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뒤에 숨은 의도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2021. 4.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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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의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기로 했다. 이는 일본 국내외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중국, 러시아, 대만이 정부 차원의 우려를 표했고, 국내 관련 단체들도 항의하면서 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국내외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2년 뒤 오염수 해양 방출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염수 저장탱크들의 용량이 내년에 다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부지 내 추가 공간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높지 않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들기에도 궁색하다.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필자는 일본이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결정한 것은 2023년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 재처리시설 가동을 염두에 두고 삼중수소는 안전하다는 인식을 국내외에 심어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한다. 실제 롯카쇼무라 재처리시설이 재가동되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많은 양의 삼중수소와 방사성 물질이 방출돼 심각한 환경·해양 오염이 우려된다. 재처리는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 우라늄, 핵분열 생성물을 분리하는 공정이다. 사용후핵연료 내 약 1% 무게인 분리된 플루토늄은 비경제적이지만 혼합산화물 핵연료로 재사용이 가능하다. 핵무기에도 이용될 수 있다. 그런데 재처리 과정에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이 방출된다.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사용후핵연료를 연간 800t 처리하며, 매년 약 9700조베크렐(㏃)의 삼중수소를 해양으로, 약 1000조㏃의 삼중수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된다. 또 매년 약 50조㏃의 탄소14와 500억㏃의 요오드129를 방출한다. 즉 매년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총량 900조㏃의 10배의 양을 바다로, 1배 이상의 양을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것이다.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사용후핵연료에서 연간 8t의 플루토늄을 분리하는 능력 때문에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러왔다. 플루토늄 8t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따르면, 핵무기 1000기 분량에 해당한다. 2018년 말 기준 일본은 플루토늄을 45.7t 보유하고 있다. 그중 9t이 일본에, 36.7t이 영국과 프랑스에 보관돼 있다.

일본은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의 조업 계획을 중지해야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이 국제 환경윤리에 위배된다고 볼 때, 매년 그 양의 11배 이상이나 되는 방사성 물질을 바다와 대기 중으로 방출할 재처리공장의 불필요한 조업 개시는 국제 환경윤리상 훨씬 더 큰 위반이다.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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