엘시티 조형물 설치 등 가족이 포함된 여러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이 주도하는 부산시의회는 오는 26일 개회하는 임시회에서 박 시장 관련 의혹과 공약 등을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국민들도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공세의 일환으로 정치가 미술을 도구화하면 미술 공동체의 중요한 축으로서 화랑이 지닌 순기능마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미술언어를 통한 정치에의 개입은 건강한 공론의 장을 만들 수 있어도, 미술에 무지한 정치언어와 잣대로 미술을 대하면 불필요한 잡음만 남는다. 이번 조현화랑을 둘러싼 논란이 딱 그렇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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