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직업소개소

임의진 목사·시인 2021. 4.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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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점쟁이는 점점 나아질 거라 말하고, 승용차 판매원은 차차 좋아질 거라 하고, 헬스클럽 사장은 살살 살이 빠질 거라 꼬드긴다. 요새 주식이다 비트코인이다 영끌 존버 난리통. 그러나 투자해서 두 배가 된 건 당신이랑 같이 사는 사람의 체중, 아니면 당신의 그 출렁거리는 아랫배를 보시라.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면 친구에게 상당한 돈을 뀌어주면 된다. 그날부터 곧바로 살이 주식 떨어지듯 수직으로 하강 곡선.

아무리 마른 사람도 나이가 들면 나잇살이 좀 붙긴 해. 나도 젊어서는 뼈밖에 없어 ‘빼빼시’ 소리를 들었지. 깡마른 체구에 눈알만 부리부리. 밖에 나다니면 바람에 날아갈까봐 집에 틀어박혀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다. 진득하니 오래 정진했더니 개인전을 수차례. 직업소개소에 가지 않았는데도 화가란 직업 하나 추가. 게다가 애타게 바라던 살도 쬐금 쪘다. 세상에는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야. 살이 좀 있었으면 바라는 경우도 있거든.

화가로 잘 알려진 중광 스님이 걸레스님이란 호를 갖게 된 일. 통도사의 청청 스님과의 일화가 재미있다. 둘이 배불뚝이 달마 대사 그림을 배웠는데, 아호라도 하나씩 가져보자 하여 청청 스님이 중광 스님 방에 있는 빗자루와 걸레를 발견. “그럼 소승은 빗자루로 하겠습니다.” “허허 그럼 나는 걸레뿐이고만. 걸레나 되어볼라네.” 둘이서 껄껄껄. 언젠가 중광 스님은 인터뷰에서 “스님은 미대도 안 다니고 화가가 되셨어요. 그 비결이 뭔가요?” “이보슈. 스페인에 알타미라 동굴 벽화라고 있잖아. 그거 그린 사람이 미대 나왔는지 알아보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면 평생 행복하지. 싫은 일을 하면 짜증과 불만으로 병을 얻게 된다. 도둑놈에게 가장 힘든 일을 물으면 도둑질이라 답한다던가. 그림도 전업이 되면 힘들긴 하겠더라.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정녕 좋아하느냐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인생을 두 번 사는 사람은 없지.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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