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신 돌파구 없이 '11월 집단면역' 외치니 누가 믿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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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한·미 간 코로나19 백신 스와프 협상 사실을 설익은 채 공개한 데 이어 백신공급과 외교안보정책 분리론을 얘기했다가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논란을 불렀다.
정 장관은 어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미 백신 스와프와 관련해 "미국도 국내 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미국이 집단면역을 이루기 위한 국내 백신 비축분에 여유가 없다는 입장을 저희한테 설명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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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회담, 백신 확보 기회 삼아
'반도체·백신 동맹' 구축 서둘러야
정 장관은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기술공급망)에서 우리가 미국을 도와줄 분야도 많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협의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한·미동맹 강화라든지, 미·중 갈등에서 우리 입장이라든지, 이런 것들과 백신 분야 협력은 연관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 한·미 간 백신 분야 협력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게 하려는 레토릭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도체 공급망 문제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강력히 추진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모순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홍남기 총리 직무대행은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은 올해 상반기가 아닌 하반기부터 공급될 예정”이라면서도 “11월 집단면역 달성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11월 집단면역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진단과 대비된다. 정부가 백신 수급의 돌파구 없이 11월 집단면역을 외친다고 믿어줄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방역 목표 달성 실패에 대한 질책이 두려워 상황을 호도하는 것 아닌가.
어제 신규확진자가 731명으로 늘고, 전파력과 치명률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 검출 비율이 처음으로 10%대에 육박한 것도 우려를 낳는다. “백신 조기 확보 실책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백신 수급·접종 계획에 대한 국민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정부는 새겨들어야 한다. 제약사 탓, 가짜뉴스 탓만 하는 건 방역 컨트롤타워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5월 말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백신 문제를 해결할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미국이 아무런 대가 없이 백신을 내줄 리 없다. 반도체·백신 동맹을 맺든, 중국 견제를 위한 안보협의체 쿼드 등에 대한 전향적 협력을 약속하든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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